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무전공 입학’ 확대 추진
-우리 대학, TF 꾸려 계획 수립중
-무전공 입학생들 “진로 탐색 가능”
-반면 비인기 학문 고사 등 우려도

교육부가 내년부터 주요 국립대의 신입생 일부를 ‘무전공’으로 선발할 계획을 발표하자 우리 대학도 구체적인 방향을 결정하는 교육혁신전략수립 TF 운용에 나섰다. 이를 두고 융합형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는 기대와 비인기 학문이 고사하는 등 부작용이 클 것이란 우려가 교차한다. <채널PNU>는 무전공 입학 전형을 시행하고 있는 주요 대학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책의 명과 암을 살펴봤다.

교육부가 대학이 전공 구분 없이 신입생을 뽑은 뒤 2학년 때 전공을 결정하는 ‘무전공 입학’을 추진하는 방안을 공개했다. 우리 대학과 같은 국립대의 경우 2025학년도엔 최대 20~25%, 이듬해엔 25~30%를 무전공으로 뽑도록 유도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c)김채현 기자
교육부가 대학이 전공 구분 없이 신입생을 뽑은 뒤 2학년 때 전공을 결정하는 ‘무전공 입학’을 추진하는 방안을 공개했다. 우리 대학과 같은 국립대의 경우 2025학년도엔 최대 20~25%, 이듬해엔 25~30%를 무전공으로 뽑도록 유도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c)김채현 기자

■전국에 부는 ‘무전공 바람’

교육부는 ‘2024년 대학혁신지원사업 및 국립대학육성사업 기본계획’을 지난 1월 30일 발표했다. 이 계획안에는 2025학년도부터 대학의 무전공 선발을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학 전공 구분 없이 신입생을 뽑은 뒤 일정 기간 뒤에 전공을 결정하도록 한다는 것인데 ‘전공 구분 없이 선발 뒤 모든 전공을 선택’(유형1)하는 방식과 ‘특정 계열이나 단과대 단위로 뽑은 뒤 해당 단위 안에서 전공 선택’(유형2)하는 방식으로 구분된다. 교육부는 무전공 모집 비율을 일정부분 충족하면 재정 인센티브를 지급해 ‘전공 간 벽 허물기’를 가속화하겠단 방침이다.

우리 대학은 지난달 교육혁신전략수립 TF를 구성해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1999년에 이미 자율전공학부라는 이름으로 유사한 제도를 도입했던 우리 대학은 당시 운영상의 문제로 6년 간 운영하다 해당 전공을 폐지했다. 교무과 김혜은 주무관은 “우리 대학은 교육부의 정책 지침으로, 폐지됐던 자율전공을 다시 재도입하고자 운영 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며 “2월 중으로 어떻게 운영할 지 몇 차례 회의를 더 실시해 논의가 끝난 후 3월에 발표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지역에서는 현재 △부경대 △부산외대가 ‘자율전공’이란 이름으로 무전공 입학을 시행하고 있다. 부경대의 경우 2014년 ‘글로벌 자율전공학부’를 신설하고 11년째 운영 중으로 인문·사회계열과 자연계열 전공을 구분해 신입생을 선발한다. 각 계열 별 단과대는 지정돼 있고, 해당 단과대 소속 학과를 학생들이 지정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부산외대는 올해 ‘글로벌 자율전공학부’를 신설해 신입생 전원을 무전공으로 선발했다. 이들은 1년 간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맞는 전공 탐색을 통해 2학년 진학 시 전공을 결정하게 된다. 부산외대는 지난해 3월 2024학년도 신입생 모집 계획을 통해 “원하는 전공 선택을 100%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무전공의 명과 암

학생들의 흥미와 적성에 따라 자유로운 전공 선택이 가능하다는 것은 무전공 입학의 긍정적인 면으로 작용한다.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는 전공을 제대로 알기 쉽지 않아 전공 선택에 막막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2학년에 선택할 수 있는 전공을 1학년때 시범적으로 수강함으로써 해당 전공이 본인의 적성과 맞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무전공 제도를 시행 중인 성균관대 재학생 박세현(프랑스어문학, 22) 씨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도 진로를 정하지 못하고 원서 접수가 시즌 때 급하게 결정하는 친구들도 많이 보았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 오현지(심리학, 23) 씨는 “아무래도 고등학교 때는 과의 이름을 보고 막연하게 상상하여 지망하게 되는 경향이 큰 듯하다”고 말했다.

