⑩영화 <악사들>

  

 

  음생음사(音生音死)! 음악에 살고 음악에 죽는 평균 나이 60세의 다섯 남자가 있다. 음악으로 뭉친 이 다섯 악사들이 모여 7080 음악전문 5인조 밴드 ‘우담바라’를 결성한다. 불가에 귀의해 스님이 됐지만 여전히 세속을 잊지 못한다는 색소폰 연주자 혜광 스님, 사기로 전재산을 날리고 빈집을 구하러 다니다가 지금은 라이브 카페를 운영하는 베이시스트 이승호, 젊은 시절 ‘오부리’(유흥주점에서 노래 반주를 해주는 것) 악사들을 무시했지만 오부리로 먹고 사는 드러머 이현행, 남해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겸 기타리스트 이정수, 가장 젊은 실력파 건반연주자 박기태가 밴드의 멤버이다. 영화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카바레와 룸살롱을 일터로 삼아온 그들이 황혼에 접어들어 비로소 자신들의 못다한 꿈을 이루기 위해 음악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꾸밈없는 아날로그 감성이 듬뿍 담긴, 한 많은 악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는 ‘해후’, ‘부산갈매기’,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등 총 11곡의 다양한 곡들을 들려준다. 음악영화는 많지만 7080 노래들로 구성된 영화는 드물기 때문에 <악사들>은 특히 중년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작품은 좋은 음악을 들려줄 뿐만 아니라 음악을 전하는 사람들의 치열한 삶까지 담아 전달한다. 음악을 위해 대마초를 한 적도 있다고 고백하는 아저씨들의 솔직하고 걸쭉한 입담은 내내 관객의 웃음을 자아낸다. 화려한 조명을 받는 슈퍼스타는 아니지만, 소소하게 꿈을 이루고자 하는 대한민국 밤 악사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고뇌를 엿볼 수 있다.

  종종 등장하는 밴드 공연 장면에는 감독의 개성이 두드러진다. 감독은 사진을 찍듯 고정된 프레임 속에 공연 모습, 제목, 작사·작곡자, 제작연도를 삽입해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킨다. 연출을 맡은 김지곤 감독은 부산에서 활동 중인 젊은 다큐멘터리 전문 감독이다. 지난 2008년 <낯선꿈들>부터 부산 산복도로에 관한 연작 <할매>, <할매-시멘트 정원>, <월간-할매>까지 부산의 사라져가는 공간과 역사, 소외된 사람들을 향한 애정 어린 시선의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만들고 있다. 이러한 감독의 특성은 <악사들>에서도 이어진다. 공연이 끝난 뒤의 적막과 무심하게 이어지는 일상의 소음 등이 돋보이는데, 이를 통해 감독은 시종일관 유쾌해 보이는 밴드의 애상적인 뒷모습을 성공적으로 포착한다. 김지곤 감독의 작품 <할매-시멘트 정원>과 <악사들>은 지난해와 올해 잇달아 전주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었고, 올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도 초청되어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올디스 벗 구디스(oldies but goodies)’이다. ‘올디스 벗 구디스’란 오래되었지만 현재도 사랑받는 명곡을 이르는 말로, 오래된 것이 낡은 것이 아니라, 세월이 흐를수록 무르익는다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특히 이 말은 <악사들>에 삽입된 노래들뿐만 아니라 평균나이 60세의 우담바라 멤버 개개인에게도 적용된다. 황혼에 접어들며 무르익어가는 삶의 지혜와 태도로 비로소 자신을 위한 진정한 음악의 의미를 찾은 다섯 명의 악사들. 이들 자체가 ‘올디스 벗 구디스’인 것이다. ‘우리의 음악은 끝나지 않았다’는 포스터 문구처럼, 이들 다섯 악사는 꿈을 이루기 위한 여정 중에 있다. 다섯 아저씨 악사들이 들려주는 음악을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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