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문창회관에서 벌어진 성추행 사건으로 인해 우리 학교에서 야간 잔류가 금지된 지 2년 6개월이 경과했다. 그동안의 계속된 협의를 통해 몇몇 건물에서는 야간 잔류가 허용됐지만 여전히 대부분 건물에서는 야간 잔류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야간에 건물을 개방하지 않는 것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야간 잔류 금지를 되돌아보다

2014년 4월 26일 새벽, 문창회관 4층 여학생 휴게실에서 성추행 사건이 일어났다. 원칙적으로 여학생 휴게실은 오후 6시 이후 폐쇄하지만, 관리 주체인 총학생회(이하 총학)는 그날 문을 잠그지 않았다. 사건 발생 5일 후인 30일, 대학본부(이하 본부)는 야간에 학내 모든 건물을 폐쇄하고 학생들의 잔류를 전면 금지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본부의 이러한 조치에 학생 자치공간의 사용을 일방적으로 제한한다는 학생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이에 당시 ‘레디액션’ 총학은 5월 12일 학생처를 방문해 학생들의 의견을 전달했고 학생처도 ‘현실적으로 완전히 잔류를 금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에 동의했다. 이어 16일 학생부처장과 실무협의가 진행됐고 문창회관과 학생회관 건물에 출입통제시스템을 설치키로 합의했다. ‘<부대신문> 제1483호(2014년 5월 19일자 참조)’
그러나 다른 건물들은 계속해서 야간 잔류가 전면 금지된 상태였다. 이에 인문대학과 사회과학대학의 단과대학운영위원회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예술대학은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등 야간 잔류 금지 반대 운동을 이어나갔다. 이후 본부와 총학은 수차례 의견을 교환했지만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총학은 기말고사 기간 본관 로비에서 학생들과 밤을 새며 공부하는 시위를 벌였지만 역시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본부는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이상 잔류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그러는 사이 학생회 선거가 다가왔다.
작년 단독으로 입후보해 당선된 ‘으랏차차’ 총학은 야간 잔류 문제 해결을 위한 ‘안전한 부산대 만들기’ 공약을 내세웠다. 그리고 작년 4월 19일에 야간 잔류 문제 해결이 포함된 100대 요구안을 본부에 전달했다. 100대 요구안은 학내 96개 학과의 요구와 중앙 요구안 4개를 합친 것으로 △생활환경대학 △자연과학대학 △예술대학 △사회과학대학 △동아리연합회 등이 야간 잔류 문제 해결을 요구안으로 제출했다. 그러나 요구안을 전달받은 본부는 난색을 표했다. 당시 학생과 최민경 팀장은 ‘학생들과의 대화는 계속해서 진행할 것이지만 학교의 방침과 정반대되는 요구사항이라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부대신문> 제1500호(2015년 4월 6일자 참조)’ 이후 총학과 본부는 야간 잔류 문제와 관련해 의견을 조율해 나갔으나 故 고현철 교수 사태로 김기섭 전 총장이 사퇴하는 등 혼란이 빚어지며 자연스럽게 흐지부지됐다. 한편 생활환경대학이나 예술대학 등은 단과대학 행정실과 자체적으로 협의해 제한적인 야간 잔류 허용이라는 성과를 얻어내기도 했다.

남을 수 있는 건물 별로 없어

현재 야간 잔류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된 곳으로는 △문창회관 △예술대학 △생활환경대학이 있다. 문창회관의 경우 2014년 출입시스템 설치 이후 잔류가 허용됐다. 오후 9시부터 자정까지는 학생증으로 출입이 가능하며 자정 이후에는 건물 밖으로 나가는 것만 가능하다. 매일 경비원이 잔류 인원 명단을 작성해 관리하고 있다. 반면 역시 출입통제 시스템이 설치된 학생회관은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로 자정 이후에는 잔류가 불가능한 상태다.
예술대학과 생활환경대학은 학생들의 필요를 인정해 제한적으로 야간 잔류를 허용하고 있었다. 예술대학 행정실 관계자는 “학생들이 공연 준비를 위해 연습이 필요할 경우 야간 잔류를 신청할 수 있게끔 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활환경대학 학생담당과 배문정 직원 역시 “2학기에 들어 졸업준비전이나 공모전 등 행사가 많아 야간 잔류를 신청하는 학생들이 늘었다”며 “야간 잔류 신청서를 작성해 주의사항을 듣고 학장에게 승인을 받으면 잔류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건물들은 야간 잔류가 불가능하다. 학생들은 이에 대해 불편함을 토로했다. 류은채(윤리교육 13) 씨는 “제1사범관을 사용하는데 11시 이후에는 건물의 문을 닫아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해야 한다”며 “야간 잔류가 허용된다면 더욱 편할 것 같다”고 전했다. 한유정(의류학 13) 씨는 “야간 잔류는 실습 위주로만 허용되고 공부를 위해 허용되지는 않는다”며 “밤 10시 이후에는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한다”고 말했다.

안개 속 야간 잔류의 앞날

야간 잔류 문제가 언제 어떻게 해결될지는 불명확하다. 현 ‘헤이!브라더’ 총학과 본부 사이에는 야간 잔류 문제와 관해 별다른 협의가 이뤄지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지난 6월 10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한 차례 언급된 것이 전부다. 총학 유영현(철학 11) 회장은 “학생회 내에서 야간 잔류 문제로 몇 차례 논의를 하긴 했지만, 활동에 나서기에는 학교에 발생하는 다른 사건이 너무 많았다”며 “연합대학 문제에 집중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야간 잔류 문제에 대해 논의할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본부는 계속해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최민경 팀장은 “현재는 문창회관에서 야간 잔류를 시범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운영하면서 안전상 문제가 없으면 점점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작년 당시 ‘으랏차차’ 총학은 본부에 전남대학교의 야간 잔류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전남대학교의 경우 오후 6시가 지나면 전체 건물의 출입을 통제하지만, 학생증을 소지한 학생들은 건물에 24시간 출입이 가능하다. 

 위) 2014년 5월 문창회관에는 출입통제시스템이 설치됐다
아래)‘레디액션’ 총학생회는 야간 잔류 금지 조치에 반발해 대학본관 로비에서 밤샘 공부를 하는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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