지난달 26일, 해운대 609번지를 찾았다. 장막으로 가려진 골목의 입구로 들어가니 붉은 조명이 켜진 가게들이 줄지어 있었다. 카메라를 들었더니 “사진 찍지마!”라는 한 여성의 외침이 들려왔다. 여성들은 창가에 앉아 지나가는 행인의 옷깃을 붙잡았고 행인들은 그런 여성을 물건 고르듯 훑으며 지나 다녔다. 다음날 아침 다시 찾은 그곳은 전날과는 달리 적막했다. 붉은 조명 대신에 커튼이 쳐져 있고, 가게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이곳은 성매매 업소들이 모여 있는 성매매 집결지였다.

  부산광역시에는 해운대 609번지 외에도 몇몇 성매매 집결지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범전동 300번지’와 ‘완월동’, ‘해운대 609번지’는 이른바 ‘부산의 3대 성매매 집결지’라 불린다. 특히 완월동은 부산 최초로 합법화된 대규모 성매매 지역이었다. 이곳을 가리켜‘다른 성매매 집결지가 중소기업이라면 완월동은 대기업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이 같은 성매매 집결지들은 지난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쇠락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실상은 달랐다. 업소들의 단속이 강화되자 성매매 산업이 음지에서 더욱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오피스텔 성매매’나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 알선 등 신변종 성매매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성매매 여성들은 업주들과의 갑을관계에서 탈출하지 못한 채 인권침해를 당하기 부지기수다. 업주들은 이들에게 부채를 떠안기기도 하고 성매매를 강요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성매매 여성’이라는 사회적 낙인이 찍혀버린 그들에게는 이러한 상황을 고발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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