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특정 IP 비정상 접근
-서버 요금 2배 오르는 등 피해
-연구실 측 "그래도 무료 유지"

우리 대학 인공지능연구실(이하 인공지능연구실)이 개발해 20년째 무료로 운영하고 있는 ‘부산대 맞춤법 검사기’가 지난 7월 대형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악용된 정황이 드러났다. 서버 요금이 두 배 오르는 등 피해가 발생했지만 연구실은 무료 서비스를 유지하기로 했다.

인공지능 연구실에서 운영하는 맞춤법 검사기 사이트. [출처: '부산대 맞춤법 검사기' 홈페이지 갈무리]
인공지능 연구실에서 운영하는 맞춤법 검사기 사이트. [출처: '부산대 맞춤법 검사기'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7월 6일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에 게시된 공지. [출처: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 갈무리]
지난 7월 6일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에 게시된 공지. [출처: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 갈무리]

지난 7월 6일 인공지능연구실은 ‘부산대 맞춤법 검사기’로 불리는 한국어 맞춤법 검사기 페이지에 일부 이용을 제한한다고 고지했다. 맞춤법 검사기 페이지에 비정상적 접근이 감지돼 인공지능연구소 측으로 막대한 비용이 청구됐기 때문이다.

당시 인공지능연구실에 따르면 서버엔 한 달간 특정 IP주소로부터 500만 건 이상의 이용이 감지됐다. 평소 사이트의 전체 이용량이 하루 평균 30만 건, 월평균 1,000만 건인 것을 고려하면 비정상적 수치다. 당월 브라우저를 통해 접근하는 일반적 이용 방식과 달리 클라우드를 통한 접근도 100만 건 정도로 집계됐다. 인공지능연구실은 △네이버 클라우드 50만 건 △구글 클라우드 50만 건의 이용 기록이 남았다고 밝혔다.

인공지능연구실은 맞춤법 검사 사이트가 대형언어모델의 학습에 이용된 것으로 분석한다. 다른 AI의 기술 개발에 우리 대학의 무료 맞춤법 검사 사이트가 상업적으로 이용됐단 것이다. 그에 따라 청구된 기존 서버 이용료 2배가량의 비용은 우리 대학 측이 부담해야 했다.

하지만 별도의 수사 및 법적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AI 관련 데이터 저작권에 대한 법적 가이드라인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 인공지능연구실이 수사 의뢰를 하더라도 처벌에 대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사기를 개발한 권혁철(정보컴퓨터공학) 교수는 “(학계에서 AI 저작 자료)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기는 했으나 다시 조용해졌다”며 “대형언어모델을 위한 학습용 자료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연구실은 또 다른 악용 사례 방지를 위해 일부 서버 차단 조치를 취했다. 브라우저가 아닌 클라우드에서 맞춤법 검사 사이트에 접근하는 경우 불법 접근으로 간주하고 차단한다. 클라우드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연구소에서 배포한 키를 사용해야만 합법적 접근이 가능하다. 권 교수는 “일반적인 사용자들에게는 어떤 영향도 가지 않도록 했다”며 “조치 이후 (비정상적 접근이) 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부산대 맞춤법 검사기’는 앞으로도 무료 제공될 예정이다. 다만 인공지능연구실은 시스템의 개선을 위해 광고 배치를 고려하고 있다. 광고 배치로 얻는 수익을 활용해 클라우드에서 정보를 바로 처리하는 방식을 도입한다면 서버 자체의 오류 줄일 수 있단 것이다. 평소 맞춤법 검사기를 애용하는 따다 소(컴퓨터공학, 23) 씨는 “시스템의 개선을 위해 광고를 넣는 것은 당연히 이해된다”고 말했다.

1991년 개발돼 2001년 무료 공개된 부산대 맞춤법 검사기는 국내 최초 맞춤법 검사기로 전국민적 이용률이 높다. 한글과컴퓨터의 프로그램 ‘아래아 한글’의 맞춤법 검사 기능도 이 검사기에 기반한다. 권 교수는 “부산대 맞춤법 검사기를 통해 우리말을 바르게 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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