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진화하고 있다. 인쇄매체의 산물이었던 시가 정보기술이 발달하면서 SNS, 디지털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달되기 시작했다. 2005년 전후로 시단에서도 ‘미래파’라는 경향이 등장하는 등 시의 형태와 경향이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인쇄매체에서 탈출한 ‘시’

‘고민 하게 돼/우리 둘 사이’ (‘축의금’-<서울 시> 中)

▲ 하상욱 시인의 <서울 시>

SNS 시인으로 유명한 하상욱 씨의 ‘축의금’이라는 시다. 그의 전자 시집 <서울 시>가 10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 실적을 올리는 등 간단한 글로도 공감을 자아낸다는 점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도진주(국어국문 1)씨는 "서정적인 기존 시의 틀을 깬 참신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읽고 쓰는 것에 부담이 없어 일반인의 참여도 활발하다. 일반인이 쓴 SNS 시를 묶은 <SNS 한 줄 시집>이 출간되기도 했다. 하상욱 씨는 “그날에 맞는 공감을 즉각적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문선영 시인은 “시의 대중화’라는 측면에서 적극 환영한다”며 “시와 문학의 진정성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상욱 시인의 <고성 가도>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과 짧은 시가 결합된 ‘디카 시(詩)’도 등장했다. 이상옥(창신대 문예창작) 교수가 2004년 디카 시집 <고성 가도>를 펴내며 도입한 개념이다. 그는 “자연 속 시적 형상을 포착해 언어로 표현한 것”이라며 “인터넷 독자들의 반응이 좋아 시집을 냈고 현재 시론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문학평론가협회장 김종회 (경희대 국어국문) 교수는 “누구나 창작할 수 있는 소통·공유형 시로서 시대의 트랜드에 맞게 개발된 새로운 문화”라고 평가했다. 고성 지역에서 시작된 문화 콘텐츠로, 지역문학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점에도 의의가 있다.

‘미래파’의 등장

▲ 황병승 시인의 <여장남자 시코쿠>

2000년대, 한국 시단에 탈장르, 파격적인 언어·어법 등의 특징을 지닌 새로운 시 경향이 등장했다. 문학평론가 권혁웅(한양여대 문예창작) 교수는 주류 서정주의를 벗어난 실험적인 시에 ‘미래파’라는 이름을 붙였다. 황병승 시인의 시집 <여장남자 시코쿠>는 미래파 논쟁에 불을 붙여 문학계 담론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시단에서는 미래파로 분류되는 김언, 김이듬 등 젊은 시인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미래파는 ‘감각통합시대의 자기표현’이라는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이들의 난해하고 파격적인 어법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주로 서정시인의 비판이 거세다. 하상일(동의대 문예창작) 교수는 “비평가조차 읽기 어려운 극단적 언어구조”라며 “독자와의 소통을 외면한 채자기세계에 갇힌 시에 대해 회의적이다”고 비평했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진화하는 시

SNS 시와 디카 시의 등장은 디지털미디어 시대에 독자와 소통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고, 미래파의 등장은 주류 서정시 경향의 시단에 큰 충격을 주며 담론을 형성했다. 평론가들은 이러한 시의 변화를 환영했지만 문학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문선영 시인은 “문학은 당대현실을 반영하며 시는 자기표현의 수단”이라며 “디지털 세대의 이러한 변화는 당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상일 교수는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시 혹은 시적인 것’의 본질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정으로서의 전통을 다시 인식해야 한다”며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의 시적 긴장을 더욱 진중하게 모색해야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의 변화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종회 교수는 “현대가 복잡·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에 시 또한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고 있다”며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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