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속신앙으로 고리원전 1호기 문제를 풍자한 (사진=취재원 제공)

우리나라에서 탈핵을 주장하는 문화제는 2000년대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부산에서는 여러 시민단체가 사진전⋅영화제 등의 다양한 형식으로 문화제가 진행해왔다. 윤영준(사회) 강사는 탈핵 운동에 대해 “21세기가 되면서 우리나라도 저항적 사회운동에서 환경과 노동중심의 운동으로 변화했다”며 “하지만 여전히 사회운동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기 때문에 문화제로써 친밀하게 다가가려는 노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28일, 소극장‘ 일터’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2주기를 맞아 고리 원전을 다룬 마당극이 펼쳐졌다. <My name is KORI넘버원>은 고리 원전 1호기를 상징하는 ‘고리넘버원’ 폭발을 막기 위해 민속 신앙에 등장하는 골매기 할매, 소별왕, 대별왕, 용왕이 여러 에피소드를 겪는 내용을 해학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극 중 ‘소별왕’을 맡은 극단 일터의 김선관 단장은 “고리 1호기를 없애야 한다기보다는, 사람이 만든 만큼 그 수명이 다하면 다시 사람의 손으로 거둬 줘야 한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다”며 “그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인간의 이기심을 주제로 하는 민간설화를 차용했다”고 설명한다.

캐릭터들은 해학적이고 민속적인 말투와 행동을 통해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이나 원전 가동을 중단시켜도 전기 사용에는 차질이 없다는 등의 사실을 대사로 쉽게 풀어냈다. 극을 기획한 이수옥 씨는 “부산 시민이지만 뉴스를 꼼꼼히 읽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고리 원전의 전후사정을 쉽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자녀와 함께 극장을 찾은 손신철(민락동, 41) 씨는 “모든 시민들이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공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뜻 깊은 공연이었다”라고 말했다. 손신철 씨의 딸 손하늘(민락동, 10) 양 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고리라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활발해지는 문화제의 움직임은 사회운동계에서 문화적 요소의 힘을 지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지난 30일 히로시마 피폭자를 다룬 영화 <잔인한 내림-遺傳>을 상영한 ‘공간 초록’의 박배일 씨는 “탈핵 뿐만 아니라 환경 등 전반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에는 영화라는 매체가 효율적이다”고 전했다. 말과 글 보다는 이미지를 사용하면 설명에 있어 더 수월하다는 것이다. 에너지정의행동에서 활동하는 정수희(사회) 조교는 “탈핵과 같은 환경문제는 피해자가 특정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다”며 “그렇기에 모두가 경각심을 느낄 수 있는 매체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문화제의 효과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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