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혼자 밥을 먹는 A 씨. 그는 오늘 저녁 약속이 있다. 평소 즐겨 먹던 음식을 포장해 그가 찾은 곳은 처음 가보는 어느 주택이다. 집 안은 낯선 이들로 가득했다. 서먹한 것도 잠시, A 씨는 어느새 그들 사이에 스며들어 함께 저녁을 먹고 있었다.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은 금방 흘러갔다. ‘소셜다이닝’은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 식사를 즐기며 인간관계를 맺는 것을 말한다. 이는 고대 그리스 식사 문화인 ‘심포지온’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오늘날 강연회를 의미하는 심포지온은 원래 사람들과 함께 식사나 술을 나누며 이야기하는 문화를 일컫는 말이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2년, 소셜다이닝 사이트 ‘집밥’이 등장하며 처음으로 이 개념이 사용됐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소셜다이닝을 통해 낯선 사람들과의 식사를 즐기기 시작했다. 지난달 31일 기준 ‘집밥’을 통해 전국에서 이뤄진 모임 횟수는 총 21,107회. 이 밖에 다른 경로를 통해 모이는 횟수도 상당하다. 그런 만큼 소셜다이닝을 통해 모이는 사람들도 각양각색이다. 참가자의 대부분이 20대였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30~40대의 직장인이나 주부들이 참여하기도 한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소셜다이닝은 더 이상 밥만 같이 먹는 모임이 아니다”라며 “이제는 서로의 관심사를 공유하기도 하고 전시회나 책을 읽는 문화 활동도 함께하는 모임이 됐다”고 말했다.
소셜다이닝의 유행은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른 것이다. 핵가족화에 이어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 역시 늘어났다. 자발적으로 혼밥(혼자 밥을 먹는 것)을 즐겼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비자발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혼자 밥을 먹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결국 사람 간의 정을 느끼고자 소셜다이닝을 선택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혁준 문화평론가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 사람들이 각자의 외로움과 허전함을 극복하기 위해 소셜다이닝을 만들어냈다”며 “사람들은 소셜다이닝을 통해 공동체가 주는 안식과 위로를 얻는다”고 전했다.
또한 ‘밥’이라는 매개체에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한국사회에서 밥을 함께 먹는다는 행동이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 이혁준 문화평론가는 “밥은 사람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며, 서로를 연결하려는 힘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헌식 문화평론가 역시 “밥을 먹는 것은 단지 에너지를 채우기 위함이 아니다”라며 “밥을 함께 먹으며 가족 같은 공동체성, 헌신, 배려 등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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