문·이과 구별 없이 시행할 경우 융합형 인재를 육성할 수 있단 기대도 크다. 다양한 사람들과 여러 학문에 대해 터놓고 말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이과 구별이 없는 서울대 무전공학부를 다닌 신승원(자율전공학, 22) 씨는 “1학년 때는 자율전공학부 학생들이 함께 듣는 수업이 여러 개 조성돼 인문학, 사회과학에 관심이 치우쳐 있더라도 자연스럽게 자연과학, 공학에 관심이 있거나 관련 배경을 가진 친구들과 대화할 기회가 생겼다”며 “이것만으로도 자신의 생각과 지향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좋은 자극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전공 선발로 인해 학생들이 인기 전공에 쏠려 기초 학문이 고사하고 충실한 교육이 제공될 수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취업이 잘되는 경영·경제·통계학 등으로 학생들이 몰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월 13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실제로 ‘무전공 입학’을 15년째 실시하고 있는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의 경우 36%가 경영·경제학부로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인문대는 극소수였다.

이러한 현상에 우리 대학 김회용(교육학) 교수는 “자신의 흥미나 적성보다는 성적에 맞추어 대학이나 전공을 선택하는 한국 대학의 현실을 고려할 때 무전공 제도의 도입은 논리적으로는 타당해 보인다”고 말하면서도 “대학간 입학 성적의 서열이 존재하고 동일 대학 내에서도 취업률이나 취업의 수준에 따라 학생들의 선호도가 다른 한국의 현실에서, 무전공 제도는 학생들의 전공 선택이 특정 학과나 학문 분야로 편중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무전공 입학을 둘러싸고 여러 목소리가 충돌한다. (c) 김채현 기자
무전공 입학을 둘러싸고 여러 목소리가 충돌한다. (c) 김채현 기자

전공선택권의 한계로 ‘학생들의 전공 흥미’가 아니라 ‘성적’에 따라 전공이 배정될 것이라는 문제도 있다. 현재 각 단과대에서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교육과정을 마련한 성균관대의 경우 각 과별로 정해진 모집 정원을 초과할 시 성적을 기준으로 선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회과학계열의 인기학과인 경영·통계학과는 대개 학점이 4.5점 만점에 4점대를 넘어야 들어갈 수 있다. 오 씨는 “인기학과에는 성적이 상대적으로 좋은 학생들만 간다”며 “특정 학과나 진로에 큰 뜻이나 소신이 없는 이상 경제학과에 가는 것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박 씨 또한 “취업이 상대적으로 원할한 이공계와 접목된 학과를 원하는 기조가 확연하게 있다”고 밝혔다.

■‘경영예과’ 전락할라

우리 대학도 해당 제도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러 장단점이 제시되는 상황에서 무전공 제도를 약 20년 만에 재도입하는 만큼 더욱 신중을 가할 필요가 있단 것이다. 이는 결국 무전공 입학의 도입 취지를 효과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학내 체계 마련과도 직결된다.

김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무전공 운영 우수 사례로 꼽은 미국 대학들(△Hamilton College △Grinnell College △Brown University △University of Rochester)엔 공통점이 있다. 교수 1인당 담당 학생 수가 10명 이내로 적고, 20명 이내의 소규모 강의가 대다수다. 진로 탐색 시 학생들이 교수 지도를 충분히 받고 전공을 선택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교수 상담 외에도 △선배 및 관련 직장 전문가들과의 각종 상담 프로그램 △진로지도를 위한 커리어 센터 △대학의 다양한 전공을 체험하는 전공페어 등의 커리큘럼이 체계적이다.

현안을 바라본 전문가들은 대학 내 무전공 제도 자체에 대한 공감대를 강조한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구조를 갖추기 위해선 학내 구성원들이 제도를 이해하고 반영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효율적인 방안이나 환경 구축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함께 무전공 제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 대학의 건강한 학문 생태계 육성도 강조됐다. 여러 학문의 존재 가치를 되짚고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무전공 제도가 비인기 또는 기초 학문 분야에서 힘쓰는 연구자들의 연구 환경을 훼손하지 않도록 세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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