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입시 경쟁’, ‘대학 서열화’, ‘학벌주의’. 우리나라 교육 문제를 논할 때 매번 나오는 낱말들이다. 이를 해결하고자 몇몇 사람들은 ‘국공립대 네트워크’를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공고한 대학 서열 체제를 뒤흔드는 시도였다. 과감함은 거부감을 일으켰다. 이른바 ‘서울대 폐지론’으로 논란만 될 뿐, 정작 정말 실효성이 있는 제안인지에 대해서는 의논되지 않았다. <부대신문>은 국공립대 네트워크가 그동안 어떻게 논의됐으며, 실현 가능한지 학벌주의를 해결할 수 있는지 살펴봤다.

네트워크 실현까지 극복할 요건 너무 많아

서울대 포함 여부 제외된 국립대학 반발 우려까지

“현재 고등교육 예산으로는 불가능”

2001년 불거진 ‘국공립대 네트워크’는 지난 6월 ‘한국대학교 통합’으로 이어졌다. 개별 대학을 통합하겠다는 제안을 놓고 오랜 기간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국공립대 네트워크 실현 가능성에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 통합을 위해 극복해야 할 요건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대학 서열화의 정점 서울대학교
먼저 ‘국공립대 네트워크’에 서울대학교가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서울대학교를 제외한 채 논의되는 대학 통합이 실효적이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주요 이유다. 네트워크가 학벌주의 타파 및 고등교육의 정상화를 목표로 하고 있기에 서울대학교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김영석(경상대 일반사회교육) 교수는 “서울대학교는 법인화돼 있지만 매년 4,300억 원 이상의 국고 지원을 받고, 이는 법인회계 전체의 55%를 상회하는 액수”라며 “1인당 국고지원금액을 계산해보면 거점 국립대학교 지원금보다 3배 이상”이라고 밝혔다. 사회적교육위원회 김학한 정책위원장도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는 지역 국립대학 발전과 대학서열체제 해소가 목표”라며 “서울대학교는 전체 대학 서열의 정점에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네트워크에 포함돼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대학교를 네트워크에 포함하는 안에 대한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는 서울대학교를 포함한 국공립대학 공동 입학 및 공동 학위제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전국 국공립대학교 29곳을 하나의 대학으로 통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서울대학교를 폐지하겠다는 안이라며 반발이 있었다. 지난 1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교육개혁 방안으로 서울대 폐지를 주장한 때도 마찬가지였다.

네트워크에서 배제된 대학 반발 우려도
지역 중소 국립대학교 반발도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최근 지역 9개 거점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 안이 거론되자 해당 대학을 제외한 지역 국립대학에서 불만을 표했다. 지난 6월 목포대학교, 부경대학교 등 전국 19개 중소 국립대학이 모인 ‘지역 중심 국공립대기획처장협의회’는 긴급회의에서 ‘거점 국립대학 위주의 육성정책은 지역에 뿌리내리고 있는 지역 중심 국립대학을 소외시키는 지역 불균형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전국대학노동조합도 지난달 17일 ‘국립대학 간 서열화 조장이 아닌 진정한 국공립대 발전방안 모색이 목적이라면 9개 대학만이 아니라 전체 국공립대학 차원의 연합대학 설립 추진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한국대학교 통합 반대 시위를 했다. 안선회(중부대 교육행정경영학) 교수는 “네트워크에는 국공립대학교 모두 참여해야 한다”며 “거점 국립대학을 제외한 국공립대학에도 균형 있는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고등교육예산 확보 필요해
정부의 재정지원도 필수 요건이다. 2018학년도 고등교육 예산으로 편성된 비용은 9조 4,417억 원이다. 이는 OECD 주요국 평균 GDP 대비 공고육비 비율보다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공립대 네트워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비용 확충이 요구된다. 서울특별시교육청 조희연 교육감은 지난 3월 기자회견에서 네트워크에 서울대학교 수준의 재정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현재 규모보다 약 1조 원의 추가 비용이 든다고 예상했다. 박정원(상지대 경제학) 교수도 “거점국립대학의 교육지표가 서울 주요 사립대학교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재정 투입이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법을 제정해 예산을 확보하는 방안도 있었다. 반상진(전북대 교육학) 교수는 “내년 배정된 예산은 천억 원으로, 이는 네트워크를 실현하기엔 부족하다”라며 “하지만 정권의 의지에 따라 충분히 재원부분은 확보될 수 있으며,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 대학과 관련된 예산을 확보해야한다”고 전했다.

구성원 의견 수렴 ‘필수’
학내 구성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도 필요하다. 지난 5월 서울대학교 한 단과대학 학생회장은 서울대학교 커뮤니티 사이트인 ‘스누라이프’에 ‘대학 서열화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는 국공립대 통합정책을 폐기하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게시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국공립대 평준화(통합네트워크)’에 반대하며,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또한 대학 본부와 총학생회가 국공립대 통합정책에 대해 학생들과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지난 6월 한 신문의 보도로 ‘한국대학교 통합’ 논란이 불거졌다. 우리 학교를 포함한 지역거점 국립대학교를 ‘한국대학교’로 통합하는 안을 논의 중이라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이에 지난달 우리 학교 정문에 ‘한국대 통합, 누구 맘대로?’라는 대자보가 게재됐다. 글쓴이는 ‘통합을 학교가 아닌 기사를 통해 알아야 하냐’며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통합은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부대신문> 제1546호(2017년 8월 27일자) 참조」 이처럼 국공립대 네트워크가 형성되기까지는 학내 구성원의 의견 수렴과정이 우선적으로 진행돼야한다. 강민희(경영학 15) 씨는 “통합의 대상이 되는 모든 학교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과정을 거쳐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현석(지질환경과학 16) 씨도 “현재는 학내구성원 간의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고 논의돼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합 이후 사립대 유인 방안도 마련돼야
네트워크 형성 이후에도 여전히 해결해야할 과제는 남아있다. 현재 국공립대학교를 먼저 통합하고, 이후 참여의사가 있는 사립대학교를 포함해 네트워크를 확장하겠다는 안이 대세다. 하지만 사립대학교를 포함시킬 방안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네트워크가 구성된다면 사립대학교는 공영형 사립대와 독립형 사립대학로 나뉠 것이다. 공영형 사립대학은 협약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재정 및 운영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또한 학교 운영비 50% 이상을 정부에서 지원하되 이사진의 절반 이상을 공익 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 주도 하에 네트워크와 연합을 맺을 수 있지만, 사립대학 기존의 권한을 정부에 일부 위임해야하는 부작용도 있다. 반면 독립형 사립대학은 정부의 지원 없이 자율적으로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조상식(동국대 교육학) 교수는 “사립대학의 경우 기존 재단과의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다”며 “자발적으로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대학 외에 다른 대학까지 네트워크에 유인하기 위해서는 공적 자원 투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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