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청년단체들의 공간 ‘비밀기지’에서 ‘디스크쟈-아키 복실의 소오-셜 다이닝 밥다방(이하 밥다방)’이 열렸다. 양정 시장의 가게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을 무렵, 밥다방은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유쾌했던 ‘소셜다이닝’ 밥다방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봤다.
비밀기지는 부산 지역의 9개 청년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지난 8월에 탄생한 곳이다. 청년들이 눈치 보지 않고 청년 문화를 기획·실행하는 공간이 열린 것이다. 이곳에서는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된다. 밥다방 역시 비밀기지에서 기획한 프로그램 중 하나다. 비밀기지 콘텐츠팀 천호철 씨는 “요즘 세대는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이 많다”며 “옛날에 도시락을 나눠 먹던 것처럼 음식을 공유하면서 소통하고 친해질 수 있는 장을 마련해보고 싶었다”고 밥다방을 연 이유를 전했다.
오후 6시가 되자 SNS를 통해 식사 참여 의사를 밝힌 10명 남짓의 참가자들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 밥다방에는 비밀기지에 속한 청년단체의 사람들을 포함해 흥미가 생겨 신청한 대학생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다. 백희진(부산진구, 23) 씨는 “평소 친한 사람들과 나누던 대화를 벗어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 다양한 대화를 나누고 싶어 참가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밥다방에 입장할 때 참가자들은 비밀기지에서 준비한 예명을 부여받았다. 준비된 예명은 ‘정남2’, ‘맥가이버’, ‘아테나’ 등 재치 넘치는 것들이었다. ‘미숙’이란 이름을 받은 참가자는 자신을 “미숙한 미숙이입니다”라고 소개해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밥다방은 참가자들이 직접 가져온 음식을 함께 나눠 먹으며 진행됐다. 식탁에는 탕수육, 팟타이, 김밥 등 여러 가지 음식들이 차려졌다. 식사하면서 나눈 대화 또한 음식만큼 다양했다. 처음 본 이들은 서로 궁금한 점을 묻거나 추억을 이야기하며 대화를 나눴다. 대화를 계속하다 보니 처음의 어색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즐겼다.
재미난 사연과 함께 들을 수 있는 음악은 밥다방의 식사를 더 맛있게 해주는 양념 역할을 했다. 밥다방을 진행한 ‘DJ 복실’은 사연과 함께 신청곡을 틀었다. DJ가 소개한 사연 중 ‘잘 될 것 같던 여자에게 차였습니다. 그 여자 앞에서 3번을 울었는데, 남자가 평생 흘릴 눈물을 다 흘렸네요. 밤새 전화도 받아주고 웃어주던 그녀, 왜 이러는 건가요?’ 라는 이야기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이어 <어머님이 누구니>가 신청곡으로 틀어져 참가자들이 큰 웃음을 터뜨렸다. 또 다른 참가자는 ‘전람회’의 <취중진담>을 신청하면서 ‘전 남자친구가 불러줬는데 진짜 못 불렀어요! 귀 정화하고 싶습니다’라는 사연을 전하기도 했다
2시간가량의 유쾌한 식사를 마치고 참가자들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소감을 발표했다. 채지수(남구, 20) 씨는 “요즘 혼자 밥 먹을 때가 종종 있었는데, 처음 만난 사람과 식사를 하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또한 비밀기지 권현석 씨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함께 밥을 먹으니 더 맛있다”라며 “앞으로도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비밀기지의 밥다방은 다음을 기약하면서 마무리됐다. 비밀기지 김상수 단장은 “소소하게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던 취지에 맞게 잘 진행된 것 같다”며 “처음이라 조금 어색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위) 지난달 29일 열린 소셜다이닝 행사 ‘밥다방’은 ‘DJ 복실’의 사회로 진행됐다
(아래) 밥다방에 참가한 사람들이 가져온 음식을 나눠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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