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캠 대학생활원, 아침 식사 제공 중단
-원생들, 인근 식당도 없어 매일 편의점 향해
-전자레인지·냉장고도 없어 불만 폭증
-"부산캠처럼 식사 선택권 줬으면"

오전 9시 수업이 시작되기 한 시간 전, 우리 대학 IT응용공학과 재학생 강수찬(가명) 씨는 밀양캠퍼스 정문을 나섰다. 이번 학기부터 대학생활원 식당이 아침 식사를 제공하지 않기로 한 탓에 다른 식당을 찾아 나선 것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건 술집 5곳뿐. 문을 연 식당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약을 먹으려면 뭐라도 먹어야 해 하는 수 없이 편의점으로 향했다. 그러나 남은 건 고작 삼각김밥 한 개. 석 달째 이런 일이 반복되니 이젠 밀양캠퍼스 생활이 지친다. 강수찬 씨는 아침마다 먹거리를 찾기 너무 힘들다학교도 학생을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한숨 쉬었다.

우리 대학 대학생활원 밀양캠퍼스분원(이하 대학생활원)이 적절한 대안 없이 아침 식사 제공을 중단해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31일 대학생활원 식당은 아침 식사 제공을 중단했다.

취재 결과, 우리 대학 밀양캠퍼스 안은 물론이고 정문 인근에도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은 전혀 없었다. 원생들은 대학생활원 내 매점 및 편의점, 정문 앞 편의점을 이용할 수 있지만 이곳에서도 재고를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5월 17일 오전 8시 40분 기준 우리 대학 밀양캠퍼스 정문 앞 편의점에 진열된 간편식. [취재원 제공]
지난 5월 17일 오전 8시 40분 기준 우리 대학 밀양캠퍼스 정문 앞 편의점에 남아 있는 간편식. [취재원 제공]

"대안 없는 막무가내식 행정"

원생들은 이러한 고통을 석 달째 방치하고 있는 대학본부에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강수찬 씨는 열악한 인프라에 학생들을 오게 했으면 아침 식사만이라도 제공하는 게 도리 아닌가라고 말했다. 다른 원생 A 씨도 부산캠퍼스는 학식이 1000원이고 결제 혜택도 있는데 밀양캠퍼스는 혜택은커녕 아침밥 자체가 없어졌다이게 과연 캠퍼스가 할 수 있는 최선인가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원생들은 적절한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아침 식사 제공을 중단하는 건 무책임한 처사라는 반응을 보인다. 적어도 미리 음식을 사놓고 저장할 냉장고와 데워먹을 수 있는 전자레인지는 마련해야 했다는 것이다. 대학생활원은 이러한 요구를 안전상의 이유로 거부했다. 지난 111일 우리 대학 홈페이지 PNU건의함에 올라온 관련 게시물을 보면, 대학생활원 관계자는 조리할 수 있는 시설이나 음식 보관 시설 문제는 위생과 안전상 위험 문제가 있어서 제공할 수 없다라고 답했다.

"식당 운영 어려워 힘들게 내린 결정"

대학생활원은 아침 식사 제공을 중단한 이유로 재정적 어려움을 든다. 대학생활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아침 식사 인원은 전체 원생 600여 명 중 250여 명이었으나 4월부터는 150여 명으로 줄었다. 대학생활원 손혜영 영양사는 식당 이용 인원에 비해 인건비가 너무 많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아침 식사 제공을 중단한 또 다른 근거로 대학생활원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제시한다. 2회에 걸쳐 원생들에게 선호하는 식사 형태를 설문 조사한 결과 2회 모두 아침 식사 제공을 중단하자는 의견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생들은 아침 식사 폐지가 아닌 '식사 선택권'을 원했다. 지난 2학기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학생활원은 현재 직영 중인 대학생활원 식당과 학생회관 식당의 통합을 전제로 원생들에게 ‘식권제 자율이라는 선택지를 줬고, 응답자의 50.9%가 이에 투표했다. 그러나 통합식당 운영이 논의 단계에 머무르자 원생들은 실망감을 금치 못했다. B 씨는 당시 원생들이 주장한 바는 아침을 먹는 원생과 먹지 않는 원생이 모두 만족하도록 부산캠퍼스와 동일하게 '식사 선택권'을 달라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대학생활원은 모두가 만족하는 결정을 내리기는 힘들다며 양해를 구했다. 손 영양사는 밀양캠은 다양한 형태로 식사를 신청받으면 운영이 어렵다""지난 5년여간 고민이 많았지만 조금 더 많은 의견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원생회가 후보 미등록으로 부재해 원생 의견을 반영한 식당 운영에는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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