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기술, 문화로 융성하는 부산’

서병수 부산시장이 후보 시절부터 내걸었던 슬로건이다. 그는 “부산이 대내외적 변화에 대응하며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인재를 키우고, 기술을 혁신하며, 문화적 매력이 넘치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병수 민선 6기’ 체제 100일이 지난 지금, 필자가 보기에 부산은 문화적 매력이 넘치기는커녕 문화라고는 ‘군사독재문화’밖에 없던 시절로 퇴보하고 있는 듯하다.

다이빙벨 상영 취소 압박에 이어 부산문화재단 민간 이사장 선임까지. 현재 부산의 문화계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서병수 시장은 취임 100일 만에‘ 불통 시장’이라는 별명을 얻게 생겼다.

부산문화재단이 민간 이사장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재단의 기금 확보를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전국 13개 지역에 문화재단이 있지만, 정부 위탁 사업을 주로 추진하기 때문에 지역의 특성에 맞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 한계가 있다. 또한 수도권과 비교했을 때 부산문화재단의 출연금 규모는 새 발의 피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문화의 다양성을 꽃 피우기 위해 문화에 관심이 있으면서 재원을 확보하기 쉬운 사람을 뽑는 것이 민간 이사장 제도의 본래 취지인 것이다. 앞서 시와 문화재단이 합의해 도출한 결과였고, 사람들은 부산문화재단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대도 잠시, 부산시는 보란듯이 대다수의 문화인들이 반대하는 인물을 초대 민간 이사장 자리에 앉혔다. 심지어 세 차례 공모했다가 낙선한 대표이사 자리보다 더 높은 지위다. 어떠한 추천이나 공모 절차도 없는, 시의 독단적인 결정이었다. 이처럼 서병수 시장은 능력이나 전문성은 배제한 채 자신과 정치적 이념을 같이 하는 사람만 등용하고 있다. 한 문화계 인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공주라면 서병수 시장은 왕자에 비유할 수 있겠다”며 “21세기에 왕정이 다시 찾아온 느낌”이라고 농을 던지기도 했다.

한 쪽에서는 이를 두고 문화계의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부산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부산예총)과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부산지회(부산민예총)의 알력 다툼이라 말하기도 한다. 부산예총에 오래 몸담았던 사람이 이사장이 되자 부산민예총에서 불만을 가진게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보수와 진보의 문제도, 예총이냐 민예총이냐의 문제도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는 데는 합당한 이유가 있고, 절차상에도 분명 문제가 있었다. 지금이 어느 땐데 시장이 마음대로 자리를 줬다 말았다 하며, 영화를 틀어라 말아라 하느냔 말이다. 서 시장은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 <다이빙벨>을 상영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가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조직위원장이라는 사람이 직접 나서서 영화제의 독립성과표현의 자유를 앗아가다니, 이거야말로 ‘자폭’이 아닌가.

갖가지 국제 행사가 열리고 해마다 전세계의 문화예술 인사들이 모여들지만, 정작 부산은 ‘문화 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관료들이 문화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에서 수없이 지적하고 많은 시민들이 개선을 요구하는 지금이 잘못을 바로잡을 적절한 때다. 변화하지 않고 계속해서 관변문화를 고집한다면, ‘사람과 기술, 문화로 융성하는 부산’은 임기 5년 내내 슬로건의 활자로만 남게 될 것이다.

   
 이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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