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 학생 절반 이상 ADHD 의심
-ADHD 증상 느끼면 진료 반드시 받아야
-휴식과 이완, 자기 돌봄의 시간 중요

우리 대학 재학생 A 씨는 지난 학기 자신의 시간표를 기억하고 시간에 맞춰 수업 듣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단기적인 기억이 잘 나지 않고, 집중력이 떨어져 학업과 일상생활이 힘들어진 A 씨는 결국 휴학을 결심했다. 스스로 정신의학과에 방문해 진단받은 결과, A 씨의 병명은 성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tte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ADHD)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른 2017년과 2021년 20대 ADHD 환자 수. (c)김신영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른 2017년과 2021년 20대 ADHD 환자 수. (c)김신영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개발한 한국형 성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자가보고 척도. 체크된 회색 박스가 4개 이상인 경우 성인 ADHD로 진단될 가능성이 있어 추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c)김신영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개발한 한국형 성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자가보고 척도. 체크된 회색 박스가 4개 이상인 경우 성인 ADHD로 진단될 가능성이 있어 추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c)김신영 기자

A 씨와 같은 사례는 '2030세대'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7년 20대 성인 ADHD 환자는 5,336명이었던 반면 2021년 22,087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성인 ADHD 환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질환에 대한 정확한 인식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립정신건강센터에 따르면, ADHD는 집중의 어려움과 충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신경발달질환이다. 성인 ADHD의 경우 과다활동을 주로 보이는 소아·청소년 ADHD와 달리 집중력 저해와 충동성이 주문제가 된다. 성인 ADHD 환자의 70% 이상이 △우울증 △다양한 불안장애 △알코올 사용 장애 △수면장애 등 다른 정신질환을 동반한다.

■재학생 50% “성인 ADHD 의심한 적 있다”

<채널PNU>는 지난 2월 2일부터 16일까지 우리 대학 재학생과 졸업생 150명을 대상으로 ‘성인 ADHD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주축으로 개발한 ‘한국형 성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자가보고척도(K-ASRS)’를 바탕으로 질문을 구성해 6개월간 지속적인 성인 ADHD 증상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 조사했다.

지난 2월 2일부터 14일까지 부산대 재학생 및 졸업생 150명 대상으로 진행한 성인 ADHD 실태 조사 결과이다. (c)김신영 기자
지난 2월 2일부터 14일까지 부산대 재학생 및 졸업생 150명 대상으로 진행한 성인 ADHD 실태 조사 결과이다. (c)김신영 기자

설문조사 결과, 우리 대학 학생 다수가 성인 ADHD 증상을 경험하거나 의심하고 있었다. 성인 ADHD 증상의 특징을 제시한 모든 질문에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절반 이상이었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경험한 증상은 골치 아픈 일을 피하거나 미루는 것이었다. 응답자의 87%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오래 앉아 있을 때 손을 만지작거리거나 발을 꼼지락거리는 경우(78.8%) △어떤 일의 어려운 부분은 끝내 놓고 마무리 짓지 못해 곤란을 겪은 경우(60.2%) △약속이나 해야 할 일을 잊어버려 곤란을 겪은 경우(53.7%) △체계가 필요한 일을 해야 할 때 순서대로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51.2%) △마치 모터가 달린 것처럼, 과도하게 혹은 멈출 수 없이 활동하는 경우(26.8%)가 뒤를 이었다.

최근 6개월간 스스로 성인 ADHD를 의심한 적 있는 학생의 비율은 50.1%였다. 이 학생들 중 78.2%는 성인 ADHD로 의심되는 행동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고 응답했다. 우리 대학 재학생 B 씨는 “말초적인 자극에 취약해 한 가지 일에 집중하기 힘들어 학업 자체가 부담”이라며 “학창 시절에 비해 강의 시간이 긴 대학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고, 교재를 읽을 때도 다른 생각으로 계속 이어져 학업이 어렵다”고 말했다. 재학생 C 씨는 “학창 시절에 비해 수행 능력이 떨어지는 걸 볼 때마다 성인 ADHD가 생겼나 의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성인 ADHD는 왜 급증했나

