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에 찾은 금정소방서는 상상과는 사뭇 다른 곳이었다. 건물에 들어서자 한쪽에서 소방대원들이 족구를 하고 있었으며 사무실에 들어서자 한 소방대원이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친숙한 동네 아저씨처럼 기자를 반겼다. 비상상황에 대비하여 24시간 상시 근무를 서는 사람들 같지는 않아 보였다. 그러기엔 너무 덤덤해 보였다.
그에게 조심스레 개인 정신건강에 대해 물어보았다.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리며 말했다. “저는 이 직업을 하게 되면서 공포영화를 보지 않습니다. 겹쳐 보여서요”. 그의 표정은 덤덤해 보였지만 약간 떨리는 목소리였다. 그 뒤에 따라온 이야기들은 눈 한쪽이 찌푸려질 정도로 듣기 거북하게 느껴졌다. 그는 얼마 전 자신의 동료 중 하나가 교통사고가 난 차량에서 사람을 구조하다가 뒤에서 돌진해오는 차에 치여 중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말해줬다. 현장에 들어갔다가 자신도 모르게 팔이 멍투성이였던 적, 찰과상을 공무 중 부상이라고 여기는 것까지 ‘애매하다’고 말한다. “소방관이 다치는 뉴스 심심치 않게 나오잖아요?”라고 덧붙이며 자신의 덤덤함을 과시해 보였다.
이런 이야기들을 거북하고 괴롭게 느낀 것은 이야기하는 소방관이 너무나도 위태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마치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실제로 소방관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적지 않다. 순직한 소방관들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방관들이 많다. 최근 5년간 순직한 소방관은 33명, 자살한 소방관은 35명이라는 충격적인 통계가 존재한다. “옛날보다야 낫지”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붙이는 그의 모습은 기자의 말문을 막히게도 했다. 마음과 몸에 상처투성이여도 시민들을 지켜내는 책임을 다하는 소방관들은 슈퍼맨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무엇이 그들을 이토록 ‘위태로운 슈퍼맨’으로 만들었을까?
이들을 위태롭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사회다. 우리 사회가 개인안전장비도 제대로 구비해 주지 않고 사람이 죽어가는 화재현장에 들어가도록 만든 것이다. 마음마저 상처받아 일상생활도 위험한 정신질환까지 보인다. 소방관 업무의 자질로서 책임감과 희생정신을 스스로 몸소 보이며 슈퍼맨이 되었지만 우리 사회의 잘못된 처우는 그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 이제는 스스로 포기한 듯 상처를 그대로 안고 갈 생각에 있다. 결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는 회피성 행동들, 생각을 지우고 눈을 돌리는 것에 소방관들은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우리는 그들에게 보호받는다, 정작 그들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 방치돼 스스로를 점점 강하게 다져 놓은 결과 소방관들은 ‘위태로운 슈퍼맨’이 돼버렸다. 이렇게 가다가는 언젠가는 우리 사회를 지켜준 슈퍼맨들은 분명 와르르 무너질 것이다. 그들이 늦기 전에 출동해 우리를 지키듯이 우리 사회도 늦지 않아야 할 것이다.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일 소방관들은 스스로 불길에 들어갈 것을 항상 준비하고 있다. 우리의 곁에 서서 한시도 놓치지 않고 사소한 것부터 큰 것 신경 쓰지 않고. 기자와 인터뷰 중에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스스로를 되돌아볼 시간도 없이, 소방관들은 출동 경보에 뛰어나가 버렸다. 

김지영 기자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