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보편적인 의식을 공유한다. 그리고 그 의식의 틀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기대 받고, 그렇지 않을 경우 비난이나 처벌을 받기도 한다. 여기 그 틀에서 벗어난 사고와 행동으로 비극적인 끝을 맞은 인물들이 있다. <향수>의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와 <이방인>의 ‘뫼르소’다.

사랑이 아닌 증오 속에서 만족을 얻다

  <향수>의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는 어머니의 생선 좌판 아래에서 태어난다. 그의 어머니는 그를 방치해 죽이려 했지만, 그루누이는 생에 대한 절박함을 담은 울음소리로 살아남는다. 그는 양육원 등을 거쳐 자라나고, 자신이 특별한 재주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바로 냄새를 명확하게 기억하고, 분석하고, 상상 속에서 그것을 혼합하는 능력이다.
  세상에 대한 반항심과 사악함을 갖고 태어난 그는 인간에게 호감을 느끼지 못한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슬픔이나 기쁨을 함께 나누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냄새의 온전한 소유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향수 제조 장인, 후작에게 계산적으로 접근하고 그들의 비위를 맞춘다. 후각으로 느낄 수 없는 권리, 양심, 책임 등의 개념을 이해하지도 못한다.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 세상에서 가장 악취가 심한 곳에서 냄새도 없이 태어난 그가, 쓰레기와 배설물, 그리고 부패 속에서 성장한 그가, 따뜻한 인간적 영혼도 없이 오로지 반항심과 역겨움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가, 작은 키에 구부정한 모습, 절름발이에 추한 얼굴로 보기만 해도 도망치고 싶어지는 그가, 외모와 마찬가지로 내면세계 역시 괴물인 그가 세상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데 성공한 것이다.
-<향수> 중

  그루누이는 냄새를 맡은 사람은 누구나 그 냄새의 주인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천사의 냄새’를 만들어 인간을 지배하겠다는 목표를 갖게 된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24명의 소녀를 죽인 후 발각되고, 사형 선고를 받는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천사의 냄새를 자신에게 뿌리고 처형장에 등장한다. 그 냄새에 수많은 사람이 이성을 잃고 그루누이에게 빠져 찬양한다. 하지만 그는 인간에 대한 역겨움이 살아나 두려움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은 인간을 증오하고, 증오 받는 것에서 만족을 얻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해받지 못할 행동을 한 죄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 또한 보통 사람의 시선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한다. 양로원에서 지내던 어머니가 죽고, 장례를 치르지만 눈물 한번 보이지 않는다. 영안실에서 어머니의 시신 곁에 앉아 문지기와 수다를 떨고, 담배를 피기도 한다.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후 그의 주말은 평소와 다름이 없다. 해변에 가서 거닐다 여자를 만나 하룻밤을 보내고, 발코니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기도 한다.
  나는, 일요일이 또 하루 지나갔고, 엄마의 장례식도 이제는 끝났고, 내일은 다시 일을 시작해야겠고, 그러니 결국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이방인> 중

  뫼르소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에도 별다른 감정적 변화 없이 지낸다. 그러던 어느 주말, 지인들과 해변을 걷던 그는 아랍인들과 싸움이 붙는다. 이후 홀로 걷다 아랍인 무리 중 한명을 발견한다. 아랍인은 단도를 꺼내들고, 뫼르소는 내리쬐는 태양 빛과 뜨거운 바다 바람에 정신이 혼미해져 아랍인을 향해 방아쇠를 당겨 네 방을 쏜다.
  이후 뫼르소의 살인죄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지만, 사건 당시에 대한 심문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재판은 어머니의 사망 이후 그의 행동이 옳은지 그른지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다. 어머니의 시신 앞에서 담배를 피고 눈물을 보이지 않은 것, 어머니가 사망한 다음날 해수욕을 하고 여자와 밤을 지냈다는 증언이 주요하게 다뤄진 것이다. 뫼르소는 재판상의 유리함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행동과 생각을 포장하지도 않는다. 결국 그는 사형 선고를 받는다.
  두 사람 모두 보통사람과는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한다. 제각각의 이유로 사람을 죽인 두 주인공은 죽음이라는 같은 결말을 맞는다. 두 주인공의 삶은 한 가지 의문점을 남긴다. 살인과 같이 타인의 안전에 위협을 가하는 범주가 아닌 경우, 남들과는 다른 사고와 행동을 한다는 이유로 비난을 하는 것이 정당한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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