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 기자 <신문방송 13>

  좋은 게 좋은 거다. 싫은 건 모르는 척 피하면 그만이다. 사회 곳곳의 크고 작은 부조리들이 눈에 띌 때가 있지만 ‘각자 사정이 있겠지’라고 생각하면 매사가 편하다. 궁금하지 않을수록, 관심이 없을수록 세상은 평화롭다. 내가 이제껏 살아온 세상은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내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 문제들에 대해 ‘굳이’ ‘내가’ 나설 이유는 없었다.
  궁금함이 없는 사람에게 열정이란 게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2학년이 되자 슬금슬금 회의감이 찾아왔다. 인생에서 다시는 없을 대학생활을 이대로 낭비하기 싫었다. 대학에 들어와 처음으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돌리자 눈에 들어온 것은 ‘부대신문’이었다. 수습기자 모집 공고를 기다리며 부대신문 홈페이지를 들락날락 거렸다. 막상 지원하려니 막연한 두려움이 앞섰다. 완성한 지원서를 차마 제출하지 못한 채 며칠을 고민했다.
  나름의 각오를 다진 후 입사했지만 사람의 성향이 하루 아침에 바뀌진 않았다. 본격적으로 기사를 쓰기 시작한 후부턴 매일 매일이 부담스러웠다.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부탁하고 재촉하고 간섭해야 했다. 문제점을 파고들어 원인을 찾아야 했다. 취재원을 귀찮게 하고 때론 곤란한 일에 대해 억지로 입을 열도록 해야 했다. 매사에 무관심한 인간이었던 나에겐 취재의 모든 과정이 버거웠다.
  그렇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내가 ‘수습’ 딱지를 떼고 정기자가 되겠다며 낙수를 쓰고 있다. 나 스스로도 어떻게 이 숨 가쁜 공간에서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지 의아스러울 정도다. 취재는 여전히 힘들지만 이를 견디게 해주는 즐거움이 나와 함께했다. 피곤하기만 하던 월요일은 이제 내가 직접 만든 신문이 발행되는 날이 됐다. 부족한 기사임에도 그 아래 박혀있는 내 이름은 나를 뿌듯하게 만들었다. 스스로에게 실망해 풀 죽어 있을 땐 “충분히 잘하고 있다”, “같이 힘내보자”고 다독여주는 동기와 선배들이 있었다. 고생한 만큼 성취감은 배가 되어 돌아왔다.
  정기자를 앞두고 그간의 나를 돌아봤다. 아직도 부족하기만 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제 억지로 짜낸 질문이 아닌 진짜 질문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수십 번을 지나다녔던 길도 ‘왜’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새로이 보인다. 기자다운 면모가 조금은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뗐다. 취재를 하다보면 불과 몇 개월 전의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적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 채, 혹은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모르는 척 하고 살아왔던 나를 떠올리며 기사를 써나가려 한다. 세상에 무관심한 이들의 눈길과 손길을 끄는 신문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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