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대비 60% 피인용도
-대학원생·교수 모두 빠져나가
-논문 투입 인원·연구비 부족 탓

우리 대학에서 진행하는 연구의 질적 성과가 수도권 대학 대비 60%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 활동을 통해 수준이 높은 논문을 써내면 연구에 필요한 인프라와 인적·물적 자원이 충당되고, 이는 다시 양질의 연구로 이어져야 하지만 순환고리가 끊어진 것이다.

각 대학들의 저널별 피인용도. [우리 대학 연구처 제공]
각 대학들의 저널별 피인용도. [우리 대학 연구처 제공]
각 대학들의 연구비와 논문 수의 상관관계. [우리 대학 연구처 제공]
각 대학들의 연구비와 논문 수의 상관관계. [우리 대학 연구처 제공]

지난 1월 30일 우리 대학 연구처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주요 학술 DB에 등재된 우리 대학 논문들의 연간 피인용(Citation)은 수도권 상위 4개 대학(△고려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평균 대비 6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피인용은 다른 학자들이 자신의 연구 결과를 얼마나 인용했는지 보여 주는 지표로, 그 수치가 높을수록 학술적 성과가 있음을 증명하기에 대학 전체의 연구력과 경쟁력을 평가할 수 있다. 

특히 SCIE급 논문의 지난 4년간(2018~2021년 출판 논문) 연평균 피인용도는 3.82회로 수도권 4개 대학의 논문이 5.5회(△성균관대 5.16회 △연세대 5.16회 △서울대 5.54회 △고려대 5.89회) 피인용되는 것에 비해 69%에 그쳤다. 경북대(4.38회)와 비교하더라도 13% 낮은 수치다. 이외 주요 학술 DB들을 비교해 봐도 △舊SCI(SCIE 통합 이전 기준) △SCOPUS는 위 수도권 4개 대학·경북대보다 낮은 6위였다. KCI에 등재된 논문 역시 경북대보다는 높았지만 수도권 4개 대학보다는 모두 낮았다.

이러한 연구 성과의 질적 하락 원인으로는 부족한 ‘연구 인프라’가 꼽힌다. 투고하는 논문의 수는 타 대학과 큰 차이가 없지만, 논문에 투입되는 인원과 연구비 모두 부족하단 것이다. 실제로 우리 대학의 지난 3년간 연평균 전임 교원 1인당 작성 논문의 수는 국내외 학술지와 저·역서를 포함해 1.26편으로 나타났다. △경북대(1.24편) △고려대(1.29편) △서울대(1.46편) △성균관대(1.38편) △연세대(1.31편)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연구비 차이는 뚜렷하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전임교수 1인당 지급되는 우리 대학의 연평균 연구비는 1억 202만 원이다. 반면 수도권 4개 대학은 △고려대(2억 2,683만 원) △서울대(2억 3,730만 원) △성균관대(2억 2,611만 원) △연세대(2억 2,052만 원)로 모두 우리 대학 연구비의 두 배를 상회한다. 우리 대학이 같은 연구비로 수도권 4개 대학보다 두 배 많은 논문을 쓰고 있는 셈이다. 경북대도 1억 516만 원으로 우리 대학보다 많은 연구비를 지급받고 있었다. 같은 기간 연구비 1억 원당 우리 대학이 투고한 논문의 수는 수도권 4개 대학의 207%에 달했다. 

각 대학들의 연구 지원 비교. [우리 대학 연구처 제공]
각 대학들의 연구 지원 비교. [우리 대학 연구처 제공]

교수들 사이에서는 오랜 기간 대학원생과 합을 맞출 수 없어 연구의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나온다. 학생들이 학부보다 ‘좋은’ 대학으로의 대학원 진학을 원하기 때문에 우리 대학을 떠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A 교수는 “석사를 마치면 서울로 가 버리고, 박사는 부산의 타 대학 출신들이 들어온다”며 “연구 인력을 양성해 놓더라도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B(경영학 석사) 씨는 “대학원은 아무래도 학벌이 중요하니 배우는 내용보다는 일단 서울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우리 대학의 전임교원 1명당 대학원생의 수는 수도권 상위 4개 대학과 큰 차이가 없지만, 석박사 통합 과정 학생 수는 해당 대학들의 평균에 비해 18%에 불과하다. 우리 대학 연구처 유인권 연구처장은 “우리 대학에 특히 석박사 통합 과정 학생이 적다”며 “이는 곧 모두 수도권에 가려 하고, 오래 연구하려는 학생이 없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대학이 투고한 논문이 국내 학술지에 치중돼 있다는 문제도 있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우리 대학의 학술 논문 가운데 국제 학술지에 투고된 비율은 48.2%로 절반을 넘지 못했지만 경북대(56.1%)는 이를 상회했다. 수도권 상위 4개 대학은 △고려대(68.5%) △서울대(72.5%) △성균관대(74.6%) △연세대(72.2%)로 평균 70%가 넘었다. 이는 국문학·국악 등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특정 분야를 제외하고는 논문들이 해외 저널에 등재될 만큼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연구 성과의 질적 하락과 인프라 붕괴가 가시화되자 교수들은 ‘이직 엑소더스(exodus)’를 펼치고 있다. 교무과에 따르면, 우리 대학은 지난 5년간 357명의 교수를 채용했지만 그중 48명이 타 대학으로 빠져나가 연평균 13.4%의 이직률을 기록했다. 채용한 교수와 이직한 교수의 수는 △2018년(50명/9명) △2019년(87명/13명) △2020년(72명/5명) △2021년(70명/11명) △2022년(78명/10명)로 연평균 9.6명의 교수들이 이직했다. 올해(3월 1일 기준)도 이미 5명의 교수가 이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B 교수는 “다른 교수들이 떠나면 패배감이 느껴진다”며 “수도권 대학에서 ‘콜(이직 제안)’이 오면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우리 대학의 연구 성과의 하락은 이미 여러 세계대학 평가 순위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3대 세계대학 평가 순위 중 가장 대표적인 지표인 ‘QS 세계대학 순위’는 2012년부터 10년 연속 하락해 401~450위에서 601~650위로 떨어졌다(<채널PNU> 5월 23일 보도). ‘THE 대학 순위’ 역시 2019년 601~800위였지만 올해 1,001~1,200위로 하락했다. THE 대학 순위에 따르면, 우리 대학의 논문 피인용도는 국내 중상위권 대학(1~18위) 평균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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