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권(정치외교학) 교수 인터뷰
-지난 3월 선거제 개혁 촉구 선언 서명
-"사회의 다원성과 다양성 담아낼 선거 제도 필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제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3월 10일부터 13일 국회에서 국회의원 100명이 참여한 전원위원회(전원위) 토론이 이뤄졌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우리 대학도 일부 교수가 지난 3월 3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공표한 '선거제도 개혁 촉구 정치학자·법학자 51인 선언’에 동참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채널PNU>는 지난 4월 5일 해당 선언에 참여한 서재권(정치외교학) 교수를 사회관에서 만나 선거제 개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4월 12일 사회관에서 인터뷰를 진행 중인 서재권 교수의 모습. [전형서 기자]
지난 4월 12일 사회관에서 인터뷰를 진행 중인 서재권 교수의 모습. [전형서 기자]

△이번 선언이 이루어지게 된 배경이 뭡니까.

-사실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은 이전부터 계속 제기돼 왔어요. 현행 국회의원 선거는 소선거구제(한 선거구에 한 명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제도)와 비례제(정당 득표율에 비례하여 당선자 수를 결정하는 제도)가 섞여 있는 병립제입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선거제를 개편했지만,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 창당과 같은 편법을 쓰는 바람에 목적을 이루지 못했어요.

그런데 마침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제 개편의 방향으로 중대선거구제(한 선거구에 복수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제도)를 화두로 던졌습니다. 하지만 이건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국회에 반영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에요. 이번 선언은 여기에 대한 반응으로 이뤄진 겁니다.

△선언의 핵심 3가지를 살펴봤더니,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비례대표 의석 정수 확대더군요.

-지역구 의석의 문제 때문이에요. 단순다수제로 선출되는 지역구는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당선되기 때문에 사표가 많이 발생해요. 다시 말해, 표를 절반도 못 받고 당선되는 경우도 꽤 많다는 겁니다. 이런 지역구 의원들로 국회가 구성된 상황에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긴 어려워요. 현행 제도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려고 비례의석을 통해 유권자에게 정당에 던질 수 있는 표를 주는 것인데요.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국회에 반영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의석을 늘리는 겁니다. 지역구 선거제를 바꾸는 것보다요.

△중대선거구제 변경 검토 중단을 제시하신 이유는요. 

-윤 대통령이 화두로 던진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한다고 현재의 문제가 해결되진 않습니다. 소수정당이 국회에 쉽게 진입할 수 있게 된다든가, 대표의 비례성이 올라간다고 단언할 수 없단 것이죠. 오히려 거대 양당이 의석 하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선거제 개혁 방향과는 부합하지 않아요.

△위성정당 창당 방지 법제화도 선언의 핵심 내용이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소수정당이 국회에 비교적 쉽게 진출할 수 있도록 선거제를 개편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어 지역구 1표는 자당 후보자에게, 나머지 1표는 위성정당에 투표하도록 유도했기 때문입니다. 제도 개편의 취지가 무색해진 거죠. 결과적으로 거대 양당이 다수 의석을 점하고, 제2야당이었던 정의당은 의석이 오히려 축소됐습니다. 이런 편법을 방지하고자 한 거죠.

△그렇다면 선거 제도를 개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87년에 민주적 이행이 시작되고 30년 넘는 세월이 지났어요. 그간 한국 사회도 많이 다원화되었고, 사회 내 존재하는 이해관계가 훨씬 다양해졌습니다. 선거 제도가 이런 사회의 다원성·다양성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가 국회에 반영될 수 있게 비례성을 높이는 제도를 도입하고, 소수정당의 국회 진입을 용이하게 해 줄 필요가 있어요.

비례성을 높이는 방법은 지역구 의석을 줄이고 비례 의석을 늘리는 겁니다. 하지만 자신의 지역구가 사라질 위험을 안고 법을 바꿔 줄 지역구 의원은 없을 거예요. 지역구는 그대로 두고 비례 의석을 늘리는 방법도 있겠지만, 국회의원의 수가 늘어나 국민 대다수가 반대할 겁니다.

△그럼, 현실적인 방법은 없을까요.

-지금 상황에서 제일 현실적인 방법은 지난 총선에서 시도했던 '권역별 비례제'를 위성정당 창설을 금지한 상태에서 다시 해 보는 겁니다. 선거제도 개편 효과에 대한 연구자의 궁금증 차원에서라도 소수정당이 국회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어요. 물론 이런 것보다 더 비례제 요소가 강화된, 소수정당의 국회 진입을 쉽게 해 주는, 게다가 거대 양당이 꼼수를 안 부리겠다고 선언한 선거제 개편이 이루어진다면 더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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