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볕이 따스한 지난 20일, 성학관으로 향하는 낯선 이가 있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전 집행위원장이자 현재는 동서대학교 교수인 이용관 씨다. 그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 <다이빙 벨> 상영 후 부산광역시와 마찰을 빚었고, 끝내 BIFF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이용관(동서대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 교수는 ‘민주주의학술강좌’를 진행하기 위해 우리 학교를 찾았다. 민주주의학술강좌는 우리 학교 사회과학연구원과 민주화교수협의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며, 바쁜 일상 속에서도 민주주의의 가치를 생각해보기 위한 취지로 진행된다. 이용관 교수의 강의는 ‘영화와 민주주의 - 시적 정의와 사회적 상상력, 또는 2016년과 2017년’을 주제로 했다. 단상에 오른 그는 “1990년대에 신문방송학과와 사회학과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다”라며 “부산대학교를 찾은 것은 십 년 만”이라고 감회를 전했다.

이용관 교수는 먼저 예술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울특별시 교육청이 내년부터 초중고 필수과목으로 ‘협력종합예술’ 과목을 채택한 사안을 들었다. 그는 예술이 ‘민주적 능력에 대한 투자’이며, ‘민주주의 번영을 위해 필요’하고, ‘인간의 삶과 성장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후 △시적 정의 △시적 재판관 △공동 추론(co-conduction) 등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강의의 주제인 ‘영화와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며, 한국 영화를 예시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한국 영화는 1980년대 민주화 물결을 통해 르네상스 기를 맞이했다”며 “특히 사회비판적 사실주의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 한국영화는 비판적·공적 담론 형성을 통해 시대정신을 외면하지 않으려 노력했다”며 영화 <터널>과 <동주>를 예로 들었다. 올해는 촛불집회 등의 참여 민주주의를 통해 새로운 민주주의 실천을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영화 역시 국민의 염원에 화답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강연이 끝나갈 때 즈음 그는 영화 <한나 아렌트(2014)>를 언급했다. 해당 영화는 독일계 유대인 철학자이자 정치 사상가인 한나 아렌트의 이야기인데, 말과 사유를 불허하는 설정을 통해 ‘악의 평범성’을 논한다. 그는 “결국은 사유하고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협력의 진화를 이루는 것이 민주주의에서 필요하며 영화가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강연 이후 질문시간이 마련됐다. 김한성(유기소재공학) 교수는 “이번 강연을 통해 ‘영화는 민주주의다’라는 결론을 얻었다”라며 “영화가 추구하는 사회정의에 대해 말씀했는데, 영화는 정의로운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이용관 교수는 “국내에서 천만이 넘은 영화가 열두 번째로 나왔는데, 그 영화들은 공통으로 보편적 휴머니즘과 사회정의를 이야기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영화도 사회 정의 구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연은 2시간 넘게 이어졌지만 청중들은 이용관 교수의 말에 주의를 기울였다. 강의가 끝난 후 양나영(미술학 15) 씨는 “교수님께서 수업시간 중에 이야기할 수 없는 내용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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