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버스 운전기사 A 씨의 하루는 새벽 4시에 시작된다. 아침을 챙겨먹고 집을 나서 우리 학교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5시. 본격적인 운행을 앞두고 어제 하루 동안 더러워졌던 버스를 쓸고 닦는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첫차의 운행 시간인 5시 58분이 다가온다.
우리학교 순환버스는 도시철도 부산대역 앞에서 출발해 종점인 경암체육관을 거쳐 다시 부산대역으로 돌아오는 노선이다. A 씨는 이 노선을 하루에 25번 정도 도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몇 번을 도는지 정확하게 헤아려 보려고 해봤지만, 너무 많아서 중간에 잊어버린다고 덧붙였다.
A 씨가 모는 버스가 부산대역 앞에 멈춰섰다. 이곳에서 승객들을 기다렸다 학교로 향한다. 방학 중임에도 적지 않은 학생들이 순환버스로 올라탔다. 순환버스가 정문을 지나 학교 안으로 들어서자 가파른 언덕과 커브가 계속 나타났다. 한 눈에 봐도 위험해 보이는 도로 상황에 운전을 하면서 사고가 난 적은 없었냐고 물었다. 그는 담담하게 “기사들 모두 시내버스를 운전한 경험이 있는 베테랑들이라 사고가 난 적은 없다”고 답했다. 이어 “하지만 길가에 주차된 차가 많으면 운전이 힘든 건 사실이다”라고 전했다. 그의 말처럼 예술관 정류장으로 향하는 도로 양 옆 가장자리는 주차된 승용차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순환버스는 학교를 굽이굽이 돌아 종점인 경암체육관에 다다랐다. 기자가 종점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출발하는 것이냐고 묻자 A 씨는 “못 쉬지. 쉴 새가 어디 있어”라며 고개를 저었다. 11명의 기사들이 운행을 하는 학기 중에는 버스 이용객이 적은 오후 3시부터 10분씩 돌아가면서 쉴 수 있다. 그러나 방학 중에는 그마저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점심 때가 되자 A 씨는 경암체육관 정류장 옆에 버스를 세우고 도시락을 꺼내들었다. 점심을 먹는 데 쓸 수 있는 시간은 정확히 18분. 6분에 한 대씩 버스가 출발하는데 버스 세 대가 올라오기 전에 다 먹어야한다. 늘 이렇게 도시락을 먹냐는 질문에 “방학 때는 학생식당이 운영하지를 않아서 도시락을 못 싸오는 날이면 매일 중국집에서 시켜먹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가 빠르게 도시락을 비우는 사이 버스 2대가 경암체육관 정류장으로 올라왔다. 그 모습을 본 A 씨는 다시 버스 운전대를 잡고 도시철도 부산대역을 향해 출발했다.
A 씨의 운전은 버스 운행이 종료되는 오후 8시 30분이 돼서야 끝난다. 심야버스가 운행될 때에는 밤 11시에야 퇴근을 하기도 한다. 그의 말처럼 세다가 중간에 잊을 정도로 수없이 학교를 오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날이면 다시 새벽에 나와 운전대를 잡는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이다.
버스를 타는 학생들에게 부탁할 점이 없냐고 묻자 A 씨는 곰곰이 생각하다 “음식이나 음료를 들고 타는 행동은 가급적 자제해줬으면 좋겠다”며 “혹시 쏟기라도 하면 옆 사람에게 피해가 가는 데다가 바닥을 청소하기도 힘들다”고 전했다. 

 많은 사람들이 도시철도 부산대역 앞에서 출발하는 순화버스를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경암체육관 앞에 정차해있는 순환버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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