성인 ADHD 환자 수 급증 원인으로는 정신건강 서비스 변화의 변화가 꼽힌다. 우리 대학 효원상담원 양지연 교수는 “2006년부터 꾸준히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군이 증가하고, 2016년부터는 우리나라에서 성인 ADHD가 의료 보험으로 인정되면서 진단율이 늘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ADHD 진단 기준으로 DSM-5를 주로 사용하는데, 이 진단 기준이 예전에 비해 완화되면서 환자 수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높은 의심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성인기에 갑작스레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증가한 이유는 △빠르고 즉각적인 사회 문화적 환경 △자가 진단의 한계로 분석된다. 우리 사회 작업 환경 대부분이 빠르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양 교수는 “빠르게 움직이는 환경 자체가 자기 조절 기능을 연습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멀티태스킹을 요구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자극이 동시에 주어지기에 부주의한 경향이 생겨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의 과잉 자각 가능성도 지적됐다. 대학생 신분 특성상 사회적 기대가 높아 본인의 영역에만 작게 주목하는 경향이 있기에 충동 조절이 어려운 순간 자신을 ADHD로 의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지훈(정신과학) 교수는 “기준을 너무 높게 잡으면 자신의 주의력을 의심하며 스스로 문제가 있다고 느낄 확률이 높다”며 “사람들은 기능 수준이 떨어졌을 때 특정 지점에만 주목해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과잉 지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주의력은 인간이 가장 쉽게 타격받을 수 있는 부분 중 하나다. 단순 스트레스의 산물임에도 괴로운 상황에 벌어진 행동 양상을 ADHD라 통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주의력은 ADHD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며 “인간이 우울하거나 불안하거나 여타 다른 불편한 스트레스들을 받을 때 주의력이 가장 먼저 떨어지고, 이에 수행력 역시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성인ADHD 증상을 느낀다면

성인 ADHD 증상을 느끼는 경우 병원 방문이 필수적이다. 빠른 진단을 거치지 않으면 주의력 문제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ADHD를 방치할 경우, 업무 효율성 하락이나 충동 조절 문제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법적인 문제 발생 등 사회 생활 속 문제에 계속 봉착할 것”이라며 “증상을 느낄 경우 전문가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아 봐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스스로 성인 ADHD를 의심하더라도 병원에 방문하는 경우는 현저히 낮았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 ADHD를 의심한다고 밝힌 응답자 중 병원에 방문한 학생은 17.3%에 그쳤다, 주원인은 병원 방문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금전적 부담이었다. 학생들은 미방문 이유로 △병원 방문의 두려움 △비싼 진료비 △추후 문제 가능성 우려 △질병이라고 인식하기 어려움을 들었다. 설문에 참여한 재학생 D씨는 "약물 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는 주변의 말에 방문을 꺼리게 된다"며 "내가 치료를 잘 수행할 수 있는지 스스로 의심되며 치료를 받는 데에서 오는 일련의 낙인도 큰 두려움이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저조한 치료율을 우려하며 “성인 ADHD는 호전이 잘 없어 시기를 놓치면 평생 영향을 주는 질환이기에 빠른 진단이 가장 중요하다”며 “성인 ADHD를 질병이라고 정확하게 인지하고 치료를 반드시 받아야 더 큰 손실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개인 진료 기록은 본인조차 온라인 열람이 불가하고 직접 방문 신청을 해야 할 만큼 국민 건강보험공단에서 관리되고 있다.

■스트레스 조절 필요해

전문가들은 주의력 감소와 충동 조절로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에게 ‘스트레스 조절 전략’을 추천한다. 현재 실현 가능한 삶의 목표와 과업들을 두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ADHD 증상이 나타나는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양에 비해 내 몸과 신체적인 에너지가 어느 정도 수준에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휴식과 이완, 자기 돌봄의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스트레스 조절을 자발적으로 하기 어려울 경우 학내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우리 대학 상담전문시설 효원상담원은 ‘힐링 캠프’ 프로그램을 통해 △원예 활동 △그림 활동을 하며 삶의 활기를 찾도록 지원한다. 개인 상담을 통해서도 자기 점검이 가능하다. 양 교수는 "효원상담원 프로그램을 통해 스트레스 상황에서 어떻게 할 때 나한테 쉼이 됐는지 몇 개의 자극들을 찾아보고 환기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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