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성매매 집결지는 여전히 우리 지역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지역의 문제를 넘어 여성, 인권의 문제로 심화되고 있는 성매매 집결지,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시민들이 뭉쳤다. 지난달 29일, 부산광역시 서구에서 ‘완월동을 다시 생각하다’라는 주제로 공개 집담회가 열린 것이다. 부산의 가장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을 중심으로, 성매매특별법(이하 성특법) 시행 후 성매매 집결지의 현재와,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시민들의 논의는 완월동이라는 공간을 넘어 성 산업과 여성, 인권에 대한 논의로까지 확장됐다.
 
부산과 완월동, 성매매의 역사
   
‘살림’ 정경숙 소장
  가장 먼저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정경숙 소장이 완월동을 소개했다. 완월동은 정식 행정구역 명이 아니라 충무동, 초장동 일대 성매매 집결지를 지칭하는 용어다. 이곳은 1902년에 형성된 조선 최초의 합법적 성매매 집결지다. 조선 내 일본인 거류지에서 음성적으로 이뤄지던 성매매는, 일본이 ‘공창제’를 도입하면서 합법화됐다. 지금의 완월동은 성매매 업소들이 국가에 의해 집단 이주하면서 형성됐다. 정경숙 소장은 “해방 후 공창제가 폐지됐지만 완월동은 부산 성 산업의 상징이 됐다”고 전했다.
  지난 2004년 성특법이 시행되면서 집결지 규모는 급속도로 축소됐다. 하지만 정경숙 소장은 “현재 완월동에 60여 곳의 성매매 업소가 운영되고 있다”며 “이들의 영업은 명백한 불법이지만 매년 억대의 순수익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경숙 소장은 완월동에서 성매매 여성에 대한 착취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업주들은 선불금, 화장품 값 등의 명목으로 여성들에게 채무를 안기고 성매매를 강요하고 있다”며 “업주들은 성매매 여성이나 지역 주민을 앞세워 생존권도 주장한다”고 밝혔다. 성매매 여성 단체라고 알려진‘한터 전국연합’ 역시 성매매 업주들의 모임이었다. 정경숙 소장은 “성매매 업소들이 지역 내에서 자연스럽게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어 집결지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의 테두리를 넘어 여성과 인권의 문제로
   
전북 여성인권지원센터 송경숙 대표
  성매매 집결지 문제는 부산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전북 여성인권지원센터 송경숙 대표는 전주, 군산 등 전북 지역을 사례로 들었다. 가장 먼저 개복동 사건이 언급됐다. 지난 2002년 성매매 집결지였던 군산시 개복동에서 화재가 발생 해, 건물 내에 감금 돼있던 성매매 여성 14명이 사망했다. 송경숙 대표는 “사고 이후 개복동 주민들은 착취당하고 있는 성매매 여성을 방관했다는 죄책감에 빠져있다”며 “집결지 문제는 곧 지역의 문제이며 여성과 인권의 문제다”고 말했다.
  전주시 구도심에는 성매매 집결지인 선미촌이 있었다. 하지만 전주 지역의 성매매 집결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은 결실을 맺고 있다. 전주시민과 행정 당국이 합심해 구축한 ‘선미촌 정비 민관 거버넌스’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미촌 문제 해결을 위해 여성들의 자활을 지원하고 있으며 자활 대상자 약 50%가 탈 업소에 성공했다. 송경숙 대표는 “성매매 업주가 이미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는 집결지 내부에 새로운 인간 관계망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역사회가 함께 집결지를 시민을 위한 공간, 여성과 인권의 공간으로 재생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점진적으로, 그러나 꾸준히!
   
부산발전연구원 박상필 연구위원
  지난해 12월, ‘완월동의 창조적 재생’ 연구 용역 결과를 발표했던 부산발전연구원 박상필 연구위원은 “성매매 집결지 내 인권 유린, 성착취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 차원의 공공 개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완월동의 경계 지역부터 점진적으로 재생시켜 나가는 방안을 제안했다. 박상필 연구위원은 일본의 사례를 들며 “집결지 내부와 인근 주민들의 자존감·자립 능력을 키워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집결지가 스스로 자연스럽게 변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인근 건물을 매입해 거점 장소로 활용하는 동시에, 지역 주민이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 행정당국에 대한 지적도 이뤄졌다. 최근 부산광역시와 서구청은 오는 2019년까지 60억 원을 투입해 완월동을 안심·치유·공유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상필 연구위원은 “주로 도시재생과 등 담당부처가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단순히 집결지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성매매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매매 집결지 문제 해결 위한 ‘시민 네트워크’ 탄생하다
   
상지건축 부설 연구소 홍순연 연구위원
  집담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성매매 집결지 문제 해결을 위해 ‘완생 시민사회 네트워크’를 결성했다. 부산 지역 사회 각계각층의 시민이 동참한다. 네트워크에 참여한 상지건축 부설연구소 홍순연 연구위원은 “완월동이 지닌 역사성을 바탕으로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집결지 지역 변화의 방향성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의 완월동 재생 계획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의견도 있었다. 완월동을 재생시키되, 관광자원화 시켜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국제신문 기획탐사팀 이노성 팀장은 “완월동의 관광 자원화는 성매매 여성들을 또다른 구경거리로 만들 수 있다”며 “성매매 여성들이 재생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재생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집결지 내 거점 공간 마련을 위한 소셜펀딩 △성매매에서 벗어난 여성들의 생계를 위한 협동조합 창설 △시민 지지를 얻는 방안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집담회는 2시간의 열띤 토론 후 막을 내렸다. 정경숙 소장은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셨는데 특히 젊은 분들이 많아 우리 부산의 미래도 밝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지난달 28일 열린 ‘완월동을 다시 생각하다’공개 집담회 현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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