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권 침해를 당하는 학내 언론과 공론의 장이 사라진 대학사회를 바라보며 고민했던 학생들. 그들 중 일부는‘ 독립언론’이라는 같은 대안을 생각했다. 대학본부(이하 본부) 아래에서 독립해‘ 할 말’을 하고자 해서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하는 발행비용, 학내 구성원의 싸늘한 시선 등으로 그들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학내구성원과의 관계

학내의 공식적인 기관이 아닌 그들은 학내구성원과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까. 대부분 독립언론은 본부와 관계가 좋지 않다. 본부와의 갈등 끝에 탄생한 독립언론은 물론, 다른 배경에서 탄생한 독립언론 모두 본부의 이해와 맞지 않는 기사를 많이 쓰기 때문이다. 때문에 고급찌라시, 성신퍼블리카, 잠망경은 기자의 실명을 밝히지 않은 채 활동하고 있다. 고급찌라시 개마고원 편집장은 “실명을 밝힌 채 본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면 본부의 압박이 심해질 것을 예상해 창간호부터 필명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예상대로 성균관대 본부는 몇 차례나 고급찌라시 기자들의 신상을 알아내려고 시도했다. 성신퍼블리카의 기자는 총장을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썼다가 학생활동지도위원회에 불려가고 경찰 조사를 당하기도 했다. 실명을 밝히지 않은 채 기사를 썼지만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기자의 신상정보를 노출하게 된 것이 화근이었다. 학생활동지도위원회에서 교수들은“왜 이런 기사를 썼느냐?”, “학생은 원래 말을 그렇게 하느냐”며 기자를 추궁했다고 한다. 총학생회 또한 비판의 대상이 되면서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독립언론이 많았다. 독립언론은 학내 공식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취재와 자료 요청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한편 다른 독립언론과 달리 본부, 총학생회와 상대적으로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곳도 있다. 바로 외대알리다. 본부가 기존 학내언론을 탄압하는 모습을 지켜본 한국외대학생회 구성원들은 조합 가입을 먼저 제안하기도 했다. 본부 몇몇 부서 또한 취재요청에 상대적으로 호의적이다. 외대언론협동조합 강유나(한국외대 영어 4) 이사장은 “호의적인 태도의 가장 큰 이유는 협동조합의 조합원이 학생회 구성원이라는 점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위)지난 4월 발행된 고급찌라시 16호는 누군가에 의해 무더기로 쓰레기통에서 버려졌다
(아래)지난해 9월 성신퍼블리카 기자는 총장 비리 의혹에 대한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학생활동지도위원회에
불려갔다

캠퍼스를 뒤흔든 그들의 목소리

할 말은 하고자 했던 그들의 활동은 곳곳에서 빛을 발했다. 그들의 기사가 학내 전체에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고급찌라시는 본부가 암암리에 진행했던 제3캠퍼스 추진 계획을 폭로했다. 본부의 계획은 전체 학생들에게 알려지고 전학대회 안건에 상정되면서 무산됐다. 개마고원 편집장은 “학우들이 모르고 넘어갈 뻔했던 큰 사건을 알렸다는 점에서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태근(성균관대 컴퓨터교육 3) 씨는 “고급찌라시를 챙겨 보는 편”이라며 “학내 언론보다 본부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이 장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민저널 또한 학생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을 폭로했다. 채널A에서 대학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방송된 교수의 금품수수 비리 보도가 국민대라는 사실을 알아내 해당 사안과 관련한 10개가 넘는 기획기사를 낸 것이다. 비리의 규모도 이전에 보도됐던 것보다 더 컸다는 점도 알렸다. 유지영 편집장은 “영향력이 있는 교수였지만 학내에서 논란이 커져 결국 파면을 당하게 된 사건”이었다고 설명했다. 커진 영향력만큼 그들의 기사에 대한 반응도 크고 다양했다. 유지영 편집장은 “원색적인 비난부터 ‘정의를 위해 일하는 청년들’이라는 반응까지 다양하고 뜨거운 피드백을 받았다”고 전했다.

가장 큰 어려움은 ‘돈’

창간 초기와 학내에서의 영향력은 달라졌지만 ‘자금 조달’의 어려움은 여전히 존재했다. 기자들의 활동비는 물론이고 발행에 필요한 비용조차 온전히 언론사 내에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신퍼블리카의 편집장은 창간 후 현재까지도 고쳐지지 않은 어려움으로 “기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없어 순수하게 그들의 열정과 자발성에만 의존하는 것”을 꼽았다. 국민저널은 신문을 발행하기 위해 기자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아르바이트를 통해 자금이 모이면 그때마다 신문을 발행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 앞서 창간한 국민저널이 자금난에 시달리는 것을 지켜본 외대알리는 돌파구로 ‘협동조합’의 형태를 택했다. 총학생회, 각 단과대학 학생회의 구성원 등을 조합원으로 받고 조합비를 받는 것이다. 더불어 광고를 받아 신문에 싣고 광고비를 받기도 한다. 강유나 이사장은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조합운영, 광고 계약 등에 대해 계속 공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 내에 취재와 발행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 없다는 점도 큰 어려움이다. 회의를 위한 공간을 빌리려면 만만찮은 비용이 들어 독립언론사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이러한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손을 맞잡다

각자 배경에서 출발했지만 그들에게 닥친 상황은 비슷했다. 서로의 활동을 지켜보던 독립언론들은 손을 맞잡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성신퍼블리카와 국민저널이 함께 ‘자치언론네트워크’를 만들고 함께 기획기사를 내기 시작했다. 이어 외대알리와 성신퍼블리카도 합류해 현재 4개의 독립언론이 함께 회의 하고 기사를 내고 있다. 성신퍼블리카 기자가 총장으로부터 고발을 당해 경찰조사를 받았을 때도 함께 성명서를 냈다. 국민저널 유지영 편집장은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연대가 필요하다는 점을 더욱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더불어 ‘한겨레21’을 중심으로 대학독립언론네트워크를 만들어 공동기획 기사를 연재하고 있다. △잠망경 △성신퍼블리카 △외대알리 △고급찌라시 △국민저널 △연세통 △대학언론협동조합이 참여했으며 이후 서울대저널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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