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집 시리즈 > ① 세계의 빈집 문제

 

< 빈집 시리즈 >
① 세계의 빈집 문제
② 우리나라와 일본의 빈집대책 비교 

2015년 우리나라 빈집이 107만 채에 달하면서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내년 2월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시행을 앞두고 여론이 뜨겁다. 빈집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며, 빈집문제 관련 대책을 더욱 앞서 마련한 다른 나라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 빈집 대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해 질 무렵 사람들은 하나둘씩 조명을 켜 거리를 밝힌다. 그러나 어떤 집은 어둠이 내려도, 사방이 암흑으로 가득해져도 여전히 빛 하나 켜지지 않고 우두커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어쩌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까지 풍기는 그곳은, 낮에도 밤에도 찾는 이 하나 없는 ‘빈집(公家)’이다. 우리나라 빈집은 2015년 106만 채를 넘어섰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

‘빈집(公家)’은 사람이 살지 않아 비어 있는 집을 뜻하며, 공가 혹은 유휴공간이라고도 불린다. 나라마다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대개 거주자가 없는 주택을 빈집이라 칭한다. 우리나라는 올해 2월 제정·공포된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이 거주 또는 사용 여부를 확인한 날부터 1년 이상 아무도 거주 또는 사용하지 않는 주택을 빈집으로 규정한다. 다만 재개발, 재건축으로 인해 철거가 예정된 지역 내 주택은 빈집에서 제외된다. 일본도 평상시 거주세대가 없는 주택을 빈집으로 규정하나 △2차적 주택 △임대용 주택 △매각용 주택 등으로 보다 세세하게 구분하고 있다. 영국도 빈집 관련 제도를 마련한 상황인데, 비어있는 기간별로 단기 빈집과 장기 빈집으로 분류하고 있다.

 

인구 감소에 경기 변화로 증가세 계속

정의에도 차이가 있듯 나라마다 주거형태가 달라 원인을 하나로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빈집 발생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빈집은 인구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역 내 인구가 감소하면 빈집은 증가한다. 독일의 경우, 2015년 발표된 <늘어가는 빈집, 지역재생의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에 따르면 ‘독일 동부 작센 주에 있는 라이프치히 시는 1930년대 70만 명의 인구가 2000년에는 50만 이하로 감소했다’며 ‘인구 감소와 함께 2000년 라이프치히 시 주택의 약 20%에 해당하는 6만 호 정도가 빈집으로 방치됐다’고 분석했다. 도시와 농촌의 편차가 있긴 하지만,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농촌에 거주하던 청년들이 도시로 이주한다. 이에 따라 원래 살던 집을 지키던 부모가 죽은 후에 그 집은 관리되지 않고 빈집으로 남아버리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적으로 새집을 선호하는 경향 때문에 신축 건물의 수는 증가하지만 공급보다 인구 감소 폭이 더 큰 상황이다. 때문에 수요와 공급 간의 불균형이 빈집을 초래하는 것이다. 이동훈(서울과학기술대 건축공학) 교수는 “주택 수요보다 노후화 주택이 더 많아 빈집이 계속 누적되는 것”이라며 “수도권에서조차 신규 주택을 공급하더라도 수요가 적다 보니 분양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빈집은 경제적 여건 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경기나 사업구조 변화로 주거지나 직장이 신도시로 이동하면 거주자도 함께 이주해야 한다. 이 때 원래 살던 집에 딱히 거주자가 없다면 빈집으로 남게 된다. 일본은 경기가 변하면서 빈집이 증가한 전형적인 사례다. 1960~1970년대 일본은 소득과 부동산 상승에 따라 ‘마이홈’ 열풍이 일었다. 이는 1970년대 일본판 국토균형개발정책이 토지 투기를 불러 일으켜 땅값이 폭등했기 때문이었다. 부동산 가격은 3.5배가량 증가했으며, 국민들은 빚을 내면서까지 내 집 마련에 힘썼다. 하지만 1990년대 초 부동산 및 주식 거품이 붕괴되면서 주택 가격이 하락했고, 생산가능인구(15~64세)도 줄어들면서 부동산 가격이 회복 불능 상태에 빠졌다. 도심 땅값이 하락하자 자녀들은 대도시로 이주했고 집을 지키던 노인 부부가 숨지게 되면서 빈집으로 남은 것이다. 


