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리빙랩 진단따라 취재했더니
-비상벨 신뢰 47.8%지만 무용지물 가까워
-출동 안하거나 해도 인력도 의문
-관심 환기·셉테드 정비 필요성 대두

우리 대학 부산캠퍼스의 비상벨, 시큐리티 폴, CCTV 등 교내 방범 시스템에 공백이 큰 것으로 드러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채널PNU는 지난 45일 전국 최초의 '치안리빙랩'이 부산캠퍼스 교내외 치안 수준이 높지 않다고 진단한 결과를 바탕으로 교내 치안 시스템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인식 수준을 후속 취재했다. 우선 지난 415일부터 52일까지 우리 대학 부산캠퍼스 학생들 30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교내 체감 치안 수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선택형 객관식으로 구성된 9가지 항목에 300(104·196)이 응답했다.

[(c)한지윤 디자이너]
[(c)한지윤 디자이너]

화장실 '비상벨' 실효성 의문

우리 학생들은 설문조사에서 화장실을 교내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장소 2(11.5%)로 꼽았지만 상당수(47.8%)는 범죄의 위협을 느끼거나 다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화장실 비상벨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와 달리 비상벨은 무용지물에 가까운 것으로 파악됐다. 본지가 지난 429일부터 53일까지 단과대학 중 5(문창회관, 인문대학, 경영대학, 사회과학대학, 경제통상대학)의 화장실 비상벨을 불시에 확인한 결과, 경비원이 출동한 곳은 세 곳이었고, 이조차도 골든타임인 5분을 넘긴 후였다. 비상벨을 누르는 즉시 대학본부 경비 업체인 '에스원'으로 연결되며 보안요원이 현장으로 출동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실제와 다른 것이다.

문창회관 3층 세면대 앞에 설치된 비상벨 모습이다. [이채현 편집국장]
문창회관 3층 세면대 앞에 설치된 비상벨 모습이다. [이채현 편집국장]

무엇보다 우리 대학 비상벨은 제대로 작동되는지 현장에서 알 길이 없었다. 서울대, 서울과기대 등 타 대학의 경우 비상벨을 누르면 현장에서 알 수 있도록 경보음이 울린 후 담당자가 출동한다. 반면 우리 대학은 누군가 도착해야 정상 작동 여부를 알 수 있다.

인력 부족도 문제다. 비상벨이 정상적으로 작동해 대학본부의 에스원과 연결되더라도 출동할 인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대학본부 에스원에는 총 5(52일 기준)이 근무하는데 이마저도 주간 2, 야간 3명이다. 부산캠퍼스 부지 면적(교지)이 약 65인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비상벨 현황도 대학본부가 파악한 것과 차이가 있었다. 대학본부는 우리 대학 여자화장실에는 칸별 비상벨과 공통 비상벨이, 남자화장실에는 공통 비상벨이 있다고 했지만 문창회관과 사회과학대 일부 남자화장실에는 비상벨이 없었다.

학생 80% “시큐리티 폴 사용법 몰라

교내 곳곳에 설치된 시큐리티 폴(Security Pole)의 인지도는 매우 낮았다. 시큐리티 폴은 비상시 버튼을 누르면 보안 업체가 출동한다. 우리 대학은 2015년부터 매년 시큐리티 폴을 설치해 기존 10개에서 202231개로 대수를 늘렸다. 당시 본지는 홍보 부족 탓에 학생들이 시큐리티 폴의 존재나 사용 방법을 모르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부대신문 201554일자)한 바 있다. 7년이 지난 지금도 학생들은 설문조사에서 '시큐리티 폴을 얼마나 자주 보느냐'는 질문에 61%자주 보지 않는다고 답했고, ‘시큐리티 폴의 사용법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83.3%모른다고 답했다.

현재 사회과학대학 앞에 설치된 시큐리티 폴의 모습이다. [전형서 기자]
현재 사회과학대학 앞에 설치된 시큐리티 폴의 모습이다. [전형서 기자]

이를 두고 학생들은 시큐리티 폴에 대한 인식 강화와 사용법 홍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재명(불어불문학, 17) 씨는 "시큐리티 폴 자체를 모르니 인식 강화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정수향(문헌정보학, 20) 씨도 "안전 장치의 사용법 교육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외부인 출입 잦은데 방범은 소극

부산캠퍼스는 금정산 아래에 있어 일반 시민의 등산로로 이용될 만큼 외부인 출입이 잦다. 문제는 외부인이 단순이 캠퍼스를 돌아다니는 것을 넘어 건물까지 출입하는 일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지난 2018, 2019년 기숙사에 외부인이 출입해 발생한 범죄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위치적 특징을 고려해 치안 시스템이 체계적이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대학본부에 문의한 결과, 우리 대학에 설치된 교내 CCTV는 총 2,060대이지만 어느 건물에 얼만큼의 CCTV가 설치되어 있는지 학생 개인이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더불어 CCTV 교체 주기도 불명확해 알기 어려웠다. 반면 청주대, 호서대, 강원대 등 타 대학은 매년 전체 CCTV 설치 현황과 단대별 CCTV 현황을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학생들은 교내 가장 취약한 곳으로 금정산 개구멍’(73.8%)을 1위로 꼽으며 가로등 확충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유상아(영어교육, 20) 씨는 "부산캠퍼스의 상단에 자리한 제2사범관, 진리관, 웅비관 등 기숙사로 이어지는 도로는 여전히 어둡고 가로등 간격도 너무 넓다"고 말했다. 이재호(가명) 씨도 "학생회관부터 기숙사까지 이어지는 길이 인적도 드물고 생각보다 어둡다. 이 길을 좀 더 밝은 분위기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학본부 총무과 관계자는 "인력 부족과 운영 시스템, 장비 자체 한계를 느끼는 건 사실이다. 화장실 비상벨의 경우 이번에 점검 필요성을 느끼고 점진적으로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며, "(안전)교육이 미흡하다는 걸 인지했고 계획은 하고 있으나, 학교 부지가 넓다보니 수량이 충분하지 않아 그 효율성에 대한 우려가 있어 아직까지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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