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5일 인하대 캠퍼스에서 한 학생이 또래 학생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건물에서 추락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대학교 재학생이라는 점, 더군다나 여느 곳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캠퍼스 내에서 일어난 일이라 더욱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건물 입구의 CCTV에 포착된 것과 가해자의 진술에 따라 사건의 정황이 파악됐지만, 가해자가 피해자를 고의로 밀었는지와 관련된 증거는 확보할 수 없었다. 통합관제실이 있는 대학 본관의 교내 CCTV를 살폈지만, 사건 발생 장소는 CCTV에 잡히지 않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인하대 측은 CCTV를 증설하고 입구 통제 시스템 등을 강화한다고 한다. 이 사건을 보며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는 CCTV 증설의 필요성을 느낄 수 없었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지난 4월 필자는 우리 대학 정혜진 교수(행정학)가 주도한 치안 세미나를 취재한 뒤 동료 기자들과 함께 부산캠퍼스의 치안 수준에 대해 점검했다. 또, 당시 우리 캠퍼스 내 치안 수준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조사하기 위해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통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적극적으로 설문조사에 협조해준 학생도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비난의 댓글도 정말 많이 달렸다. ‘충분히 안전한데 왜 호들갑이냐’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치안 수준 조사와 인식 설문조사 결과로 드러난 객관적인 수치는 다르게 말하고 있었다. 우리 학교는 CCTV 사각지대가 많았고 가로등이 설치되지 않아 밤에 어두운 곳도 많았다. 또한 과반의 학생들이 ‘시큐리티 폴’의 존재를 잘 인지하지 못했고, 거의 대부분의 학생이 시큐리티 폴의 사용법을 몰랐다. 

분명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 것은 ‘익숙함’ 때문이라 생각한다. 마치 프로게이머가 최신 키보드가 아닌 몇십 년 동안 쓰던 자신의 낡은 키보드를 고수하듯이, 누구나 익숙하고 편안한 것을 지키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러한 익숙함은 일상 속에 깊이 파고들어 문제가 있어도 거의 느끼지 못하게 만들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자 하는 사람을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불편러’로 취급하도록 한다. 

아무런 사건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문제 삼는 것이 때론 피곤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문명의 역사에서 입증되어 왔듯이 발전은 작은 불편함을 무시하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주위에 예민한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시킨다. 익숙함에서 벗어나 우리 주위를 좀 더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보도1부장 신유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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