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3일 ‘영화진흥위원회’가 ‘한국 예술영화 좌석점유율 지원사업’(가칭)이란 이름의 지원사업안을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영화인들은 이 같은 지원사업안이 ‘지원이 아닌 방해행위’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발표한 ‘한국 예술영화 좌석점유율 지원사업’은 ‘영진위의 위탁업체가 선정한 26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 30곳에 지원금을 주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당초 영진위에서 진행했던 개봉지원사업과 운영지원사업이 통합된 것이다. 개봉지원사업은 다양성 영화의 개봉을 위해, 운영지원사업은 다양성영화를 상영하는 예술영화관을 위해 일정금액을 지원하는 사업이었다.
 
 
 
표현의 자유, 또 다시 빼앗기나­­
  ‘좌석점유율 지원사업’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영화를 영진위가 입맛에 맞게 검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영진위는 이미 직영 독립영화관인 ‘인디플러스’에서 영화   <다이빙벨>의 상영을 금지한 바 있다. 따라서 검열의 가능성에 대한 의심은 충분히 나올법한 이야기이다. 영진위는 새로운 지원사업에 따라 공모에 참가한 위탁업체를 선정할 권한을 쥐었을 뿐만 아니라 위탁업체가 선택한 영화의 최종결정권도 쥐게 됐다. 이에 ‘한국독립영화배급사네트워크’ 측은 지난달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예술영화관의 다양한 영화 상영은 자율적인 개봉작품의 선정 덕분이었다’며 ‘좌석점유율 지원사업이 시행될 경우 극장의 자율적인 작품 선정이 어려워지게 되고, ‘과감한 영화 상영’ 등의 가능성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원사업의 기준이 영화 선정의 폭을 좁힌다
  영진위가 영화관의 다양성을 약화시킨다는 비판도 있다. 이 지원사업이 확정될 경우 매주 목·금·토요일 중 이틀은 선정된 두 편의 영화만을 상영해야 한다. 이 경우 선정된 30곳(비상설극장 15곳, 멀티플렉스 예술관 15곳)의 영화관에서 같은 영화를 같은 시기에 상영하게 된다. 또한 위탁업체에 선정되지 못한 영화는 개봉이 더욱 어려워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선정을 받기 위해 영화는 다양성을 잃고 획일화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부산 국도가람예술관 정진아 프로그래머는 예술전용영화관이 각자의 다양성을 잃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영화관마다 고유의 색을 가졌는데 정해주는 두 편을 상영하라는 지침은 각자 가진 영화관의 색을 잃게 만든다”며 “이런 지원방식은 예술영화관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귀막은 영진위, 수렴되지 않는 의견 
 영진위는 예술영화관의 교차 상영문제를 지적하며 이 같은 지원 사업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예술영화 편수가 급격하게 증가해 예술영화관의 교차 상영률이 해마다 높아져 가고 있는 것이다. 예술영화관은 하루 6회 상영을 하는 대신 매회 다른 영화를 교차 상영한다. 영진위의 지적에 대해 예술영화관 관계자들은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시간대에 독립영화를 배치하고 그 사이에 상업영화를 교차 상영하는 멀티플렉스가 더 문제”라고 말했다. 정진아 씨는 “많은 상영관을 가지고 있는 멀티플렉스와는 달리 예술영화관은 1관으로 운영이 되기 때문에 교차 상영은 어쩔 수 없는 문제”라며 “관이 하나인 예술영화관이 잘못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영진위는 이 같은 영화인 측의 의­­­견에 반박보도 자료를 냈다. 영진위 측은 보도 자료를 통해 ‘많은 언론들이 이미 지원 사업의 통폐합 결정을 내린 것처럼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사업안을 결정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화인들은 영진위의 이 같은 발표를 ‘거짓 보도’라고 비판했다. ‘독립영화전용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의 이현희 씨는 “영화인들이 모였던 비공개 간담회 당시 영진위 관계자가 거의 확정이 된 사업이라고 말했다”며 “공청회나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지만, 현재 어떠한 의견도 수렴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부산 지역 영화관도 사정권 안
  이렇듯, 영진위의 지원 아닌 지원사업 때문에 사정이 어려워지는 예술영화관이 늘어가고 있다. 지난해 운영지원금을 받지 못했던 대구 동성아트홀은 올해도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결국 지난달 폐관했다. 부산 지역의 예술영화관 역시 예외는 아니다. 남포동의 ‘아트씨어터 c+c’도 지난해 갑자기 바뀐 예술영화관 운영지원방식 때문에 지원금을 받지 못했고, 올해 역시 선정을 받지 못하게 될 상황에 놓여있다. 이러한 현실에 예술영화관을 찾는 시민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A(대연동,­ 45) 씨는 “영진위의 무분별한 지원정책 때문에 예술영화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줄어들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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