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 좋아하는 영화나 게임에서 나오는 소품을 가지고 싶었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또 상상에서 그칠 수밖에 없었던 나만의 아이디어가 있었을 것이다. 그 어디에서도 판매하지 않거나, 주문제작을 맡기기에는 너무도 비싸서 포기했던 아이디어들. 그런 아이디어들을 현실로 불러낼 수 있는 방법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바로 메이커 문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런 방법을 실천으로 옮기고 있다. 이에 <부대신문>이 일상 속에 자리 잡은 메이커 문화를 알아봤다. 

메이커 문화란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는 문화를 말한다. 해당 문화는 차고에서 물건을 수리하던 미국의 개러지 문화에서 비롯됐다. 이후 잡지에 나오는 공산품을 자신이 직접 만들며 다른 사람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커뮤니티가 형성돼 문화로 변한 것이다. 이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었던 기존의 개인 제작과는 다르다. 자기만족을 위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

이런 흐름 속에서 메이커 문화의 규모도 커져갔다. 우리나라는 2012년 서울에서 최초로 메이커 페어가 개최돼 대중들에게 메이커 문화가 알려졌다. 2006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메이커 페어는 메이커들이 모여서 직접 만든 것을 일반인들에게 보여주고 설명하는 축제다. 국내에서 메이커 페어는 총 8회 진행됐고, 메이커 400여 명이 100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전시하면서 1만 4천 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낮아진 허들에 
질주하는 메이커 문화

이렇게 메이커 문화가 활성화될 수 있었던 이유는 진입장벽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3D프린터 등의 최신기술을 사용해 관련 전공자들만 가능하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초·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메이커 문화 교육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어릴 때부터 메이커 문화나 기계를 접할 경우 쉽게 기계를 다룰 수 있게 되고 관련된 취미를 두려움 없이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온라인을 활용한 교육 기회도 늘어났다. 이를 통해 일반인들도 메이커 문화를 쉽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게 됐다. 이태욱(한국교원대 컴퓨터교육) 교수는 “과거 일반인들은 과학, 기술 공학때문에 메이커를 어렵게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쉽게 볼 수 있고 체험할 수 있게 되면서 만드는 행위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교육을 바탕으로 직접 메이커를 실천할 수 있는 공간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공간을 메이커 스페이스라고 한다. 메이커 스페이스는 메이커에 필요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해당 장소를 방문해 직접 물품을 만들어보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국내 메이커 스페이스는 2015년 기준 △서울 11곳 △인천 2곳 △경기 8곳 △부산 7곳이었지만, 2018년 △서울 36곳 △인천 10 곳 △경기 30곳 △부산 18곳으로 그 수가 증가했다. 이 중 공공 메이커 스페이스는 어느 누구나 기기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에는 하나의 물건을 만들기 위해 개인이 자체적으로 장소나 기계를 마련해야 해서 비용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메이커 스페이스에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덕분에 과거에는 관련 전공자들만 기계를 주로 사용했다면 이제는 일반인들도 쉽게 기계를 접할 수 있게 됐다.

 

메이커 문화로 하나되는 우리들

메이커 문화는 단순히 제작의 개념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를 통해 새로운 문화의 장이 만들어지고 있다. 메이커들은 자신이 만든 작품들을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공유한다. SNS를 통해 서로의 작품을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것을 넘어서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끼리 모여 커뮤니티를 구축해 문화의 장을 만든 셈이다. 메이커 교육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단체인 메이커교육실천은 “외부의 요구가 아닌 내적 동기를 바탕으로 참여하는 문화이기 때문에 정서적 유대감이 잘 형성된다”라며 “공유 행위가 개인에게 부담이 아닌 즐거움으로 다가가고 있어 새로운 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메이커 문화를 통해 지역 내 커뮤니티를 형성한 사례도 있다. ‘M042’는 대전지역을 기반으로 메이커들이 모인 단체다. 해당 단체에서는 대전 월평동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 중 대전시 풀뿌리 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은 지역 공동체와 메이커들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메이커 문화의 중요성에 대해 공유한다. 그리고 메이커들의 창작과정과 장비 사용법을 공유해 메이커 문화 활성화를 유도하기도 한다. 

 

메이커‘사업’아닌 메이커 ‘문화’

메이커 문화가 시민들 사이에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메이커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미국은 사기업이 메이커 문화를 주도적으로 이끈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 주도로 메이커 문화가 이뤄지고 있다. 낙후되거나 망한 공장을 리모델링해 메이커 문화를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메이커 문화가 제조업을 대체할 하나의 기술이나 사업처럼 취급돼 문화로서의 본질이 흐려진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메이커교육실천은 “메이커 문화가 일종의 유행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라며 “기술 적용, 창업 등의 표면적인 부분만이 부각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데서 끝나는 것을 넘어 메이커들 간 협업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아직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진행하고 있는 활동은 장비 활용 교육에만 그치고 있다. 이는 메이커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기까지 부족하다. 활동 과정을 서로 공유하면서 배워나가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부산에 위치한 메이커 스페이스 ‘ZAM's Lab’ 정주훈 총괄 PM은 “내가 무엇을, 왜 만드는가 생각하는 부분이 중요하다”라며 “팀을 통한 협업 문화가 돼야 하는데 현재의 메이커 문화는 개인 문화에 가까워 자기가 아는 것만 출력해낼 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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