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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도시 속 살아 숨쉬는 '해녀 문화'
  • 곽령은•반상민•배현정 기자
  • 승인 2018.09.16 04:13
  • 호수 1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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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을 자유롭게 누비며 생계를 이어가는 해녀. 해녀라고 하면 대부분 제주도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해양 도시 부산에도 해녀로 살아가는 이들이 존재한다. 2017년 12월 기준으로 해녀 751명이 부산 바다를 헤엄치고 있다. 이곳에서 해녀 고유의 문화를 계속 지켜오고 있는 것이다.

해녀 문화, 부산서도 꽃피우다

부산에 해녀가 등장한 것은 제주 해녀들이 출가물질을 하면서부터다. 당시 일본이 잠수기선을 끌고 와 제주 인근 바다의 해산물을 마구잡이로 채취했다. 이로 인해 해산물이 고갈되면서 제주 해녀들이 다른 지역으로 물질을 하러 간 것이다. 1895년 부산 영도로 처음 물질을 하러 간 이후 경상도 일원과 일본으로 그 범위가 확대됐다. 이때 부산 △영도 △송도 △다대포 △기장에도 해녀들이 정착한 것이다. 가족, 마을 주민 등이 제주 해녀의 영향을 받으면서 부산에 해녀를 중심으로 한 어촌이 형성됐다. 현재 기장군에 부산 해녀의 절반이 넘는 598명이 있고, △영도구 △해운대구 △사하구 △남구에서도 해녀들을 볼 수 있다.

바다를 누비며 일궈낸 문화

해녀는 전통 어업 방식으로 해산물을 채취한다. 특별한 산소 호흡장치 없이 바다에 잠수하는 방식인데, 이러한 전통 어업 방식이 현재까지 행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큰 가치가 있다. 이에 따라 해녀 문화는 작년 국가 무형문화재로 선정되기도 했다.

전통 어업 방식은 해양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해녀는 숨을 참는 2분 정도 동안 작업을 하고 다시 올라오는 행위를 반복하는데, 이는 해양생태계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한다. 다른 어업방식과 달리 한꺼번에 많은 해산물을 채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해녀는 주기적으로 불가사리, 깡통 등을 줍는 ‘바다 청소’를 해 해양 환경을 깨끗이 만드는 데 기여한다.

함께 작업하고 생활하는 공동체 문화도 있다. 바다를 누비는 데는 위험성이 따르기에 해녀는 항상 이웃과 함께 물질을 한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공동으로 대처하고, 많이 채취하지 못한 해녀를 배려해 수확물을 나누기도 하는 것이다. 제주학연구센터 좌혜경 연구원은 “해녀는 언제나 이웃과 함께 작업해 공동체 문화가 발달했다”라며 “실력이 부족한 후배를 배려하며 물질 기술을 알려주는 도제식 교육도 의의가 있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해녀 문화는 부산의 문화를 더욱 다양하게 만든다. 산업화된 대도시 부산에 전통적인 해녀 문화가 존재함으로써 부산의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국제해양문제연구소 안미정 교수는 “부산은 풍부한 해양 생태계를 지니고 있는 동시에 산업화된 도시”라며 “해녀 문화는 세계적인 물류 도시 부산에서 전통적 생업을 보여주기에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부산시의 움직임은?

해녀 문화는 자칫하면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현재 해녀들의 연령층이 대부분 60~70대에 달한다. 젊은 층이 해녀 직업 전승을 기피하면서 고령화가 진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계성(경남대 관광학) 교수는 “해녀 문화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젊은 해녀들의 진입이 있어야 하지만 거의 없는 상태”라며 “사회가 변화되면서 해녀가 직업군으로 인식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다른 지자체와 더불어 부산시는 해녀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잠수복 지원 △잠수병 치료 지원 △테왁보호망 지원 △해녀복지관 설립 △선진지 견학이 있다. 해녀들의 휴식공간인 해녀복지시설은 8곳이 설치되어 있고, 현재 영도구청은 복지관을 새롭게 짓고 있다. 영도구청 관계자는 “이전부터 해녀분들의 건의가 있었고 구청에서도 이에 공감해 해당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현재 잠수병 치료 지원은 수요 부족으로 중단된 상태다. 부산광역시청 관계자는 “잠수병 치료기기가 있는 해운대 백병원과 고신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라며 “그러나 해녀분들이 거리 때문에 이용을 잘 하지 않아 중단했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해녀 지원 조례가 공포되기도 했다. 그간 해녀와 관련한 법령은 어업·어촌 관련 조례에 포함되어 있었으나, 작년 1월 해녀를 육성하고 지원하고자 <부산광역시 나잠어업 종사자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된 것이다. 해당 조례는 해녀의 복지를 증진하는 지원 정책을 수립하고, 해녀 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해녀의 물질, 멈추지 않기 위해

부산의 해녀 문화를 보존하려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전문가들은 신규 해녀를 충원하는 것이 필수라고 봤다. 이를 위해 해녀 지원정책이 강화돼야 한다. 의료비 지원, 신규 해녀 지원 등 해녀들이 진정 원하고, 새로운 해녀 유입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해녀 정정순(기장군, 60) 씨는 “해녀들은 오랜 물질로 허리, 무릎 등 아픈 곳이 많다”라며 “제주도처럼 해녀들의 의료비를 지원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고계성 교수는 “초반에 경제적으로 수입이 보장되지 않다 보니 신규해녀의 진입이 어렵다”라며 “이들의 생활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의료비 지원과 신규 해녀를 양성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청 관계자는 “해녀로 등록이 돼 있으면 전·현직 모두 의료비를 지급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해녀 연구를 위한 전문 인력의 확충도 필요하다. 부산 내에는 제주특별자치도보다 수산업 해녀를 연구하는 전문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동의대학교 한·일해녀연구소 유형숙(호텔컨벤션경영학) 소장은 “그간 부산에는 해녀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 연구 인력이 없었다”라며 “해녀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관련 자료를 모으는 등 문화 보존을 위해서는 연구 인력이 충원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작년 제주특별자치도는 해녀 전담부서와 해녀문화유산과를 설치하고, 제주해녀문화 보존 및 전승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관광 자원화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관광 상품화로 해녀 문화를 사람들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형숙 소장은 “해녀들이 사람들에게 다양한 해양지식과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하나의 관광상품”이라며 “체험이나 박물관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녀의 문화를 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관광 콘텐츠 개발 과정에서 이들의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웅규(백석대 관광학) 교수는 “해녀분의 입장에서 생업이고 살아있는 생활이다”라며 “보여주기식 콘텐츠 개발을 지양하고 정체성을 지키는 선에서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물질: 잠수장비 없이 바다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어법
*테왁: 해녀가 수면에서 몸을 의지하거나 이동할 때 사용하는 도구
*테왁 망사리: 바다속에서 캔 해산물을 넣어두는 그물망으로 태왁과 붙어있음

곽령은•반상민•배현정 기자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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