선호 사업이 변화하면 그 증가세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인천이 주요 광역시도 중 단독주택만을 놓고 따진 빈집율이 7.1%로 높은 편이었다. 이는 1990년에 들어 제조업이 무너지면서 구도심이 쇠퇴하고 빈집이 증가하게 된 양상을 설명해주는 통계다. 심재승(청주대 행정학) 교수는 “도시가 외부로 확장되면서 중심 시가지가 쇠퇴하게 되고, 빈집이 증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빈집은 위험하다

빈집이 증가하는 것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빈집은 단순히 공간 낭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치안 △위생 △도심쇠퇴 등 사회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먼저 빈집은 범죄의 장소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미국의 범죄심리학자들은 ‘깨진 유리창 이론’을 제시해 건물에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된다고 분석했다. 침입이 쉽다보니 범죄자에게는 잠재적 범행 장소이자 최적의 은신처가 되는 것이다. 더구나 빈집이 많은 지역은 인적이 드물어 보행로가 대부분 어두운 편이라, 순찰을 강화하더라도 범죄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안전과 위생적인 부분에서도 문제가 있다. 빈집은 노후화되기 쉽기 때문에 지진 등의 자연재해가 발생할 시 붕괴위험이 더욱 크다. 또한 빈집의 특성상 작은 불씨에도 큰 화재로까지 이어질 우려도 있다. 뿐만 아니라 야생동물의 배설물 혹은 사체가 그대로 방치되면서 지역 내 악취를 풍길 수도 있다. 지난 18일에는 LA 한인 타운에서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수개월 째 빈집으로 남아있던 주택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빈집은 지역 전체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빈집이 많을수록 지역은 쇠퇴하고 있음을 뜻한다. 전체 주거환경은 거리의 쓰레기를 방치하는 것만으로도 악화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지역 가치 하락을 초래할 수 있으며, 도시가 양적 성장의 한계에 달해 투자가 더 이상 이뤄지지 않게 만들기도 한다. 결국 빈집의 증가는 마을 전체가 사라지는 지역 공동화 현상까지 야기할 수 있다. 이동훈 교수는 “빈집이 관리되지 않다 보면 지역의 흉물이 돼 지역 전체 환경을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며 “이는 지역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빈집 안전국?

세계 각국은 빈집에 대처하기 위해 현황파악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5년마다 실시되는 인구주택총조사를 통해 빈집의 지역 및 유형, 기간 등을 파악하고 있다. 일본 역시 주택토지통계조사로 빈집에 대한 자료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의 경우 지방세를 근거로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이렇게 도출된 통계를 살펴보자면 빈집은 증가하는 추세다. 일본은 1993년 전체 주택 대비 빈집 비율이 9.2%인데 비해 십년 새 13.5%로 증가했다.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의 빈집이 2033년에는 전체의 30.5%, 약 2,147만 채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0년도 지나지 않아 셋 중 한 채가 빈집이 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빈집은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 79만 호에서 2015년 105만 호로 급증했다. 작년 국토교통부 <대한민국 2050 미래 항해>에 따르면 2050년에는 빈집이 302만 호로 2015년의 3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작년 건축도시연구소 박성남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현재 빈집 발생 추이대로라면 2025년에는 국내 빈집 비율이 일본의 현재 빈집 비율과 유사한 수치인 약 13%까지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예측했다. 현재 일본은 ‘빈집 쇼크’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당장 십년도 지나지 않아 우리나라도 일본과 유사한 현실과 맞닥뜨릴 수 있다는 추측이다. 미래에도 인구 고령화 및 저출산은 계속된다면 빈집은 계속 증가할 테고, 우리를 더욱 위협할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우리나라도 빈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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