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청년문화 사라지자
-금정구 등 각종 공연 펼쳤지만
-일회성 행사에 그쳐 혹평 받아
-최근 조사서도 '무관심' 짙어

침체된 상권과 사라진 청년 문화. 부산대학로의 현 주소다. ‘부산대학로의 몰락’이라는 불명예를 회복하고자 지자체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한 공공의 노력도 15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부산대학로를 변화시키려는 새바람이 여전히 약하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2021년 금정구에서 추진한 '부산대 빛거리' 조성 사업. 다만 학생들의 관심을 크게 끌지는 못했다. [출처: 금정구청]
2021년 금정구에서 추진한 '부산대 빛거리' 조성 사업. 다만 학생들의 관심을 크게 끌지는 못했다. [출처: 금정구청]

29일 <채널PNU>의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대학로를 부흥시키려는 공공의 노력은 2010년부터 시작됐다. 부산대학로가 획일화된 상업공간으로 변모(<채널PNU> 지난 3월 1일 보도)하자 ‘청년문화의 공간’으로 만들었던 이들이 떠나기 시작한 즈음이다. 하지만 공공의 노력마저 부산대학로에 자생력을 심어주지 못한 일회성 지원으로 평가받으며 쇠락하는 청년 문화를 견인하기엔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부산대학로를 관할하는 금정구와 부산문화재단 등은 다양한 방법으로 부산대학로를 되살리려 했다. 2010년 금정구의 추진으로 조성된 ‘부산대 앞 대학로 특화 거리’가 그 시작이다. 쇠락하는 부산대학로를 살리고자 청년 문화가 두드러지는 서울의 여러 대학로를 분석하고 벤치마킹한 것이다. 2011년엔 부산문화재단이 1억 8천만 원을 투자해 우리 대학 앞 ‘문화회춘프로젝트’를 추진하기도 했다. 대안문화 예술단체 ‘재미난 복수’와 연계해 100일 간 부산대학로 거리에서 버스킹 공연을 선보인 것이다.

2015년에도 금정구는 우리 대학 앞 문화 활성화를 목표로 △부산인디페스타(현 부산국제거리예술제) △국제청년문화박람회 등 거리 문화 축제를 진행했다. ‘부산대학로 청년문화 활성화사업 프로그램’을 공모하며 청년들의 수요를 반영한 ‘부산대 젊음의 거리(부산대학로49번길)’를 운영하려는 노력도 있었다. 2019년에는 ‘부산대 상인회’를 정식 상인회로 승격하고 우리 대학 앞 상권과 문화를 함께 살리고자 했다.

그러나 어떠한 축제도 지속적으로 살아남지는 못했다. 대부분이 관 혹은 외부 단체에서 주도한 일시적이고 일방적인 사업에 불과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부산대학로의 자체적 문화 형성에 대한 주체, 즉 청년들의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2011년 부산의 대학로를 주제로 부산 지역 일간지 ‘국제신문’이 주최한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는 부산대학로에 대해 “관의 지원으로 이뤄진 많은 축제들이 단기적이고 외형적인 성과주의로 접근했다”고 지적했고, 다른 전문가도 “관, 상가번영회 등 외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부대신문 2011년 7월 26일 보도).

부산대학로 부흥을 목표하는 지자체 사업에 대한 부산 청년 인식조사. (c)윤다교 부대신문국장
부산대학로 부흥을 목표하는 지자체 사업에 대한 부산 청년 인식조사. (c)윤다교 부대신문국장

특히 2020년 이후 코로나19를 겪으며 부흥이 더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지자체의 여러 사업이 추진됐으나, 청년 문화를 견인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부산대 옹벽 갤러리 조성(2020년) △스마트 시범상가 구축(2021년) △부산대 빛거리 조성(2021년) 등이 추진됐지만 청년들의 관심을 끌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채널PNU>가 지난해 10월 12일부터 11월 20일까지 부산 지역 청년 1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해당 사업을 ‘전혀 모른다’는 응답이 50%로 나타났다. ‘조금 모른다’ 역시 21.3%로 학생 인지도는 저조했다.

2019년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는 ‘차 없는 거리’ 사업에 대한 반응도 미지근했다. 해당 사업은 부산 도시철도 1호선 부산대역 1번 출구부터 이어지는 금정로 60번길 일원의 차량을 통제함으로써 ‘보행자 중심의 상권 문화’를 만들고 ‘야외 무대 공간’을 만들고자 추진됐다. 다만 설문 결과 이러한 취지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은 △‘매우 미흡’ 9.4% △‘미흡’ 15.4% △‘그저 그렇다’ 42.3%로 나타나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부산대학로의 부흥을 위해선 ‘청년 문화가 자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지원 마련이 꼽힌다. 부산대학로에서 청년 문화를 경험했던 시기의 이들은 지자체가 일방적인 사업 추진에서 벗어나 부산대학로 문화에 자생력을 심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부산대학로의 청년 문화 사업을 이끌었던 우리 대학 졸업생은 “현재 공공기관이 청년이라는 담론에 접근하는 방식이 일방적이고 현재의 지원은 일회성이라 부산대 앞 문화의 자생력을 유도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도 자생력 강화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2022년부터 ‘온천천 금정 청년 페스타’를 추진하기도 했다. 지역문화를 주도했던 금정구 청년들이 직접 △공연 △전시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며 소통하는 자리다. 다만 이마저도 무대의 장이 우리 대학 정문으로부터 멀어지며 큰 관심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행사를 주도한 금정문화재단 역시 온천천 어울마당이 청년을 유입하기에 최적의 공간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금정문화재단 예술진흥팀 장영식 팀장은 “NC백화점이 들어서고 정문이 지하주차장 출입구가 되며 차량을 막고 행사를 기획하는 것이 (민원 때문에) 많이 부담스러워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2016년 당시 '핫플'로 떠오르던 장성시장 약도. [부대신문DB]
2016년 당시 '핫플'로 떠오르던 장성시장 약도. [부대신문DB]

청년들의 문화 일자리 마련을 위한 지자체의 지원 필요성도 제기된다. 2015년 부산대 근처에 위치한 장성시장을 기반으로 청년 예술인 5인이 △비건 식당 △게스트 하우스 △공유 주방 △전시회 △칵테일바 등의 특색있는 소규모 업장을 개업하며 대안 문화를 마련하고자 했다(부대신문 2016년 9월 5일 보도). 다만 2017년 발생한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아무런 지원이 없어 ‘핫플’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공간이 사라졌다. 아직 장성시장에 남아 있는 비건 식당 '나유타카페'를 운영하는 나까 씨는 “장성시장이 활발할때도, 사라지고 있을 때도, 사라진 지금도 지원은 전혀 없다”며 “지원이 있었다면 청년 문화 네트워크가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청년 문화부흥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도 필요한 상황이다. 금정문화재단 장 팀장은 "우리가 해야할 역할은 청년들의 ‘판’을 깔아주는 것이고, 실질적인 활동은 참가자들의 몫”이라고 전했다.

※채널PNU 특별취재팀: 윤다교 부대신문 국장, 최유민 보도부장, 최선우 전 보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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