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조사원’의 도입에 대해 경찰과 변호사 단체 등 이해관계자 집단 사이의 찬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8일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새로운 직업 44개를 선정해 육성하겠다는‘ 신직업 육성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그 중 민간조사원, 즉 사설 탐정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민간조사원 합법화 관련 법안은 지난 1999년부터 15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이해관계자 집단 사이의 찬반 논란은 여전한 상황이다. 여태까지 7차례의 법안 상정으로 합법화가 추진됐지만 사생활 침해나 정보 독점 현상 등의 우려로 번번이 무산됐다. 민간조사원이 합법화 된다면 음성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흥신소나 심부름센터 등의 민간조사업체를 양지로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정보의 독점과 사생활 노출 위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국민 위해 민간조사원 필요해”

OECD 34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민간조사원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에 우리나라 역시 민간조사원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민간조사원의 도입이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고용서비스정책과 노길준 과장은 “민간조사원이 도입될 경우 새로운 산업군이 형성돼 신용조사나 보험업 등 관련 일자리가 약 4000개 더 창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조사원의 도입이 수사 인력을 보충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경찰청 뉴미디어홍보계 관계자는“ 현재 경찰 인력으로는 실종자 찾기나 개인 간의 분쟁 등 모든 사건을 처리하기에 한계가 있는 상태”라며 “민간조사원이 생긴다면 국민들이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비용 법률서비스인 변호사를 통하지 않고도 누구나 법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경찰의 주장이다.

당사자인 민간조사원들도 합법화 법안을 환영하고 있다. 한국민간조사협회 유우종 회장은“ 민간조사원의 합법화를 통해 공권력이 닿지 않는 국민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며“ 형사소송법의 개정으로 검사의 공소장보다 증거나 증인이 중요해졌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 민간조사원 제도의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했다. 흥신소나 심부름센터의 존재는 민간조사에 대한 수요를 바탕으로 한 것이므로, 이러한 수요에 대해 합법적인 방법으로 공급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합리적 근거 없어”

▲ 일러스트=신희연

이러한 주장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 측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최영민 변호사는 가장 먼저 사생활 침해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미 개인 정보 유출 문제가 심각한 상태인데, 정부가 나서서 개인의 사생활 노출 피해를 합법화시키는 모양새”라며“ 합법적으로 개인의 뒤를 캘수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정보의 독점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민간조사원이 현재 경찰이 담당하고 있는 공적 업무를 맡을 경우 반드시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률신문 이진환 편집위원은“ 민간조사원이라는 것이‘ 민간’의 일이기 때문에 돈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결국 돈이 많은 기득권층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아니냐”고 비판했다. 경찰의 속내는 따로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대한변호사협회 ㄱ변호사는“ 민간조사원 도입은 퇴직한 고위 경찰공무원들의 밥그릇 챙기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수사인력이 부족하다면 경찰 인력을 늘리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전했다.

도입 시기는 미지수

국회에 8번째로 민간조사원 합법화 법안이 상정됐지만 앞으로도 이에 대한 논란은 여전할 전망이다. 민간조사 업체를 관리할 권한을 차지하기 위해 경찰청과 법무부가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조사원 자격 시험 시행 방법, 자격 시험 주관 기관 등 결정해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아있는 상태다. 김영욱(동국대 법학) 교수는“ 오랜 시간 논의되고 있는 법안이기 때문에 정부가‘ 신직업 육성 계획’을 발표했다고 해서 금방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