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용 전 교육홍보 실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지난 10일 인덕관 대회의실에서 사회과학연구원과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의 주최로 ‘식민 지배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의 강연이 열렸다. 최근 빚어진 우리나라와 일본 간의 정치 및 역사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지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강연을 시작하기 앞서 민족문제연구소 박한용 전 교육홍보실장은 “예전에 부산대에서 강연했을 때는 참여자가 4명뿐이었다”라며 “이번에는 사람들이 많이 와서 감개무량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본격적인 강의는 뉴라이트의 역사 인식 구조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했다. 뉴라이트 역사 인식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식민지근대화론’이다. 세부적인 논리로는 △자본주의의 우월성과 영원성 △대한민국 성공 신화론 △식민지근대화론 △ 이승만 국부론 ·건국대통령론 등이 있다. 박한용 강연자는 각각의 주장들에 대해 설명했다. 대한민국 성공 신화론은 대한민국이 식민지로부터 독립한 나라 가운데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나라임을 주장한다. 박한용 강연자는 청중에게 대한민국이 일제 강점기 이후 어려움을 극복하고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선 것이 맞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청중이 그렇다고 답하자 박한용 강연자는 “이게 뉴라이트의 논리다”라며 “단순하게 사실로 존재하는 명제 하나만을 내세우기 때문에 반박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주장 자체는 사실이지만 그 이면은 일제 강점기 덕분에 이런 성장이 가능했다는 의미가 숨어있다

다음으로는 △경기도 현대사 △명동거리 소개서 △특정 출판사의 역사 교과서를 보여주며 일제 강점기 서술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뉴라이트 학자들이 제시하는 통계나 주장의 잘못된 점을 하나씩 짚었다. △일제시대 산미증식계획 △일제가 공중 보건과 전염병 예방에 힘써서 한국인 인구가 급증했다는 주장 △일제의 학교 설립 등에 대한 뉴라이트의 긍정적인 역사 인식을 비판했다. 뉴라이트는 일제 강점기 때 산미증식계획이 쌀을 수탈한 게 아니라 돈을 주고 사 갔다고 해석한다. 그에 따라 한반도 전체의 소득은 증가했으며 혼식함으로써 우리나라 사람들이 건강해졌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에 박한용 강연자는 일본은 조선인들이 섭취해야 할 몫의 쌀까지 가져갔다며, 때문에 이는 기아수출로 기형적인 구조라고 말했다. 그리고 일반 농민들이 돈을 벌 수 있었던 게 아니라 동양척식주식회사나 친일파 대지주들이 돈을 버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익이 누구에게 돌아가느냐가 핵심인데 그 부분은 빼고 해석했다”라며 “물건을 팔아 수익을 얻는 시장 논리대로 갔지만 농민들은 그 혜택을 받지 못하고 대지주와 같은 사람이 돈을 버는 부의 편중으로 이어졌다”라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조선총독부가 제작한 1937년부터 1945년까지의 전시 체제 때 식민지 조선인의 삶에 대한 영상을 시청했다. 박한용 강연자는 “통계는 고문 받는 사람의 수에 따라 다르게 나온다라는 말도 있다”라며 “통계를 왜곡하는 것도 문제지만 통계 외의 역사적, 정황적 사실을 봐야한다”라고 말했다. 

참여자들은 현재 시류에 알맞은 유익한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강연에 참가한 A 씨는 “같은 한국인으로서 왜 뉴라이트 학자들은 일본인의 시각에서 보는 건지 모르겠다”라며 “뉴라이트 이론의 근간에 일본이 있다는 게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김경원(경영학 19) 씨는 “뉴라이트의 근거가 납득되는 부분도 있어서 개인의 의견으로도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하지만 통계를 의도적으로 해석한 걸 보자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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