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지적이 전문가들에게 제기됐지만, 지진 재난 대책에는 허점이 많아 앞으로 보완이 필요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부산이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경고한다. 지질학자들은 부산지역은 지진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지진 관측 △역사지진 자료 분석 △지질학적 증거 등을 통해 밝혔다. 우리나라가 1978년 이후로 지진관측을 해온 결과, 부산지역이 포함된 한반도 동남부에서 규모 4.0 이상의 지진이 총 10번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역사적 사료에 근거해도 부산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삼국사기>는 779년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해 1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전한다. 또한 <인조실록>에는 1643년에 지진이 발생해 울산의 땅이 갈라지고 물이 솟구쳤다고 기록한다. 손문(지질환경과학) 교수는 “역사기록에 나와 있는 지진의 묘사는 규모 7 이상의 지진이 부산 인근에 일어났음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지질학적 증거에 따른 분석에서도 부산은 지진 발생 가능성이 있다. 부산에서 경주까지는 지진을 유발할 수 있는 활성단층들이 60여 개가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손문 교수는 “활성단층은 지질학적으로 최근에 지진이 발생한 흔적이 보이는 단층을 의미하는데, 미래에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된다”고 전했다.

뒤늦은 대응과
내진 설계 없는 대피소

  지난 4월 일본 구마모토 현에서 일어난 지진이 부산까지 영향을 미치자 부산시의 재난대책에 많은 허점이 드러났다. 그중 재난 경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이 하나의 문제로 꼽혔다. 일본 지진의 영향으로 부산에서도 진도 3 정도의 지진을 시민들이 느꼈지만, 시민들에게 긴급 재난 정보가 전해지지 않은 것이다. 당시 부산시민들의 수많은 신고·문의가 잇따랐으나, 부산시 재난안전대책 홈페이지는 불능 상태여서 시민들의 불안은 더욱 커졌다. 이 같은 문제점이 일어난 것은 이번 지진같이 국외를 진앙지로 하는 지진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때, 국민안전처가 별도의 대응 매뉴얼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사람이 상대적으로 느끼는 진도 수치에 따른 매뉴얼이 없는 것도 요인이 됐다. 부산시청 재난대응과 조영안 주무관은 “국외에서 발생하는 지진정보는 지진 발생 국가에게 정보 확인을 받기 때문에 시민 체감과 정보 전달에 격차가 발생했다”며 “결과적으로 시민들에게 지진정보를 전달하지 못해 시민들의 불안감을 높이는 원인이 됐다”고 전했다. 이에 류상일(동의대 소방행정학) 교수는 “1차적으로 지진정보를 파악하는데 늦다는 것 자체가 대응에 허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지진 대피소 역시 문제점이 많았다. 현재 부산에서 지진재난 이재민 수용소로 지정된 곳은 252개소로 총 18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하지만 각 구·군이 대피소로 지정하는 기준에는 내진설계가 포함되지 않았다. 조영안 주무관은 “내진 설계가 된 시설을 대상으로 지정하도록 부산시의 지침에는 포함돼 있지만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는 내진 설계 기준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결과적으로 내진 설계가 돼 있지 않은 대피소가 더러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부산 건물 4개 중 3개는
내진 설계 안돼

  부산지역 대부분의 건물들이 지진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부산에서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부산지역의 54%가 피해를 볼 것이라는 모의실험 결과도 있다. 2011년에 소방방재청이 부산 동래구 온천 2동 남동쪽 0.59km 지점에서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한다고 상정했을 때, 건물 4,332채가 완전히 무너지고 2만 241채는 반파되고 시민 2,637명이 숨진다는 모의실험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위험성에도 대부분의 부산 건축물은 내진 설계가 안 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가 이노근(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6월 기준 부산지역의 건축물 26.3%만이 내진 설계가 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평균 34.6%보다 낮으며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낮은 수치로 확인됐다. 병원시설, 시·구 청사를 포함한 공공시설물의 내진 설계가 적용된 비율은 24.7%에 불과하다. 특히 대부분 대피소로 지정된 학교 건물은 내진 설계 적용률이 29.3%다.
  이같이 부산지역의 내진설계 적용률이 저조하지만 내진보강을 위한 사업은 추진에 필요한 예산이 부족해 난항을 겪고 있다. 조영안 주무관은 “현재 부산시의 예산으로 하기에는 사업비가 너무 많이 들어 국민안전처에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에 류상일 교수는 “시민도 지방자치단체장도 지진에 대한 위기의식이 없어 안전대비책에 관심이 없다”며 “때문에 지진 대비 예산 확보는 항상 뒤로 밀리게 된다”고 비판했다.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 내진 설계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고리원전 근처에서 지진 발생 가능성이 있는 활성단층이 분포하기 때문에 불안은 더욱 커졌다. 이에 고리원자력본부 홍보실 관계자는 “원전은 규모 7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고, 만일의 사태에 원전 가동을 멈추도록 비상 매뉴얼이 준비돼 있으니 지진에 의한 원전사고 우려는 전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이에 회의적인 입장을 표했다. 에너지정의행동 정수희 선임활동가는 “원전이 규모 7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다고 하지만 원전을 안전하게 작동하게 해주는 그 주위 시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허둥지둥
지진 대책 수립에 나선 부산시

  부산시는 이번 지진을 계기로 ‘지진재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조기 상황전파 시스템 구축 운영 △지진가속도 계측기 설치 확대 △시민을 위한 홍보 강화 등이 포함됐다. 부산시는 시민들에게 지진 진동상황을 실시간으로 전송하기로 했다. 부산시는 향후 지진 진동상황을 보고받을 것을 희망하는 시민들만을 대상으로 문자전송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부산시는 더 정확한 지진 정보 수집을 위해 2017년까지 지진가속도 계측기 17개소를 설치할 계획을 발표했다.
  더불어 지난달 25일에 부산시가 지진 전문가들과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지진대응 매뉴얼의 체계화가 논의됐다. 현재 상황은 중앙정부가 제시한 지진 대응 매뉴얼만 존재해 부산시 상황에 맞춘 재난 대응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류상일 교수는 “재난에 대응할 때 중앙정부는 공간적으로 멀기 때문에 대처할 때에는 부산시가 주도적으로 대응 주체로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다른 나라의 지진 경보체계와 내진 설계 기준을 모범 삼아 지진 대비책을 발전해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일본의 경우 지진이 일어난 지 10초 안에 대표방송사와 시민들에게 지진 경보 전달하는 체계를 갖췄다. 또한 내진 설계에 대한 법령도 일본과 미국에서는 엄격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3층 이상의 건물을 대상으로만 내진 설계를 해야 할 의무가 법제화 돼 있는 반면, 일본과 미국은 건물의 높이와 상관없이 내진 설계가 의무화돼있다. 손문 교수는 “작년 네팔에 일어난 지진과 이번의 일본 지진의 규모는 비슷하지만 사상자와 피해 규모는 천지차이다”며 “그만큼 지진 대책이 얼마나 중요한지 시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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