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원고 요청을 받고 많이 망설이다가, 강의실 밖에서 학생들에게 자주 해주는 이야기를 적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수락을 하였다. 1998년 3월부터 학생 신분으로 부산대학교를 다니고, 영광스럽게도 2013년 3월에 교수 신분으로 돌아오게 되어 후배이자 제자인 학생들에게 남모를 애착이 많아 해주고 싶은 이야기도 많기 때문이다.
아주 솔직하게 나는 뚜렷한 꿈도 없었고, 남들 다 가니까 대학교에 진학했는데, 2학년 여름방학 때 경험하였던 학부생 연구 프로젝트가 계기가 되어 학생들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미국 유학을 결심하였다. 하지만 졸업할 때에도 나는 식품영양학과의 평균 학생이어서 공부에는 크게 자신이 없었고, 서류상의 대학원 입학요건은 맞췄지만 영어로 대화는 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유학생활을 시작하면서 깨닫게 되었던 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전공지식이 많다는 것이었고, 단지 영어로 표현할 수 없으니, 모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필사적으로 영어와 전공공부를 병행하였다. 그곳에서 나는, 내가 만들어놓았던, 나의 능력을 제한하고 있던 틀을 스스로 깨고 나올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부산대학교를 떠난 지 11년 만에 다시 돌아왔는데, 내가 있던 공간에서 똑같은 틀에 갇힌 학생들을 만났다. 다시 마음이 답답해져 왔다. 어떻게 하면 본인들의 잠재력을 스스로 깨닫게 해 줄 수 있을까? 내가 어떻게 도와주고 이끌어 주면 될까?
이런 마음으로 이번에 16학번 새내기들을 대상으로 대학생활설계와 비전이라는 과목을 강의하게 되었다. 시작은 의욕적이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새로운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과목을 강의하는 어려움을 느끼고 있을 즈음에, 평소 참여를 잘하는 학생 한 명이 귀띔해 주었다. 원해서 온 학생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부산대학교보다 나은 곳을 지원하고자 했던 학생도 있을 것이고, 다른 전공을 원했던 학생도 있을 터였다. 만족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더 컸을 테니 원해서 진학한 학생들도 많이 있을 거라 걱정은 크게 하지 않지만,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이 걱정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학생 중에서도 몇몇은 분명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원하던 곳이 아니라서 또는, 내가 하고 싶었던 전공이 아니라서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꿈과 멀어졌다고 생각하는. 하지만 오늘은, 오늘부터는, 생각을 다르게 해 보았으면 한다. 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에서, 내가 하고 싶었던, 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과 유사한 일은 무엇일까? 어떤 일을 선택하면 될까? 하고 말이다.
타향에서 11년의 긴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건 주변의 격려 덕분이었는데 지금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 같은 말을 해주고 싶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고) It will be fine. /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Everything has its reasons. / (남이 정해놓은 틀에서 벗어나) Never settle for someone else’s definition of who you can be. / (최선을 다해서) If it doesn’t kill you, it will make you stronger. /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Anyone may take your job, your wealth, etc. but no one can take your degree.
부산대학교에 오게 된 데에는 뭔가 특별한, 본인 스스로는 아직은 알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본인의 능력을 믿고, 최선을 다해서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파이팅!

이지현(식품영양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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