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신문 기자라면 한번쯤 대의원총회가 우리 학교에서 얼마나 중요한 대의기구인지 배운다. 나는 대학부 기자라서 적어도 세 번은 그 중요성에 대해 배운 것 같다. 대의원총회의 중요성은 우리가 낸 학생회비가 어떻게 쓰였고 어떻게 쓰일지 결정되는 자리라고 하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이번 임시대총에서 통과된 예산은 약 2천 만원 이다. 그렇게 대총에 대해 배울 때마다 실제론 어떤 식으로 진행될까 항상 궁금했고 기대했다.

나에게 이번 대총은 벌써 세 번째이다. 그러나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세 번 모두 정상적으로 끝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한 번은 중도 폐회됐고 한 번은 열리지도 않았다. 특히 이번 대총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먼저 대의원 전체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인원이 참석했다. 그럼에도 대총은 개회됐고 여러 안건들이 통과됐다. 대총을 열게 된 경위를 묻자 총학은 다른 날은 일정상 불가능했고 공결인원이 많아 개회할 수 있는 날짜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공결 인원은 유효제적인원에서 제외돼 참석인원이 적더라도 개회할 수 있다. 꼼수를 쓴 것이다.

아무리 급했다고 해도 이러한 행동이 정당화되지 않는다. 앞서 말했다시피 대의원총회는 학생들에게 영향을 끼칠 여러 사안들을 심의하고 결정한다. 때문에 학생들의 대표자인 대의원들의 의견이 필수적으로 반영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대총은 40여 명 남짓한 대의원들의 의견만 반영됐다. 두 개 단과대학의 총 대의원 숫자에 불과하다. 이러한 절차로 통과된 예산안과 인사 임명에 과연 학생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총학은 출마 당시 학생회의 신뢰를 되찾겠다고 밝혔다. 이전 총학들의 문제로 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기대감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목표는 총학 이외에도 모든 단과대학, 학과 학생회들이 가졌던 것일 테다. 그러나 임기 절반이 지난 지금 그 목표가 실현됐는지 잘 모르겠다. 오히려 신뢰가 더 떨어지지 않았을까.   
  취재를 하면 할수록 대의원들에게서 무기력함을 느꼈다. 그들이 나에게 하는 말이 적당히 타협하자는 얘기로 들렸다. 누구는 현실적인 상황을 이유로, 누구는 더 부딪쳐도 소용없다는 일종의 체념으로 또 누구는 본인이 들러리라는 인식으로 책임을 외면했다. 
  그들은 이러한 무기력에 익숙해졌다. 그래서 제 명찰의 무게를 잊고 사는 것이다. 물론 그들이 항상 누군가의 대표로서 자각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사적인 삶이 있다. 나는 다만 그들이 명찰을 달고 있어야 하는 순간만은 그 무게를 느끼고 그 명찰이 요구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길 바랄 뿐이다. 일 년에 두 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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