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밀양 곳곳에서는 언론과의 싸움이 진행되고 있다. 경찰은 기자들의 공사 현장 출입을 일부 제한하고 있고, 주민들은 언론의 허위·왜곡 보도와 싸우고 있다.

‘진짜’ 기자임을 증명하라
지난 2일 공사가 재개된‘ 756kV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공사 4공구’ 현장에서는 경찰이 기자의 출입을 일부 제한하고 있다. 기자 신분을 증명하거나 밀양경찰서 홍보팀의 허가를 받은 후에야 출입이 가능하다. 지난 10일, 부북면 위양리에 위치한 126번 공사현장에서도 경찰들은 바리케이드를 치고 기자 출입을 제한했다. 기자가 기자증을 제시한 후 경찰 임시초소 세 곳을 통과했으나 이내 뒤쫓아 온 경찰이‘ 출입을 허가할 수 없다’는 말을 전했다.

경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공증된 언론사 기자만 출입이 가능하다”고 밝혔으나, 공증의 기준이 무엇이냐고 묻자 “공증된 기관이라는 기준은 명령 사항이기 때문에 밀양시 관계자와 이야기하라”고 답했다.

이와 같은 일부 출입 제한 조치는 임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밀양경찰서 홍보팀 정철현 씨는“ 취재진이 많이 오면 주민과 불필요한 충돌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며“ 정확한 보도를 위해 기자협회에 등록된 기자만 출입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기자협회 사무국 측은“ 기자협회 등록자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신분증은 따로 발급하지 않는다”며 기자협회 등록자 확인을 위한 밀양시와의 협의도 없었다”고 전했다.

▲ 127번 송전탑이 건설될 자리에 위치한 움막이다. 밀양 할머니들은 송전탑이 건설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시도 자리를 비우지 않는다(사진=이광영 기자)

언론사 취재를 거부한다
지난 6일, <뉴시스>는“ 구덩이 판 사람은 통진당 당원들”이라는 기사를 통해“ 96번 송전탑 공사 현장에서 발견된 무덤처럼 생긴 구덩이는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판 것”“, 목줄 10개를 건 사람들도 통진당 당원”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지난 7일,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의 매체에서도 이와 같은 보도를 냈다. 이에 통진당은 보도자료를 통해“ 마을 청년회 일꾼들이 시작부터 끝까지 주도했다”고 밝혔으며,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통진당 당원 20여 명이 방문한 것은 사실이나 구덩이는 그 전날부터 마을 청년들이 파기 시작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뉴시스>만 반박 기자회견을 보도했을 뿐, 해당 기사를 보도했던 다른 매체들은 주민과 통진당의 반박의견을 전하지 않았다.

일부 언론들은‘ 밀양 송전탑 사태는 외부 세력이 조장한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통진당 등 극렬 시위를 주도하는 외부 세력 (지난 3일 보도)”, <문화일보>는“ 탈핵, 환경단체 등 외부인들이 주민들에게 설파한 논리(지난 7일 보도)”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에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박정희 사무국장은 “영향력이 큰 중앙언론들이 ‘외부세력’이라는 단어를 쓰며 이념적 갈등으로 몰아가는 것은 부당하다”며“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중재안을 내놓는 언론의 역할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권윤한(밀양시 부북면, 84) 씨는“ 한전측에게 유리한 사실만 보도하고 우리 이야기는 숨긴다”고 전했다. 서종범(밀양시 부북면, 55) 씨 역시“ 전기를 쓰는 국민이라면 밀양 송전탑 사태에 공감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시민단체들이 외부세력이 아니라 한전과 경찰이 진짜 외부세력”이라고 말했다. 결국 부북면 주민들은 지난 11일, 모든 언론사의 취재를 거부하기로 했다. 이남우 주민대책위원장은“ 무덤 관련 보도뿐만 아니라 이치우 이장님 분신자살 사건도 부주의로 인한 사고사라고 보도하는 등 언론사의 왜곡이 너무 심하다”며 취재 거부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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