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마민주항쟁 진상 규명을 위해 뒤늦게 부마민주항쟁보상법이 제정됐다. 그러나 당초 논의되던 특별법이 아니라 일반법으로 제정돼 법안 내용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으며, 법률 시행 10개월이 지난 상태에도 후속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관련 단체들의 반발이 일고 있다.

 

20여 년 노력의 결실, 한계가 보인다

 

지난해 6월 4일, 국회에서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하 부마민주항쟁법)이 제정돼 12월 5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국가적 차원의 정당한 평가가 이뤄지지 못했던 부마민주항쟁에 대한 진상규명과 관련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 등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당초‘ 부마 사태’로 불리던 항쟁이 법률에 ‘부마민주항쟁’이라고 명시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2010년 처음으로 관련 법안이 발의된 후 오랫동안 진통을 겪고 나서야 제정된 법안이 지만, 부마민주항쟁 관련자들은 우려를 감출 수 없는 상황이다. 법의 명칭에서부터 논란이 됐다. 원안에 있었던 ‘진상 규명’이라 는 단어가 빠졌으며, 수사권을 제외해 특별법이 아니라 일반법으로 제정됐다. 동행명령권이 없기 때문에 사실 조사 협조 요청에 그쳐 가해자 조사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피해자 인정 범위도 제한적이다.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의 범위를 1979년 10월 16일부터 20일까지로 한정해 상당수 관련자가 보상 범위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10월 16일 이전에 시위 계획을 세웠다가 실패하고 이후 동래경찰서에 구금돼 고문을 받았던 황선용 씨 등의 피해자들은 보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법률에 명시된 ‘30일 이상 구금자’도 부마민주항쟁에 적합하지 않은 조항이다. 부마민주항쟁은 10·26사태가 벌어지면서 10일 만에 갑작스럽게 마무리됐다. 사실상‘ 30일 이상 구금자’에 해당하는 이는 재판까지 가서 실형을 살았던 사람 외에는 없다. 부마항쟁 관련단체들이 법안에서 규정하는 보상 대상 피해자는 30~40명에 불과할 것으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마민주항쟁 진상 규명 및 관련자 명예 회복 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의 객관성 유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법안에서는 심의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규정했지만 위원의 임명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이기 때문에 그 우려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부마민주항쟁 참여자 정광민(경제 78, 졸업) 씨는 “ 지금이라도 관련 법안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기쁘지만 진상 규명 결과에 대해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위원회 구성 늑장, 편향적 인사까지

법률 시행 이후 10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심의위원회 구성이 이뤄지지 않아 진상 규명 절차가 시작되지도 못했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안전행정부 소관 위원회 현황 및 활동 내역서>에 따르면 심의위원회 위원이 구성되지 않아 활동 내역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BH 인선 중’이라고 밝혔지만, 안전행정부는 지난 6월에도 같은 문건에 ‘BH 인선 중’이라고 보고했었다. 안전행정부 부마민주항쟁지원특별팀은 법안 시행 전이었던 2013년 10월에 위원회 후보자 명단을 제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즉 심의위원회 후보자 명단이 청와대로 전해진 지난 10월 이후 그 어떠한 진전도 없다는 것이다. 지난 1990년 보상법 제정 이후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보상이 시작된 5·18광주민주화운동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에 이행봉(정치외교) 교수는 “법안에 명시된 부마민주항쟁 진상규명과 피해보상 등의 내용이 전혀 실행되지 않고 있다”며 “38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놓고도 정부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979년 부마민주항쟁 당시 도로를 점령한 장갑차의 모습. 10월 18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1,500여 명이 연행됐는데 이때 구타, 성희롱 등 가혹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사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부마항쟁 35주년을 맞아 심의위원회 구성이 가시화되면서 심의위원회의 편향적인 구성원에 대한 우려도 잇따르고 있다. 민주주의사회연구소 정윤식 연구원은 “부마민주항쟁 관련 단체들이 몇몇 인사를 추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아무래도 정권의 정통성에 관련된 일이다 보니 정부 인사 위주로만 구성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역사 왜곡 논란의 중심에 섰던 단체 ‘뉴라이트’ 인사가 포함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차성환 이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캠프 관계자, 뉴라이트 인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 역사적 사건에 대한 공정한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심의위원회는 위원회 구성을 마친 날부터 3년 이내에 자료 수집과 분석을 완료해야 하며, 이후 6개월 내로 진상조사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심의위원회 명단은 이르면 오늘(13일) 발표될 예정이며 위원 명단 구성에 따라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