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사고(Groupthink)는 집단이 오류에 빠지는 일종의 실패양상이다. 집단의 구성원들이 의견 일치와 갈등 최소화를 위해 비판적 의견표현을 피한 결과 비합리적 의사결정이 일어나는 상태를 뜻하며, 이는 여러 의견을 종합해 결론을 짓는 집단지성과는 대비된다.
  집단사고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어빙 제니스는 ‘개인의 어리석음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개인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집단은 중대한 실패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집단사고가 사회적 결함으로 인해 생기는 양상임을 짚은 것이다. 제니스는 조직에 △강한 집단주의 △구성원간의 높은 동질성 △외부의 적에 대한 강한 적개심 △목적 달성을 위한 극심한 스트레스가 존재할 경우 집단사고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반대가 없어야 한다는 만장일치의 환상을 깨지 않기 위해 자기검열과 동조압력으로 점철될 가능성이 높고, 그 결과 잘못된 선택을 내리기 쉬워진다. 비판은 제기되지 않거나 무시되고, 대안에 대한 고려 역시 사라지기 때문이다. 집단으로 지적능력을 발휘하는 점에서 집단지성과 비슷하지만 결과에 있어서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윤인진(고려대 사회학) 교수는 “집단사고에 빠진 조직은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그렇기에 여러 가지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아 의사결정에 오류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1941년 일본의 진주만 침공에 대한 미국의 예측 실패는 집단사고의 사례로 일컬어진다. 진주만 공습이 일어나기 전 미국은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한 상황이었다. 미국 정부는 이를 진주만 주둔군에게 알렸지만, 주둔군이 이를 무시하면서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한 채 일본군에게 공습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의 배경에는 집단사고가 있었다. 외부의 경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내부의 지배적인 여론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한편 집단사고는 이처럼 국가 단위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도 일상적인 양상으로 일어나기도 한다. 윤인진 교수는 “학교 내에서도 위압적인 선후배 관계로 인해 일방적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사례가 더러 있다”고 전했다.

진주만 공습은 집단사고에 의해 예견된 비극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집단사고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예방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조직원 간의 건강한 비판을 장려하고 반대와 의심이 자유로운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빙 제니스는 몇 가지의 예방책을 제시했는데, 그중 하나는 회의에서 지배적 여론에 반드시 반대하는 사람을 지정하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 집단사고를 예방한 사례로는 제네럴 모터스(GM) 알프레드 슬론 전 회장이 있다. 그는 회의에서 참석자 전원이 동의했을 때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다음 회의까지 연기할 것을 제안합니다”라며 “그때까지 반대의견을 더 생각해 보고, 그 결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민해봐야 합니다”라고 말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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