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연극의 해다. 하지만 부산 내 소극장의 상황은 참담하다. 소극장은 실험적이고 다양한 공연을 할 뿐만 아니라 연극이 발전해나가는 과정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줄 수 있는 지원정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이에 <부대신문>이 소극장 종사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강원재 회장(이하 강원재) : 부산소극장연극협의회 강원재 회장입니다. 청춘나비소극장을 운영했으며 현재 청춘나비제작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호민 대표(이하 호민) : 하늘바람소극장 극단 아센 호민 대표입니다.

△현재 부산 내 소극장 현황이 어떻게 되나요?
호민 : 부산소극장연극협의회에 소속된 한결아트홀은 휴관했고 청춘나비소극장은 폐관했습니다. 수입은 예전과 동일한데 물가는 상승세라서 자비로만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최근 들어서 상황이 더 안 좋아진 건가요?
강원재 : 사실 상황은 계속 안 좋았어요. 청춘나비소극장이나 한결아트홀 사태는 곪았던 부분이 터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황이 더 악화될까봐 우려하고 있어요. 
호민 : 예전에도 상황은 어려웠어요.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이 기초예술보다는 축제에만 치중되어 있거든요. 문화계 지원 제도들도 실질적인 부분과 동떨어져 있어서 현실적인 어려움은 지속됐습니다. 앞으로도 상황은 더 심해질 것이라 생각해요.

△금전적인 부담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강원재 : 운영적인 부분에서 금전적인 부담이 생깁니다. 대다수의 소극장들은 수익을 목적으로 운영되지 않습니다. 운영을 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수익만 내고 있어요. 하지만 소극장을 운영하는 분들이 대부분 임차인이다 보니 월세나 물가가 늘어나면 이를 감당하기가 힘들죠. 
호민 : 월세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한결아트홀이나 청춘나비소극장의 경우에도 월세 문제로 곤란을 겪었습니다. 저 또한 건물주가 바뀌면서 전세금이 더 올라 융자를 받아야만 메꿀 수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어려운 점이 있나요?
강원재 : 제일 큰 문제는 전문 인력이 부족한 것입니다. 배우와 스태프는 갈수록 더 줄어들고 있어서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것도 어려워지고 있어요. 다른 지역으로 인재가 유출되는 비율도 높아요. 실제로 부산 내 대학의 연극영화과를 졸업해도 모두 서울로 올라가는 상황입니다. 서울은 대학로라는 메카가 있고 시장 자체가 크니까요. 특히나 아쉬운 점은 기획자가 많이 없다는 것입니다. 공연을 계획하고 실현시키려면 기획자가 필요한데, 극단의 연출가가 기획까지 같이 하려다 보니 힘에 부칩니다.  
호민 : 무대 장비를 보관할 곳이 없다는 것도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제가 부산시립극단에 소속돼 있던 1998년에도 무대 장비 보관소 이야기가 나왔어요. 오래전부터 무대 장비 보관소가 실제로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음에도 도외시됐습니다. 보관소가 있으면 세트를 같이 공유하거나 제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현재는 세트를 극장 구석에 보관했다가 재활용하고는 해요. 보관소가 생기면 재활용 할 수 있는 기회도 더 많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보관소는 지금이라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시에서 유휴 공간을 싸게 구입해서 극단들이나 소극장에게 싼값에 임대를 해주면 됩니다. 하지만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가 관심이 없으니 이뤄지지 않는 거죠.

△소극장들의 운영난에 대해 부산시가 인지하고 있나요?
강원재 : 올해 초 청춘나비소극장이 폐관한다는 사실이 언론에 다뤄지면서 소극장 대표들과 부산시 관계자들이 만나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간담회 전까지는 소극장이 힘든 상황을 실감하지 못하는 눈치였어요.
호민 : 부산시에 운영과 관련한 지원 제도가 필요하다고 항상 이야기합니다. 좋은 방향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은 오지만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서울과 대구 같은 경우는 임대료와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는데 부산은 기초연극에 대한 인지가 없는 것 같습니다.  

△부산시나 부산문화재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소극장 지원 정책이 있나요?
강원재 : 소극장 활성화 사업 목적으로 매년 페스티벌을 진행하는 데 부산시에서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 하나를 제외하고는 지원받는 사업이 없어요. 부산문화재단에서도 소극장을 지원해주는 것은 없었습니다. 올해 소극장 위기가 부각되고 나서야 부산문화재단 지원 사업 중 소극장에 공간을 지원해주는 사업이 처음 생겼습니다.
호민 : 소극장들이 자체적으로 부산문화재단에 신청하는 지역특화사업이 있었지만 지원 대상은 소극장만이 아니었습니다. 연극을 전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은 축소돼있어요. 지원금액은 상승했지만 전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지원이 되지 않았습니다.

△부산시가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정책은 무엇인가요?
강원재 : 소극장이 계속해서 공연을 할 수 있도록 금전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지금 가장 심각한 건 다른 소극장들이 언제 폐관될지 모른다는 거예요. 소극장들은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미 오랫동안 버텨왔기에 힘에 부치는 점도 있어요. 이런 소극장들을 위해 임대료 지원과 같은 긴급 수혈이 필요합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을 못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임대료와 같이 고정지출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이 제일 시급합니다. 
호민 : 연극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들과 비전업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구별 기준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소극장을 오래 운영한 사람이나 취미로 연극을 하는 사람이 똑같은 지원을 받고 있어요. 경력이 오래됐다고 대우받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전업과 비전업을 구분하여 지원 사업을 만들어야 합니다. 여러 지원책에 있어서 전업으로 연극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중을 크게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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