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내일도 대체로 맑겠지만 아침에는 남쪽 지방을 중심으로 먼지 안개가 강해지는 곳이 많겠습니다. 날은 오늘보다 조금 더 온화해지겠는데요. 내일 서울의 아침 기온은 8도, 부산 12도 안팎으로 출발하겠고요. 한낮 기온은 서울 18도, 대구는 24도 안팎까지 오르겠습니다. 날씨였습니다” 

TV에서 기상캐스터는 내일 날씨가 맑겠다고 예고했지만 사직야구장을 찾으려던 우리의 계획은 취소될 가능성이 크다. 바로 미세먼지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야외활동 전 비가 오는지 확인했지만, 요즘은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는 사람이 많다.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린 지난달 24일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었다. 이날은 초미세먼지(PM2.5) 주의보가 발령됐다. 25일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서울은 미세먼지(PM10) 농도가 129㎍/㎥, 인천이 145㎍/㎥, 광주가 124㎍/㎥로 '나쁨' 수준(80~150㎍/㎥ 이상)이었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미세먼지란 무엇일까? 미세먼지란 지름이 10㎛ 이하인 먼지를 말한다. 이는 해변의 고운 모래 입자보다 더 작은 수준인데, 굵기가 사람 머리카락의 10분의 1 정도다. 미세먼지는 영어로 ‘입자상 물질(Particulate Matter·PM)’이라 불리는데, 흔히 말하는 초미세먼지(PM2.5)는 지름이 2.5㎛보다 작은 먼지다. 마찬가지로 미세먼지(PM10)는 지름이 10㎛보다 작은 먼지를 뜻한다. 

눈에 보이는 큰 먼지는 인체에 나쁘지만, 대게 호흡할 때 코털이나 허파의 섬모에서 걸려 재채기나 가래로 나온다. 하지만 PM10이나 PM2.5는 허파 깊숙이 침투할 수 있어 훨씬 더 위험하다.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를 채취해 화학성분을 분석해 보면, 물에 녹는 성분인 수용성 이온 성분이 50%, 유기 및 원소 탄소 성분이 약 30%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중 이온 성분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질산염과 황산염이다. 

질산염은 주로 자동차와 고온 연소시설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NOx)이 대기 중에서 다양한 화학반응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다. 황산염은 주로 석탄 화력발전소나 황 성분이 높은 연료를 사용하는 시설에서 배출되는 아황산가스가 황산염 형태의 미세먼지로 바뀌는 것이다.

미세먼지는 중국에서도 넘어온다. 석탄을 태웠을 때 발생하는 이산화황(SO2)은 공기 중에서 산소와 결합해 황산이온(SO42-)으로 변한다. 따라서 이산화황 대 황산이온의 비율을 파악하면 최초 오염원인 이산화황의 발원지를 역추적할 수 있다. 

실제로 부산대 대기과학과 김철희 교수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한반도와 주변국의 대기 중 황산화물 농도를 측정한 결과, 황산이온의 농도를 이산화황의 농도로 나눈 값이 일본에서 가장 높았고, 한국이 중간, 중국이 가장 낮았다. 황산화물(SOx)이 중국에서 처음 발생한 뒤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이동했다는 방증이다. 

최근 중국 베이징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는 400㎍/㎥, 남쪽 항저우시는 570㎍/㎥를 넘었다. 이 때문에 중국인들은 자신의 폐를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기 위해 방독면 같은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미세먼지뿐 아니라 간접흡연까지 막아주는 스마트 마스크까지 등장한 실정이다. 

내륙의 시안에서는 깨끗한 공기를 비닐봉지에 담아 파는 상인이 등장했다. 한 봉지 1위안(한화 165원)인 공기 봉지는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우리가 의식조차 못 했던 공기의 존재가 희소한 자원으로 그 가치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대동강물을 판 봉이 김선달이 희대의 사기꾼으로 통했지만 오늘날에는 페트병에 물을 사 먹는 일이 일상이 됐듯, 머지않은 미래에 신선한 공기를 캔에 담아 파는 시대가 오고 있다. 공기층의 두께는 지구의 1,000분의 1 정도로 미미하다. 사람이 사는 곳의 공기층은 수백 미터에 불과하다. 

나는 미세먼지 농도와 관계없이 롯데의 야구경기를 실내가 아닌 실외에서 관람하고 싶다. 정부는 차량운행 제한 같은 전시행정이 아니라 도심 곳곳에 나무를 심고, 버스와 택시 지붕에 정화 필터를 달아 미세먼지를 모조리 흡수해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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