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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을 넘나드는 그들의 하루
  • 곽령은•배현정 기자
  • 승인 2018.09.16 03:57
  • 호수 1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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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 트기 전, 연화리 마을 해녀들은 일찌감치 잠수복을 갖춰 입는다. 물질에 사용할 납과 호미 등도 챙기느라 바쁘다. 오늘은 소위 ‘눈에 뵈는 물건(해산물) 다 잡는 날’이라고 한다. 물의 흐름에 방해받지 않아 원하는 곳까지 내려갈 수 있고 테왁이 휩쓸리지 않아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해녀들의 걸음걸이가 경쾌하다.  

이들은 오늘의 물질을 위해 올해 초와  어제 분주하게 준비했다. 지난 2월 해녀들은 용왕굿을 벌여 그들의 안전을 기원했다. 55년 차 해녀 최길숙(기장군, 73) 씨는 “다른 사람이 보기엔 용왕굿이 별거 아니라도 우리는 굉장히 정성껏 한다”라며 “바다 가가 잠수하면 사고 나지 말라고”라고 말한다. 또한 다음 날 물질을 위해 바람과 파도의 세기를 확인하며 해녀들은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랜 시간 바다에서 얻은 경험은 다음 날 물질이 가능한지 판단하는 척도가 된다. 58년 차 해녀 정안선(기장군, 71) 씨는 “바람도 잔잔하고 갯바위에 파도도 안 넘치니 물질하기 딱 좋다”라며 웃음을 짓는다. 

‘천지’ 글자가 새겨진 배에 해녀들이 탑승한다.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수경을 닦고 오리발을 신는다. 그리고 저마다 다른 무게의 납을 허리에 두른다. 평균 7~8kg의 납은 잠수복의 부력 때문에 차는 것이라고 한다. 마을에서 먼 거리에 있는 죽섬을 지나 대변항 마을 어장에 배가 도착하면 해녀들은 물질을 시작한다. 머리를 숙이고 다리를 일직선으로 펴 잠수할 준비를 한다. 특별한 장치 없이 온몸으로 물살을 견디며 순식간에 바닷속으로 사라진다.   

금방 해산물을 캐서 물 위로 올라오는 해녀도 있고 수심 10m 이상을 내려가는 해녀도 있다. 물질 실력에 따라 제각기인 것이다. 물질 실력이 다른 만큼 수확하는 양도 다르지만 이들은 경쟁하며 물질하지 않는다. 실력이 좋은 해녀가 나머지 해녀들을 이끌며 돕기 때문이다. 양보하고 상생하는 ‘공동’이란 말이 그들에게 어색하지 않다. 연화리 마을의 막내 해녀인 40년 차 정정순(기장군, 60) 씨는 “물질 잘하는 사람이 못하는 사람 끌어주고 물건도 보태주고 그런다”라며 “힘이 많이 되지”라고 말한다. 

해녀들은 바닷속에서 짧으면 30초, 길면 2분 정도 숨을 참는다. 쉴 새 없이 수면 위로 올라오며 짧게 숨을 토해낸다. 그때마다 “호오이”라고 들리는 휘파람 소리는 약 6시간 동안 끊이질 않는다. 숨을 멈추고 있다 한꺼번에 몰아쉬면서 나는 소리다. 둥둥 떠 있는 테왁 망사리가 해산물로 가득 채워지자 해녀들은 배로 올라타 거칠게 숨을 고른다. 최길숙 해녀는 “훅 하고 내려가 숨 참다가 올라오는데 우리가 오리보다 바쁘다”라며 “그래도 물에 가면 좋다”라고 호탕하게 웃는다. 

깊은 곳에서 숨을 참아 물질하는 해녀들. 이들은 대부분 2세대 해녀인 엄마를 따라 물질을 시작했다. 제주 출항해녀인 엄마에게 물질을 전수받은 60년차 해녀 김정자(기장군, 70) 씨는 “학교 마치면 엄마가 물에 있으니까 나도 물에 놀라고 드갔지”라며 “보고 따라한 거지. 자연스레 배웠다”라고 말한다. 

물질하고 난 후 해녀들은 육지로 와 물가에 자리를 잡는다. 테왁 보호망에 있던 성게, 전복, 소라 등을 꺼내 분류한 후 일정 양을 나눠 갖는다. 김정자 해녀는 “수심이 낮을 때는 물가에서 개인으로 하는 것도 있지”라며 “그래도 우리는 보통 다 이래해(공동분배한다)”라고 말한다. 해녀들은 짝을 지어 공동 판매장인 천막회촌으로 간다.

출판사 빨간집 제공. 도서 <청사포에 해녀가 산다>(2011) 수록 사진

곽령은•배현정 기자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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