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가도>(감독 장준엽, 진청하, 전신환 | 2018 )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유족들의 아픔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정치인들로 인해 유족들은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없다. 세월호가 지겹다는 시민들의 반응도 유족들에게 상처를 준다. 세월호 참사는 유족들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에게도 생채기를 남겼다. 수많은 사람 중 가장 대우받지 못한 사람들을 꼽으라면 바로 ‘민간 구조자들’이다. 

옴니버스 구성으로 진행되는 영화의 두 번째 이야기는 선박 사고에 민간 구조자로 투입된 상원(유재명 분)의 트라우마와 죄책감을 다뤘다. 짧은 러닝타임 속 눈길을 끌었던 장면은 잠깐 나온 동사무소에서 당황스러워하는 상원의 모습이었다. 구조 작업을 위해 먹었던 약 비용을 청구하고자 동사무소를 방문했지만 규정이 없어서 불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온다. 민간 잠수사들은 목숨을 걸고 잠수를 해 세월호 사건 당시의 실종자들을 유족의 곁으로 보내줬지만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80여 일이 넘는 구조 활동이 끝나고 그들에게 남은 건 트라우마와 부상뿐이다. 유가족들에게 많은 도움을 줬던 그들은 국가로부터는 전혀 도움을 받을 수 없다. 민간 잠수사들은 수난구호법에 따라 일부 치료비만 지원받을 뿐, 정작 비용이 많이 드는 잠수병 치료비나 생업을 잃은 피해에 대한 보상은 받지 못한다. 2016년 6월 민간 잠수사 고 김관홍 씨의 사망을 계기로 국회의원 70명이 이른바 <김관홍 법>을 발의했다. 현행법이 지원하지 못하는 세월호 민간잠수사와 소방공무원 등이 완치될 때까지 치료를 지원하고 노동능력 손실에 대해 보상을 해주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아직도 <김관홍 법>은 국회에 표류한 채 남겨져있다.

영화의 끝에서 다시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나온다. ‘봄이가도’라는 제목은 사랑하는 사람과 지냈던 날들이 지나도 괜찮을 것이라고 위로하는 뜻을 지닌다. 하지만 현실은 영화가 말하는 바와 다르다. 세월호 유족들은 아직도 고통 속에서 힘겨워한다. 단순히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흐지부지한 국가의 대처와 지겹다는 사람들의 반응은 그들을 더욱더 아프게 한다. 양복을 입고 국회 의사당에 서서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만 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이제 지겹다. 말로 아닌 행동으로 세월호 참사로 상처받은 이들을 치유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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