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성, 대중의 힘을 모으다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란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하는 과정을 통해 도출되는 집단적 능력을 말한다. 이 개념의 전제에는 우수한 능력을 가진 소수의 전문가가 아닌, 다수의 평범한 대중들에 의해 통합된 지성이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 깔려있다. 이 점 때문에 집단지성은 △협업지성 △공생적 지능 △대중의 지혜 등으로도 불린다.

집단지성의 탄생

  집단지성의 연원은 18세기 프랑스의 사회학자 콩도르세에게서 찾을 수 있다. 1785년 그는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50%가 넘는 투표자 집단의 경우, 그들이 다수가 될수록 올바른 의사 결정에 가까워진다는 ‘배심원 정리’를 발표했다. 즉 각각의 투표자가 유능한 판단자라면, 집단의 크기가 커질수록 다수결이 올바른 결과를 가져올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렇게 태동된 집단지성 개념은 1910년 곤충학자 윌리엄 휠러의 <개미 : 그들의 구조·발달·행동>에 의해 이론적으로 뒷받침 된다. 휠러는 개미가 협업을 통해 거대한 개미집을 만들어내는 것을 관찰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개미가 개체로서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은 미미하지만, 군집으로서는 높은 수준의 지능체계를 형성한다며 이를 일컫어 ‘초유기체(Superorganism)’라는 개념을 창안했다.
  휠러 이후 주로 자연과학 쪽에서 통용되던 집단지성은,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레비에 의해 새롭게 조명된다. 그는 정신을 의미하는 ‘noo’와 시공간을 의미하는 ‘sphere’를 합성해 집단지성이 사이버 공간에서 형성한 세계를 의미하는 ‘누스페어(Noosphere)’ 개념을 창안했다. 누스페어는 국가나 인종 등의 구분이 없어진 새로운 세계로, 인류 공동의 지적 능력과 자산이 효율적으로 종합될 수 있는 공간이다. 이처럼 레비는 사이버 공간 속에 발현될 집단지성의 미래를 낙관했다. 그는 <집단지성>에서 ‘누구나 어디에나 분포하고, 지속적으로 가치가 부여되며, 실시간으로 조정되는 집단지성이 발현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고전부터 위키피디아까지

  집단지성이 발휘된 대표적인 현실 사례로는 <여씨춘추> 같은 고전을 들 수 있다. 중국 고대 진(秦)나라의 재상이었던 여불위는 후진 국가였던 진나라를 발전시키기 위해 지식을 집대성하는 사업을 벌였다. 이를 위해 3,000여 명에 달하는 지식인들이 모여 알고 있는 지식을 모두 기록했다. 여기에 여불위는 오류를 줄이기 위해 신분과 학식을 막론하고 누구나 내용 수정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방대한 백과사전인 <여씨춘추>를 완성했다.
  최근의 경향을 반영하는 가상 기반 집단지성의 결과물로는 ‘위키피디아’가 대표적이다. 미국인 지미 웨일스에 의해 창안된 위키피디아는 누구나 자유롭게 제작 및 수정할 수 있는 온라인 백과사전이다. 위키피디아의 신뢰도에 대해 일각에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이는 2005년 과학잡지 <네이처>에 게제된 논문을 통해 반박됐다. 위키피디아와 유서 깊은 백과사전 <브리태니커>에 실린 과학 분야 50개 항목의 진위를 따져본 결과 정확도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항우(충북대 사회학) 교수는 “위키피디아에는 공신력 있는 매체에서 정보를 가져왔다는 출처를 주석에 달아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며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오류 수정이 이뤄지면서 성공적인 집단지성의 사례가 됐다”고 전했다.

 

브리태니커와 위키피디아의 정확성에는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장점 많은 집단지성, 제대로 발휘되려면

  집단지성은 정보의 민주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소수의 전문가가 아닌 다수의 대중이 참여함으로써 정보의 비대칭성이 사라지는 것이다. 김재우(전북대 사회학) 교수는 “집단지성은 여러 사람들이 공동의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을 가진다”며 “이런 점에서 민주주의 측면의 효과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경제적 측면에서의 장점도 가질 수 있다. 협업을 통해 탐색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김재우 교수는 “아무리 합리적이고 똑똑한 인간이라도 한계가 있다”며 “공동의 문제를 협업으로 풀어나가는 집단지성은 경제적으로도 이익이다”고 전했다.
  하지만 집단지성에도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 집단지성이 효과적으로 발휘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조동기(동국대 사회학) 교수는 “폐쇄적으로 운영되거나 내부의 상호작용이 없는 집단은 집단지성을 제대로 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개별적으로 타당한 이야기가 전체의 차원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구성의 모순이나, 집단 내 의견을 무비판적으로 통일시켜버리는 집단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재우 교수는 “합리적인 개인도 집단 속에서는 때때로 나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무임승차 문제를 해결하고 집단사고의 초래를 막으려면, 서로 간의 신뢰를 막는 장벽을 제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