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전세계 곳곳 이상 기후
-그리스·하와이 등 산불로 피해 극심
-"온실가스 증가율 더디게 노력해야"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가 끝나고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 시대가 도래했다.” 지난 7월 27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이 미국 뉴욕 UN 본부에서 선언한 내용이다.

올해 우리나라 전역에서 이례적인 폭우가 기록된 데 이어 전 세계 이곳저곳에서도 이상 기후로 인한 극단적인 날씨가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7월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약 1.5도 높았다. 올해 이와 같은 기후 변화는 세계적으로 자연 및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미국은 올여름 심각한 폭염 피해를 보았다. 7월 27일 CNN 보도에 따르면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는 지난 6월 30일부터 7월 18일까지 20일 연속 최고기온 43도를 기록했다. 밤에도 기온이 32도가 넘는 날이 지속돼 피닉스의 한 식물원에서는 선인장이 말라 죽기도 했다. 자연피해뿐만 아니라 인명 피해도 심각했다. 애리조나 화상센터의 화상 서비스 책임자 케빈 포스터 박사는 화상센터를 찾은 환자의 3분의 1은 바닥에 넘어져 화상을 입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피닉스에서 계속되는 폭염으로 아스팔트가 햇빛을 흡수해 맑은 날 오후에는 아스팔트 온도가 82도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이는 인도에 20분 서 있기만 해도 3도 화상을 입을 정도다.

■참담한 산불·홍수·폭염 피해

[출처: Adobe 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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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그리스 △캐나다 △미국 하와이에 발생한 산불 피해는 막심했다. 그리스에서 40도에 육박하는 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7월 18일 그리스의 로도스섬 중남부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7월 27일 BBC 보도에 따르면 주민과 여행객 2만여 명이 대피했는데, 이는 그리스에서 역대 가장 큰 화재 대피다.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도 심각하다. 지난 6월 기준 캐나다 국토 380만 헥타르는 이미 불에 탔다. 이는 남한 면적(10만km²)의 3분의 1이 넘는 규모다. 캐나다 내에서 산불이 가장 심각한 지역은 동부에 위치한 퀘벡주다. 불길이 확산하며 퀘벡 북부 외곽에서는 1만 4,000여 명의 주민이 대피했다.

특히 미국 하와이는 인명피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지난 8일 발생한 산불은 105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평가된다. 16일(현지시간) 기준 사망자 수가 110명에 이르렀다. 미 연방재난관리청은 산불로 인한 실종자 수를 1,100명에서 1,300명으로 추정하고 있어 사망자 수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18일 연설에서 이번 산불로 2,700여 채의 건물이 파괴됐고, 피해 규모는 약 6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중국 남동부 지역은 지난 7월 29일부터 8월 1일까지 나흘간 태풍 독수리로 인한 폭우가 내렸다. 특히 베이징은 140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베이징에서 비가 가장 많이 내린 곳의 일일 강수량은 580mm로, 베이징 연간 강수량인 500mm를 넘어섰다. 1년 동안 내릴 비가 하루 만에 쏟아진 것이다. CCTV에 따르면 약 12만 7,000명이 폭우로 도시를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최대 풍속 150km의 돌풍에 송전선이 끊어지며 정전 사태도 잇따랐다. 이번 폭우로 베이징에서만 20명이 숨지고 30명이 실종됐다.

베이징 인근 허베이성에서도 홍수 피해가 있었다. CNN은 지난 8월 5일 약 150만 명이 허베이성에서 대피했으며 220만 명 이상이 수해를 입었다고 보도했다. 현지 정부는 폭풍으로 인한 중국 내 피해액이 약 22억 달러라고 밝혔다. 한 베이징 여행객은 지난 8월 1일 CNN이 보도한 인터뷰에서 "이제 비가 점점 더 거세지고 있습니다. 앞쪽에 산사태의 징후가 있는 것 같습니다."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펄펄 끓고 있는 지구

[출처: Adobe 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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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난 7월 한국에서는 심각한 폭우가 발생했다. 비가 특히 많이 내렸던 광주의 일일 강수량은 283mm로, 예년 6월 강수량의 2배에 달했다. 비가 가장 많이 내린 지역인 충청북도는 7월 13일부터 19일까지 평균 강수량 392.1mm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장마 기간 중 전국 평균 강수량인 284.1mm의 1.3배다. 실종자와 사망자가 50여 명이며 피해 금액도 충북에서만 2,000억을 넘는 등 피해가 심각하다.

폭우가 끝난 뒤에는 이례적인 폭염이 이어졌다. 올해 폭염 일수는 13.2일로, 작년에 비해 약 1.2배 증가했다. 올해 들어 발생한 온열질환자 수는 지난해에 비해 1.7배 증가한 2,484명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심각한 △폭염 △산불 △폭우가 계속되는 이유로 ‘엘니뇨 현상’을 꼽는다. 엘니뇨는 동부 태평양의 수온이 0.5~1.0도 정도 올라가는 현상으로 2년에서 7년마다 발생하며 9개월에서 12개월 동안 지속된다. 우리 대학 하경자(대기환경과학) 교수는 “올해 엘니뇨로 인해 서부 태평양 부근에서 고기압이 활성화되며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해져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엘니뇨와 지속적인 이산화탄소 배출이 맞물려 지난 7월 5일 전 세계 평균 기온은 17.18도로 위성 관측 기록이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했다. 하 교수는 “이렇게 날씨가 따뜻해지고 폭염이 빈번해지면 육지의 토양이 말라 산불이 일어나기도 쉽다”고 설명했다.

이상 기후의 또 다른 원인은 지구 온난화다. 지구온난화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지구의 온도가 과도하게 오르는 현상으로, 산업화 이후 지구의 온도는 1.1도 올랐다. 하 교수에 따르면 온난화는 폭우 문제로도 이어진다. 지구온난화로 이전보다 더 많은 수증기가 증발하고 수송되며 폭우가 내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유엔 기후합동보고서 2022'에서 인간이 유발한 온난화가 지속되며 단시간에 매우 극심하게 내리는 폭우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 교수는 “가파른 기후 변화가 다양한 극한 기후 등의 위험을 부를 수 있어 각종 예측 정보를 활용해 온실가스 증가율이 더디게 상승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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