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코트를 입은 남자가 시체 안치소에 들 어온다. 형사는 아니지만, 누구보다 매서운 눈을 가진 그 남자는 시체를 훑어보고는 그 사람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를 순식간에 밝혀낸다.
                                                                                      -영국 드라마 <셜록>의 한 장면

탐정, 사전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사정을 몰래 살펴 알아내는 일을 하는 사람 이라 정의하고 있다. 위 드라마의 장면처럼 픽션 속에서 탐정은 날카로운 추리력을 바탕으로 사건을 풀어내는 전형적인 해결사의 면모를 보인다.

▲ <민간조사원 제도 입법추진과정>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탐정이 픽션 속에나 존재하는 것이었지만, 조만간 현실에서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44개 신직업 육성계획에 ‘민간조사원 제도 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민간조사원, 소위 말하는 사설탐정을 양성화하고 국가공인 직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렇다고 민간조사원에 픽션 속의 탐정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현실과는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픽션 속의 탐정은 범죄 현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수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범죄자를 체포하기도 한다. 하지만 민간조사원들의 주 업무는 해외도피 사범이나 산업스파이 추적, 지적재산권 침해 조사, 미아·실종자 찾기 공소제기를 위한 증거자료수집 등이다. 이렇게 수집한 자료를 변호사나 의뢰인에게 넘기는 것 까지가 민간조사원들이 하는 일이다. 실제로 2010년에는 산업스파이에 의한 LED 신기술 유출 현장을 추적해 포착했고, 펀드매니저를 사칭해 돈을 받아 미국으로 도피한 범죄자의 소재를 파악내기도 했다.

지난해 부산에서는 한 호텔의 지적재산권 침해 사례를 조사해 보고하기도 했다. 한국민간조사협회 유우종 회장은 공권력이 집중되기 힘든 부분을 파고 들어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리 주 임무”라며 민간조사원들이 하는 일을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민간조사 사업이 활발하다. OECD 34개국 중 우리나라를 제외한 33개국에서는 민간조사원을 합법화한 상태다. 이중 민간조사원의 힘이 가장 강력하다고 평가받는 나라는 미국이다. 세계최초의 탐정회사가 생기기도 한 미국은, 민간조사원이 수사권뿐만 아니라 제한된 체포권도 행사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민간조사원 법안의 도입시도가 하루 이틀 이뤄진 것은 아니다. 국회에서는 15년 동안 총 7차례의 법안 상정이 시도됐지만 그때마다 처리는 정체됐다. 하지만 지금 정부의 신직업 육성계획에 민간조사원이 포함된 이상 이번만큼은 법안통과가 추진력을 얻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