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이듬(독어독문 87, 졸업) 시인

 

지난 31일, 부산지하철 북 하우스 3호점(온천장역)에서는 김이듬 시인의 시낭송 콘서트가 열렸다. 15평 남짓의 넓지않은 공간에는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시가 흐르고 있었다.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의 시를 읊조리던 김이듬 시인, 그를 만나 ‘시’와 가까워지기 위한 방법을 들어봤다.

대학 시절, 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어땠나

당시에는 많은 문학회가 있었다. 서로 토론하고 비판하며 ‘문학이란 무엇인가’, ‘인생이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한마디로 문학이 살아있는 시대였다. 시도 마찬가지다. 좋은 시를 찾아 편지에 인용하고, 자신의 감정을 시로 써 전달하기도 했다. 시가 일상화된 아름다운 시기였다.

그때와는 달리 시에 대한 관심이 식은 것 같다. 무엇 때문이라 생각하는가

우선 시인이 문제가 있다. 예전의 시는 읽으면 바로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쉬웠다. 하지만 지금의 시는 전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지 않고, 본인 외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시들이 많다. 시를 받아들이는 독자들도 문제가 있다. 음악도 자주 듣는 것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렵다. 시가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자주 읽고 많이 읽어야 이해할 수 있다. 낭만이 사라진 현대 사회도 이유가 될 수 있다. 합리적인 사회에서 시나 읊조리고 있는 사람은 바보로 취급당한다. 하지만 ‘문학의 쇠퇴’는 지나친 우려가 아닌가 싶다. 시가 필요해지면 자연스레 시를 쓰는 사회가 다시 찾아올 것이다.

▲ 김이듬 시인은 자신과 같은 일을 하는‘ 동지’ 시인들이 많이 배출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시가 어려워 멀리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시는 절대 정답이 없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석하면 된다. 소리 내어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시가 좀 더 친근하게 다가올 것이다. 절대로 시를 해석하며 읽지 말고, 언어가 주는 묘미에 빠져들어라. 지나가다 흔히 볼 수 있는 꽃을 보듯 시를 대하라. 꽃을 분석하며 보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자연을 대하듯 친숙하고 담담하게 시를 읽어라.

반대로 시를 쓰려 하는 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다면

많이 도전하고 많이 실패하라. 먼저 사랑하고 깊이 고뇌하라. 어차피 깨지는 것, 움츠려있지 말았으면 좋겠다. 또 뻔한 말이지만, 많이 읽어라. 시가 아니더라도 많은 것들을 접하는 것이 좋다. 길이 보일 것이다. 많이 읽고 많이 써라, 시 쓰는 것에 지름길은 없다.

그렇다면 어떤 시가 좋은 시라고 생각하는가

‘불편해지는 시’가 좋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틀과 맞지 않는 시는 불편하기 마련인데, 이런 시는 틀을 깰 수 있는 계기를 준다. 갇힌 사고에서 벗어나면 자유롭게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다.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되고 세상 모든 것들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시를 통해 행복해질 수 있다. 시가 곧 ‘자유’와 ‘해방’이다.

마지막으로 김이듬 시인이 생각하는 ‘시의 매력’은 무엇인가

나는 ‘삐딱선’ 타는 것이 좋다. 사회 체제가 강요하거나 인정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시다. 다른 것을 생각하고, 다른 방식의 삶을 보여주고. 세상에 전혀 없는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 다른 예술도 마찬가지겠지만 시는 더욱 특별한 것 같다. 다른 도구 없이 펜과 노트만 있으면 할 수 있다. 시는 축복받은 예술이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