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만약 어른들에게 ‘창틀에는 제라늄이 피어 있고 지붕에는 비둘기들이 놀고 있는 아름다운 붉은 벽돌집을 보았다’고 말하면 그 분들은 그 집이 어떻게 생겼는지 생각해 내질 못한다. ‘1억짜리 집을 보았어’라고 해야 한다. 그러면 ‘거, 참 굉장하구나’ 하고 감탄한다”
생텍쥐베리 ‘어린왕자’ 중에서

 

  생텍쥐베리가 살았던 시대 뿐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에도 연봉, 토익점수 등 숫자를 통해서 사람을 판단하고 삶의 모든 부분에 적용시켜 보고 있다. 전한주(사회환경시스템공 1) 씨는 “토익점수나 학점을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는 현상이 보편화되어 있어요”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런 현상은 자본주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여러 가치들을 따질 때 경제적 가치로서 유용한 것들만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인문학 서점 인디고서원의 김미현 실장은 “자본은 개인의 경제적 이익에만 초점을 맞춘다”며 “사랑, 정의, 자유 등 산술적 가치로 환원되지 않는 가치가 무시되는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가치관의 부재’ 역시 하나의 원인이 된다.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존재감을 잃어서 주어진 가치를 수동적으로 따라가기 때문에 숫자에 자신의 가치를 맞춘다. 백년어서원의 김수우 시인은 “자신과 타인의 가치를 숫자가 아닌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지면 살아있다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이 만연할 때 여러 문제점이 나타난다. 김 실장은 “숫자로 매겨진 결과물을 가지지 못할 때 쉽게 좌절한다”며 “끊임없이 부족한 부분만 바라보며 불행해진다”고 경고했다.


  모든 사회구조 속에서 숫자를 잣대로 삼는 것을 떠나 존재자체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할까. 김다영(지질환경과학 4) 씨는 “상대방을 곧바로 판단하지 말고 대화를 통해 겪어봐야 해요”라고 자신만의 방법을 소개했다. 또한 가정과 학교, 메스컴 등 사회화를 담당하는 집단의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양삼석(윤리교육) 교수는 “‘착하게 살아야 한다’와 같은 존재자체의 가치를 높이는 교육이 아니라 1등만을 강조하는 교육이 판치고 있다”며 “인성위주의 교육 프로그램의 필요”를 강조했다. 또한 김준수(철학) 교수는 에리히 프롬의 저서 ‘소유냐 존재냐’를 추천하며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존재를 찾는 방법을 고민해볼 수 있다”며 “소유물은 유한하고 외적인 것이므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방법도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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