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주민들의 저항에 부딪혀 한 달도 못돼 중단됐던, 밀양 송전탑 공사가 지난 2일 재개됐다. 지난 4개월 동안 이뤄진 당국과 주민 간 협상이 결렬되면서,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이하 반대대책위) 김준한 공동대표는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이 소통할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며“ 국민들이 정확한 사실을 알 수 있도록 TV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한전 밀양지사 특별대책본부 박장민 차장은“ 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기 때문에, 공사 철회는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공사강행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합의점 없이 평행선을 달리는 밀양 송전탑 사태는‘ 공권력 남용’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으며‘, 외부세력 개입’과‘ 사법권, 국민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과도한 경찰력 투입, 공권력 남용으로 이어져

▲ 지난 5월 송전탑 건설 현장, 경찰의 과잉 진압에 분노하고있는 할머니를 시민단체 회원이 달래고 있다.4개월이 지난 지금도 주민들의 인권이 침해받고 있다.(사진=부대신문DB)

한전의 공사 강행에 경찰은 전면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 5월, 경남경찰청은 7개 중대 5백여 명을 투입한 것에 반해 이번 공사에서는 32개 중대 3천여 명의 경찰이 투입됐다. 경찰은 병력 증대뿐만 아니라 구속수사 원칙까지 내세우며, 공사 강행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실제로 구속수사 원칙에 따라 고교생부터 87세의 할머니까지 연행되기도 했다.

이와 같은 경찰의 공권력 행사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장에는 대다수 주민이 70~80대 노인이며, 수 십명에 불과하다. 수 백명의 경찰병력이 현장에 투입돼 주민들에게 위압감을 줄 뿐만 아니라, 강압적 제압과 연행 과정에서 인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경남부산지회 정운용 대표는 “경찰이 노인분들에게 폭언을 퍼붓고, 강압적으로 연행하는 등 주민들의 인권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대표는“ 송전탑 문제로 인한‘ 주민들간의 갈등’‘, 분실자살’과‘ 경찰의 탄압’으로 주민들 중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전기를 쓰는 우리 모두의 문제
최근 밀양 송전탑 사태에 있어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외부세력 개입’ 문제다. 지난 8일 홍준표 경남도 지사는 대도민 호소문을 통해“ 밀양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들이 밀양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외부세력이 합리적인 문제 해결을 가로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비판 속에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8일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현장 주민들에 대한 지원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탈핵희망버스 기획단 이보아씨는“ 일부 언론의 의혹은 밀양 송전탑 문제의 본질을 흐리기 위함”이라며“ 밀양 송전탑 문제는 전기를 쓰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고 반박했다.

사법권과 인권위는 독립성을 포기
200여 건의 고소 고발이 있었지만, 법원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송전탑 공사 추진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 8일 법원은 한전이 제기한 공사방해금지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창원지법 밀양지원 민사부는 결정문을 통해“ 밀양 송전선로 공사는 국민 편의를 위한 공익사업”이라며“ 공사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법원뿐만 아니라 인권위도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의 긴급구제 요청에 대해 심의대상이 아니라며 상임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다.

법원의 판결과 인권위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 단체는 반대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매주 탈핵 희망버스가 밀양을 방문하며, 반대대책위 후원계좌에 2천여 만원의 후원금이 접수되는 등 주민들에 대한 지원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반대대책위 김준한 공동대표는 “공정성을 지켜야 하는 사법권과 인권위마저 우리를 저버렸다”며“ 그 진정성이 의심스럽지만, 개의치 않고 반대활동을 이어 나갈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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