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10일,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렸다. 화려했던 영화제에는 국내·외 유명 영화배우들과 감독들이 모여 행사를 빛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부산광역시청 앞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부산오프오프영화제(BOFF)’가 열렸다. 시민들이 모두 BIFF에 주목하던 10월 초, 50명 남짓의 사람들이 모여 BOFF를 즐겼다.

지난 5일부터 나흘간 부산광역시청 앞에서 ‘부산오프오프영화제(BOFF)’가 개최됐다. 8일 폐막한 이 영화제에는 생탁·택시 노동자들이 참여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냈다.

‘부산오프오프영화제(이하 BOFF)’는 부산광역시청 앞 광고탑 위에서 고공농성 중인 ‘부산합동양조 생탁 노동조합’ 송복남 총무부장과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부산지회(이하 택시 노조)’ 심정보 조합원을 위해 열렸다. 그동안 부산합동양조 생탁 노동조합은 근로환경 개선과 복수노조 인정을, 택시 노조는 부가가치세 경감액 현금 지급과 교섭권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부산시와 회사 측은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 4월 19일 송복남 총무부장과 심정보 조합원은 광고탑 위로 올라가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지난달 23일에는 두 노동자가 있던 고공농성장의 전기가 끊겼다. 길어지는 고공농성에 부담을 느낀 부산교통공사 측이 전기공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농성을 벌이던 택시·생탁 노동자들은 시의회 화장실을 이용해 밥을 짓고 양초로 불을 밝히며 하루하루를 버텨나갔다. 특히 지난 1일부터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에 시민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던 상황 속에서 이들은 더 소외되어가고 있었다. 이를 지켜본 대안문화연대 ‘민들레의 꽃’(이하 대안문화연대)에서는 BIFF로 쏠리는 시민들의 관심을 노동자들에게 돌리기 위해 BOFF를 기획했다. 대안문화연대 변현주 이사는 “이곳에서 농성 중인 노동자들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BOFF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찾아간 BOFF는 인문학카페 ‘헤세이티’ 황경민 매니저의 노래 공연으로 시작됐다. 그는 “환하고 화려한 BIFF에 비해 BOFF는 너무 어둡고 소외되어 있다”며 “우리가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지 못하면 생탁·택시 노동자들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공연 후, 고공농성 중인 두 노동자와 관객들의 ‘스탠바이, 큐’ 사인이 이어지며 영화 상영이 시작됐다. 
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들은 모두 사회적 약자들과 관련이 있었다. 영화는 다문화가정을 이루고 있는 조감독의 이야기, 세월호 사건을 다룬 이야기, 환경미화원 노동자들의 이야기 등 사회의 소수자와 약자들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인디팟 ‘자회로1번길’ 이수경 작가는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처럼,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은 영화들을 선별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이번 영화제에는 한국, 대만, 미국 등 각국의 여러 감독들이 참여했다. 참가한 감독들은 모두 이번 영화제의 취지에 공감하며 응원의 목소리를 전했다. 영화 <다녀오겠습니다>와 <유신의 추억>을 연출한 이정황 감독은 “소위 말하는 ‘가진 자’들의 ‘갑질’과 횡포가 많은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짓밟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농성의 목소리가 영화제를 통해 전달됐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사람들도 있었다. 영화제에 참여한 배종만(금정구, 59) 씨는 “우리나라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정상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문화적인 방법으로 우리가 저항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의미가 깊다”고 전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영화 상영뿐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시사만화가 이동수 화백은 현장에서 관객들에게 캐리커처를 그려줬다. 또한 영화제 마지막 날에는 권미강 시인이 참여해 시를 낭송하며 노동자들의 마음을 위로했다. 택시·생탁 노동자들로 구성된 ‘4·16 몸짓·노래패’의 공연이 열리기도 했다. 그들은 노래를 통해 ‘농성에서 꼭 승리할 것’이라는 다짐을 전했다. 
택시·생탁 노동자들은 이번 영화제를 통해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졌다. 택시 노조 변재승 지회장은 “BIFF 때문에 우리들의 이야기가 묻히는 것을 막기 위해 이번 영화제를 열게 됐다”며 “고공농성하고 있는 사람들과 우리가 함께 투쟁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라고 전했다. 광고탑 위 고공농성을 진행 중인 심정보 조합원 역시 영화제에 대한 소감을 밝히며 투쟁을 다짐했다. 그는 “꼭 승리하고 이곳에서 내려가겠다”라며 “이번 영화제를 개최해준 것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영화제는 지난 8일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택시·생탁 노동자들의 농성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대안문화연대는 앞으로도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BOFF를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전했다. 이수경 작가는 “시청 앞 고공농성이 끝나더라도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가 영화제를 열고 싶다”며 “매년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그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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