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개봉된 영화 <부산행>.  관객수 천 백만을 돌파해 역대 9위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위 사진은 영화 속 한 장면으로,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한 소녀의 모습이다.

 ‘끝까지 살아남아라’. 정체불명 좀비 바이러스를 싣고 달리는 열차를 그린 영화 <부산행>.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바이러스로 빚어진 긴급재난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열차 탑승객들은 바이러스를 피해 가장 안전한 도시인 부산으로 향한다.

‘퍽-’. 영화의 초반부, 고라니가 차에 치여 둔탁한 소리를 내며 쓰러진다. 피와 상처로 뒤덮인 고라니는 잠깐 꿈틀거리다 벌떡 일어선다. 출발 직전 열차에 탑승한 한 소녀도 같은 모습이다. 온몸에 상처가 난 채 무언가에 쫓기듯 올라탄 소녀. 그가 감염시킨 바이러스는 결국 온 열차를 바이러스로 물들인다. 소녀에게 처음 감염된 사람은 승무원이다. 목 뒤를 물려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이윽고 그는 온몸의 관절을 꺾으며 공격적인 성향을 띈다. 사슴이 같은 증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동물과 사람 간에도 바이러스 감염이 가능하다는 설정이다. 전문가들은 <부산행> 속 바이러스와 광견병 바이러스(Rabies virus)가 유사하다고 분석한다. 광견병 바이러스는 사람과 동물을 공통 숙주로 하는 병원체로, 중추신경계에 이상을 일으킨다. 이 병 역시 감염 동물에게 물려 확산된다. 바이러스는 이 방법 외에도 호흡기, 혈액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질병을 일으킨다. 호흡기를 통해 전염되는 바이러스 질병으로는 감기가 대표적이다. 또 혈액으로도 감염이 가능한데, 예로는 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가 있다. 이는 후천성면역결핍 증후군(AIDS)을 일으켜 인간 면역 체계를 파괴한다.

서울부터 부산까지 거리 442km. KTX로는 약 3시간여 소요된다. 영화 속 설정에 따르면 한 소녀의 바이러스는 그 시간동안 두 사람을 제외한 모든 탑승객에게 퍼진다. 어떻게 그 상황이 가능했을까? 바이러스(Virus)는 라틴어로 독을 뜻하는 ‘비루스(Virus)’에서 유래됐다. △동물 △식물 △세균 등 살아있는 생명체 내에서 증식하는 작은 감염성 입자다. 크기는 나노미터(nm) 단위로 세균보다 작다. 또 바이러스는 다른 생명체와 달리 아주 단순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핵산(DNA 혹은 RNA) △단백질 △외피로 구성된다. 감염성이 있는 완전한 바이러스 입자를 비리온(Virion)이라 하며, 그 중심에는 핵산이 존재한다. 핵산의 바깥쪽을 캡시드(Capsid)라는 단백질이 둘러싸고 있는 구조다.

영화 속 바이러스의 감염방식은 생활사(Life cycle)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에 진입하여 자손 바이러스를 세포 밖으로 방출하기까지의 과정을 생활사라고 한다. 크게 △진입(Entry) △유전체(게놈, Genorm) 복제 △진출(Exit) 3단계로 나뉜다. 먼저 진입단계에서는 바이러스 입자가 표적세포를 인지한 후 세포 내로 진입한다. 이후 비리온이 숙주세포에 부착해 그 막에 위치한 수용체와 결합한다. 세포막을 통과한 바이러스는 세포질 내로 침투하며, 진입단계는 바이러스의 유전체가 노출되면서 끝난다. 두 번째로 유전정보 복제 단계를 거치는데, 이는 바이러스 유전물질의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세포 내부로 방출된 바이러스 핵산은 증식을 위한 단백질 합성에 이용된다. 마지막 진출 단계에서는 △입자 조립 △방출 △성숙 과정을 거치며, 새로 합성된 핵산과 단백질은 새로운 뉴클레오캡시드(핵산과 그것을 둘러싼 단백질 껍질 복합체)를 조립하는 데 쓰인다. 이후 비리온은 세포 밖으로 방출되며, 바이러스에 따라 다르지만 △세포 용해 △출아 △분비 등의 방법을 이용한다. 성숙 단계는 바이러스 입자가 방출된 이후 세포 밖에서 이뤄지는 과정으로, 바이러스는 비로소 이 단계를 통해 감염력을 가진다.

<부산행> 좀비 바이러스는 물리자마자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실제 감염성을 띈 바이러스는 대체로 잠복기를 거쳐 발현된다. 자기 복제를 위한 준비를 하고서 충분한 수만큼 증식하는 데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일으키는 독감 바이러스는 7일 내외, 한 때 유행했던 메르스 바이러스는 최대 2주정도 지난 후에야 증상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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