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산대분회가 강사법 개정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시간강사들이 이어지면서 이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개정된 <고등교육법>. 일명 ‘강사법’으로 불리고 있는 이 개정안은,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시간강사들의 설 자리를 위협한다는 반발이 제기되면서 시행이 미뤄지고 있다. 내년 1월부터 강사법이 시행되지만 보완점을 찾기 위해 교육부에서 진행하는 논의는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강사들을 위해 도입된 강사법, 그러나…

강사법은 시간강사들의 열악한 처우와 생활고가 사회적으로 이슈화 되면서 지난 2011년 12월 교육부에서 발의해 통과된 법이다. 시간강사를 교원에 포함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지난 2012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강사법은 1년간의 논란 끝에 결국 2014년 1월로 시행이 유예됐었다. 시간강사 측이 강사법으로 인한 비정규직의 고착화 등을 우려하며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에 당시 민주통합당 유기홍 의원이 강사법을 3년 유예할 것을 제안했고, 격론 끝에 여야는 시행을 유예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유예기간 동안 개선방안을 찾지 못한 강사법은 오는 2016년 1월로 시행이 또다시 유예됐다. 강사법 시행을 약 8개월 남겨둔 상태지만, 정부와 대학, 강사단체들은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법안이 또다시 유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흘러나오는 이유다. 교육부는 여전히 의견수렴 단계에 머문 상태다. 교육부 대학정책과 최현석 씨는 “현재 TF팀을 꾸려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연구강의교수제, 대안책 될 수 있을까?

시간강사 측이 강사법에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정규직 양산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이하 비정규교수노조) 이상룡(철학) 정책위원은 “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하게 되면, 대학들이 인건비에 대한 부담으로 전임교원이 아닌 저임금의 1년 계약직 강사를 채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의 강사법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의 시간강사들 중 일부만이 강사로 채용되고 나머지 시간강사들은 대량 해고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강사가 교원에 포함되면 대학이 지출할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강사의 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상룡 정책위원은 “이렇게 되면 해고한 강사들의 강의시간 만큼 채용된 강사들에게 강의를 몰아줘야 한다”며 “강사가 전담하는 강의시간이 늘어나면 강의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비정규교수노조는 법정전임교원을 100% 확보해 정규직을 늘리고, 비정규직을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또한 강의 책임시수를 9시간 이내로 제한해 교원의 연구 환경과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요구 중이다.
비정규교수노조 측은 강사법의 대안으로 연구강의교수제를 주장한다. 연구강의교수제는 현재의 △겸임교수 △초빙교수 △산학협력교수 △명예교수 △시간강사 등을 모두 연구강의교수로 통합해 계약기간을 2년으로 늘리고 생활임금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상룡 정책위원은 “대학설립운영규정상의 법정전임교원확보율 준수와 강의 책임시수 9시간 제한을 고등교육법에 명시하도록 해 법률로 강제하면 현재 비정규직의 대다수가 정규직으로 전환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정전임교원을 100% 확보하는 데에는 몇 년간의 기간이 필요하며, 대학의 특성상 비정규직 강사가 어느 정도 필요하기 때문에 그들의 고용을 안정시킨 후 처우를 개선하자는 것이다.

강사노조, “교원 지위 회복돼야”

그러나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이하 강사노조) 등 다른 시간강사 단체는 비정규교수노조가 주장하는 연구강의교수제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대학강사 교원 지위 회복과 대학교육 정상화 투쟁본부 김동애 본부장은 “연구강의교수제는 그럴듯한 편법”이라며 “오히려 비정규직을 고착화 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연구강의교수제가 합법이 되면, 정년퇴직이 가능한 전임교수 대신 비정규직의 임용이 늘어나 교수의 비정규직화가 일어나게 된다고 주장한다. 김동애 본부장은 “이미 몇몇 사립대학에서는 정년퇴직 교수 대신 비정규직 교수를 늘리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공무원법>의 적용을 두고도 강사단체들 간에 입장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 현재 강사노조 측은 시간강사에게 <교육공무원법>을 적용하여 교원의 지위에 대한 회복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고등교육법> 제14조에 따르면 강사를 교원으로 포함하고 있지만 제14조의2에 의하면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및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을 적용할 때에는 강사를 교원으로 포함하지 않고 있다. 이는 강사들이 요구했던 신분 보장에 대한 개선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비정규교수노조도 시간강사의 교원 지위 회복에 대해서는 찬성하고 있지만, 강사노조와 달리 강사에게 <교육공무원법>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비정규직 교원인 강사에게 <교육공무원법>을 적용하면 강사를 전임교원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이상룡 정책위원은 “이렇게 되면 비정규직인 강사만 채용해도 법정전임교원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이는 대학이 정규직 교원을 채용하지 않아도 되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학들은 <교육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 <사립학교직원연금법>이 적용되는 강사의 채용을 꺼리게 되면서 시간강사들에 대한 대량해고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채용된 소수의 강사들은 더 많은 강의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이상룡 정책위원은 “채용된 것이라는 우려다. 이상룡 정책위원은 “채용된 강사들은 교육공무원이지만 여전히 비정규직인 상태로 남게 된다”며 “ 강사노조의 요구는 비정규직 교육공무원을 대량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시간강사 단체간의 입장 차이는 몇 년째 좁혀지지 않고 있다.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책 마련 필요해

­ 강사법이 이대로 시행될 경우, 대학 측에서도 곤란한 상황이다. 강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인상될 강사료 뿐만 아니라 4대 보험금, 퇴직금 등 강사 1인당 인건비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지난 2013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79개 대학의 교무처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현행 강사법이 실시됐을 때 겪게 될 가장 큰 어려움은 재정 부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간강사의 약 절반 이상이 2개 이상의 대학에 출강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강사법은 이들의 4대 보험금을 1시간이라도 더 많이 강의하는 대학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학이 강사의 강의 시수를 줄이게 되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대학교육협의회 측은 <강사 제도에 관한 전 강사 대상 설문조사 분석 결과>를 통해 “강사 처우에 대한 개선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재정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강사들의 보험료를 대학이 부담하는 것은 현실상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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